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방, 부동산거래정보망 인수한 까닭
광고에 중개까지 … 기울어진 운동장 우려

직방이 지난해 부동산거래정보망 ‘온하우스’를 인수한 것으로 단독 확인됐다. 다소 낯선 용어인 부동산거래정보망은 공인중개사들이 중개행위를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발판을 놔주는 업체를 말한다. 직방이 온하우스를 통로로 ‘중개업에 진출할 포석을 깔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일부 공인중개사는 벌써부터 불공정경쟁을 우려하고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직방이 온하우스를 인수한 이유를 단독 취재했다. 

직방은 '직방 출신'들로 이뤄진 회사들을 통해 불공정 경쟁을 유발한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직방은 ‘직방 출신’들로 이뤄진 회사들을 통해 불공정 경쟁을 유발한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사진=더스쿠프 포토]

회사 A가 회사 B에 17만명의 개인정보를 전달했다. 단순한 정보가 아니었다. 개인 연락처와 그 개인이 소유한 부동산 목록이었다. 회사 A는 회사 B로부터 개인정보의 대가로 ‘데이터 1개당 1만원’을 받았다. 개인정보를 사고팔았다는 거다.[※참고 : 여기서 말하는 데이터는 건물주의 연락처와 그 건물주가 가진 부동산 목록을 말한다]

간단하게 생각해보자. 이렇게 얻은 연락처와 부동산 목록으로 할 수 있는 건 단순하다. 부동산 소유주에게 전화를 걸어 부동산의 공실 상태를 확인하고 공실이라면 임차인을 소개해주는 거다. 쉽게 말하면 ‘중개행위’다. 연락한 부동산 소유주가 세금 문제로 골치를 썩이고 있다면 ‘부동산 절세 컨설팅’도 가능할 거다.

뭘 하든 개인 연락처와 그 개인이 소유한 부동산 목록이 있다면 ‘부동산 영업’은 수월해질 수밖에 없다. 회사 B가 17만명의 개인정보를 17억원이나 주고 사들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언뜻 봐도 회사 A와 회사 B는 부동산 중개 관련 업체다. 그런데 이 과정에 ‘부동산 중개’와는 무관한 업체가 등장한다. 부동산 광고플랫폼 사업자 ‘직방’이다. 직방은 지난해 17만명의 개인정보를 사들인 회사 B를 사실상 인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직방이 지금껏 “부동산 중개행위를 직접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 행보다.

직방은 왜 중개 관련 업체를 품은 걸까. 이 질문을 하나씩 풀어보자. 회사 A는 ‘공실정보’, 회사 B는 ‘온하우스’란 업체다. 두 업체는 부동산거래정보망이다. 다소 낯선 용어인 ‘부동산거래정보망’은 쉽게 말해 공인중개사들이 중개행위를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발판을 놔주는 업체를 말한다.

국토교통부가 지정한 부동산거래정보망(한국부동산원·한국공인중개사협회)이 있고, ‘공실정보’ ‘온하우스’와 같은 미지정 민간 부동산거래정보망도 있다. 이를테면 직방은 민간 업체를 인수한 셈이다.

[※참고 : 직방은 온하우스를 인수했느냐는 질문에 “설명할 수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하지만 직방은 2020년 11월 마감된 구인공고에 ‘자회사 온하우스’란 내용을 명기했다. 2020년 3월엔 직방의 최고투자책임자 안광수 CIO가 온하우스 사내이사에 취임하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업계 안팎에선 ‘직방이 중개 시장에 진출하려는 포석을 깐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온하우스’가 직방에 인수된 후 17만건에 이르는 개인정보를 사들인 게 이를 입증하는 사례가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참고 : 앞서 언급했듯 ‘공실정보(회사 A)’는 중복 정보를 제외한 17만건의 부동산 소유주 연락처와 그 소유주가 보유한 부동산 목록을 17억원에 ‘온하우스(회사 B)’에 넘겼다. 직방이 ‘온하우스’를 인수한 후였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직방이 온하우스를 앞세워 부동산 소유주 정보를 사들이고 ‘중개 시장’을 우회적으로 공략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꼬집었다.

직방은 ‘온하우스’ 인수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직방은 ‘온하우스’ 인수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그렇다면 자회사를 매개로 중개 시장 진출의 포석을 놓는 듯한 직방의 행보를 어떻게 봐야 할까. 직방이 ‘중개 시장에 진출하지 않겠다’던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고만 봐야 할까.   

그렇지 않다. 사실 직방이 중개 시장 진출을 공식적으로 부인해 왔던 건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부동산 전문가의 말을 들어보자. “광고플랫폼 업체가 중개행위까지 할 수 있다고 치자. 그럼 자신이 유치한 매물을 광고플랫폼의 좋은 위치에 놓을 것 아닌가. 그건 불공정경쟁이고, 문제가 된 적도 있다. 직방도 이런 논란을 의식했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언급된 문제의 사례는 네이버다. 부동산 정보업체로부터 받은 매물 정보를 플랫폼(포털)에 올리던 네이버는 2013년 공인중개업소와 직접 거래를 시도했다. 매물 중개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려 했던 건데,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다’는 지적이 쏟아지자 계획을 철회했다. 2020년엔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 포털에서 ‘부동산’을 검색하면 ‘네이버부동산’이 우선 노출되는 부분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 사례는 직방에 시사하는 점이 많다. 시장의 예상대로 직방이 온하우스를 통해 중개시장을 공략한다면 ‘불공정경쟁’ 논란에서 자유롭기 힘들기 때문이다. 더구나 직방은 소위 ‘직방 사람들’과 함께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2019년 직방의 신축빌라 광고 탭 논란은 대표적이다. 2019년부터 2020년 5월까지 이 광고 탭의 상단 부분을 전 직방 출신들이 포진한 ‘브이랩스’란 업체가 독차지했다. 이 사실을 뒤늦게 발견한 일부 공인중개사는 ‘광고료를 낼 테니 상단 광고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직방 측은 ‘적절한 자격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거절했다.


한 공인중개사는 “상단을 계속 독점하면 다른 중개사들은 경쟁할 수 없지 않은가”라면서 당시의 논란을 다시 꺼내 들었다. “직방 측에 브이랩스와 계약을 맺은 게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들은 독점 계약이 아니라면서 발뺌을 하더니, 얼마 후 사무실 주소조차 명확하지 않았던 P 공인중개사무소를 파트너로 내세웠다. 광고료를 내겠다는 중개사는 조건이 맞지 않는다며 거절하더니 실체 없는 중개사무소는 받아들인 셈이다(더스쿠프 통권 391호 [단독] 직방 빌라 편법 알선  ‘꼬리’ 잡았다).”

‘직방 사람들’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전 직방 사내이사 최숙 씨가 만든 위너스파트너도 ‘공정경쟁’을 흐리고 있다는 논란에 휘말린 적 있다. 익명을 원한 공인중개사 A 씨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물량의 광고를 직방에 내는 개인 공인중개사들이 ‘위너스파트너’라는 공인 중개법인도 아닌 곳에서 일하고 있다”면서 “직방 전 사내이사였던 최숙 대표의 인맥이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것으로 우리는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부에 알려지진 않았지만 직방은 부동산거래정보망인 ‘온하우스’를 인수했고, 이를 통해 ‘중개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또 다른 통로를 마련했다. ‘직방 사람들’과 일하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어왔다는 지적을 받아와서인지 온하우스 인수를 바라보는 공인중개사들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불공정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직방은 과연 온하우스를 통해 어떤 전략을 꾀할까. 직방은 “설명할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