가톨릭대 LINC+사업단 공동기획
인터뷰 | 혁곡역팀의 나자람 수업
직접 성교육 프로그램 고안

초등 돌봄서비스는 없어선 안 될 교육 인프라다. 미술·PC·레고·퍼즐 등 흥미로운 프로그램도 축적돼 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정작 필요한 ‘내적성장’ 프로그램은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가톨릭대 혁곡역팀은 아이들의 자아 성장을 위해 돌봄서비스에 포괄적 성교육을 넣자고 제안했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면…’식의 생물학적 성교육이 아니다. 나 자신을 알아야 올바른 성 가치관을 갖고 내적 성장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혁곡역팀은 “진정한 내적 성장을 위해선 나만큼 남을 존중하는 태도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도희·진예은·강해리 학생(왼쪽부터).[사진=천막사진관]
혁곡역팀은 “진정한 내적 성장을 위해선 나만큼 남을 존중하는 태도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도희·진예은·강해리 학생(왼쪽부터).[사진=천막사진관]

✚ 돌봄 프로그램에 포괄적 성교육을 넣자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온 건가요?
진예은 학생(이하 진예은) : “부천시 역곡동 내 돌봄 센터들의 프로그램을 살펴봤어요. 컴퓨터 코딩, 영어, 그림그리기 등 전형적인 것들이더라고요. 돌봄이라는 건 가정의 역할을 대신해 아이들을 잘 자라게 하는 거잖아요. 일반적인 프로그램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봤어요. 내적 성장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관련 주제를 찾으려 아이디어 회의를 거듭했죠.”

김도희 학생(이하 김도희) : “조사해 보니 부천시는 학교나 주거지 인근에 유흥업소가 많았어요. 사회적으로도 N번방 사건 같은 성이슈가 대두된 시기였고요. 아이들이 유해한 환경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돌봄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다 포괄적 성교육을 떠올린 거고요.”


✚ 2020년 1학기 도시재생 수업 때 ‘봄비’ 프로젝트란 돌봄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혁곡역팀의 ‘돌봄에서 자람으로’ 프로젝트도 그것의 연장선인가요?
강해리 학생(이하 강해리) : “달라요. 봄비는 대학생 자원봉사의 개념이었고요. 저희는 저희가 만든 프로그램을 시행해 달라고 돌봄기관과 시市에 제안하는 것이에요.”[※참고: 지난해 1학기 가톨릭대 ‘사회혁신 캡스톤디자인: 소셜리빙랩’에 참여했던 봄비팀은 독특한 돌봄 프로그램을 기획·발표했다. 골자는 대학생이 직접 기획한 콘텐츠를 전문가 검증과 리허설 과정을 거쳐 돌봄 프로그램에 도입하자는 거였다. 더스쿠프 412호에서 볼 수 있다.] 


✚ 쉽게 말하면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돌봄기관에 보급하는 것인가요?
강해리 : “맞아요. 우리가 기획한 포괄적 성교육 프로그램을 돌봄기관에 교육용으로 보급하는 것, 그게 목표였어요.” 


✚ 그런데 포괄적 성교육은 유니세프에서 이미 만든 내용 아닌가요?
진예은 : “물론 유니세프의 포괄적 성교육을 참고해 가이드라인을 잡긴 했어요. 거기서 성의  이해, 사춘기, 성차이와 성평등, 자기이해, 자기표현 등 5개의 커리큘럼을 다시 짰고요. 그중 자기이해 부문을 세분화해서 시범 수업을 시도한 거예요.”
 
김도희 : “5개 커리큘럼도 성교육기관들의 교육안을 참고해서 구성했어요. 하지만 자기이해 부문에서 시범수업으로 선보인 자화상그리기, 좋아·싫어게임, 감정온도계, 내가 동화 속 주인공이라면? 등의 프로그램은 직접 만들었어요. 성교육에서 출발해 내적 성장 프로그램으로 진화해 나가길 기대하며 ‘나자람 수업’이라고 이름 붙였고요.”


진예은 : “부천시청소년성문화센터에 찾아가 감수를 부탁했어요. 긍정적으로 반응이 왔고요. 돌봄과 성교육을 연계하는 것에도 긍정적인 의견을 내주셨어요.” 

✚ 코로나19로 인해 시범수업을 진행하는 게 만만치 않았을 것 같아요.
진예은 : “어쩔 수 없이 화상회의 전문앱 ‘Zoom’으로 화상수업을 진행했어요. 원래는 초등학생 5명으로 샘플링하려 했는데 한명 더 늘어 6명이 수업에 참여했죠.”


✚ 아이들 반응은 어땠나요?
강해리 : “생각보다 아이들이 잘 따라와 줘서 뿌듯했어요. 초반엔 말도 안 하던 아이가 후반엔 적극적으로 말도 하고 ‘제 감정의 온도는 이러이러했어요’라면서 자신의 내적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죠. 다음에 ‘나자람 수업’이 있다면 참여할 의사가 있겠느냐는 질문에 6명 모두가 ‘그렇다’고 답변을 했어요.” 


김도희 : “아쉬운 면도 있어요. 화상수업의 한계상 수업이 일방향 소통으로 흐른 것 같아서요. 아이들이 함께 모여 왁자지껄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기대했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어쩔 수 없었죠.”

✚ 그렇게 어렵게 시범 수업을 마쳤는데 일회성으로 끝내긴 아쉬웠을 것 같아요.
진예은 : “역곡동 내에 새롭게 택지가 조성되고 있어요. 여기에 돌봄 센터가 새로 건립되면 ‘나자람 수업’이 정규 과정으로 편성됐으면 해요.” 

김도희 : “교육은 장기적으로 진행해야 효과를 볼 수 있잖아요. 그런 면에 있어서 단기목표를 세우거나 즉각적인 결과를 기대해선 안 될 것 같아요. 좀 더 멀리 보고 ‘나자람 수업’이 진행했으면 해요.” 

✚ 문득 의문이 드네요. 혁곡역팀 학생들은 초등학교 다닐 때 어떤 성교육을 받았나요?
강해리 : “왜 이성을 알아야 하는지, 성을 아는 게 왜 중요한지를 배우지 않았어요. 그저 전형적인(생물학적인) 교육을 받았던 것 같아요. 보건선생님이 성교육을 담당하셨는데 여자아이들은 부끄러워하고 짓궂은 남자아이들은 킥킥거리고, 이런 식이었죠.” 


김도희 : “저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교육받았던 찰나의 장면들은 떠오르는데 기억나는 내용은 없어요.” 

✚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해외 사례를 많이 참고한 거군요? 
김도희 : “유럽 사례를 많이 찾아봤어요. 사회분위기상 자유롭고 개방적으로 교육이 이뤄지고 있더라고요. 프랑스 학생들은 성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듯했어요. 모두가 알아야 하고 존중해야 하는 주제라고 여기는 분위기랄까. 핀란드는 바에스톨리토(Vaes toliitto)라는 NGO에서 전문적으로 성교육을 진행하는데, STI(성 매개 감염병)까지 교육하더라고요.” 


강해리 : “네덜란드는 국가에서 연령대별로 성교육 커리큘럼을 제공해요. 국가에서 수준별 성교육을 체계적으로 하다 보니 청소년 낙태, 성병, 조기임신 등에 있어 많은 방지 효과가 있었다고 해요.”

✚ ‘돌봄에서 자람으로’ 프로젝트는 성교육을 뿌리로 하고 있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아이들의 내적성장이잖아요. 그렇다면 성교육 이외에 다른 프로그램을 추가할 수도 있는 건가요?
김도희 : “포괄적 성교육 안에 관계, 가치, 건강과 복지 등 다양한 내용이 있어서요. 다른 프로그램은 굳이 추가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아요.” 

✚ 포괄적 성교육만 잘 받아도 자연스럽게 내적 성장을 꾀할 수 있다는 걸까요?
강해리 : “그렇죠. 저희가 포괄적 성교육 중 ‘자기이해’를 세분화해 시범수업을 진행한 것도 이유가 있어요. 자신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법을 알면 상대방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법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함께 사는 사회잖아요. 자신을 생각하는 만큼 상대방도 존중하는 태도를 갖는 게 내적 성장에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 프로젝트 진행하며 느낀 점이 많겠네요.
진예은 : “아이들과 그 보호자들에게 포괄적 성교육의 개념을 설명하는 게 까다로웠어요. 생각보다 이해도가 낮았거든요. 성폭력 예방이나 신체구조 같은 걸 다루는 것으로만 생각하시더라고요. 그런 교육도 포함돼 있지만 진정한 성교육은 나를 아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해요. 포괄적 성교육을 기반으로 한 내적 성장 프로그램이 돌봄서비스에 보편적으로 반영됐음 좋겠어요.” 


김도희 : “전 심리학과 아동학을 복수전공하고 있는데요. 아이들에게 좀 더 특별한 마음이 생겼어요.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는 직업을 갖겠다는 목표도 더 확고해졌고요.”

강해리 : “사실 돌봄이라는 주제는 저희와 별 접점이 없었어요. 부모가 되기엔 아직 멀었고 초등학교 시절을 떠올리자니 너무 오래됐고…. 그러다 보니 처음엔 본질을 파악 못하고 빙빙 겉돌았어요. 그래도 해결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보람 있었죠.” 


유두진 더스쿠프 전문기자
ydj12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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