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노인」
58년생 개띠 진보를 부르짖다

진보든 보수든 자신의 시각과 잣대로 살아가는 사람은 늙어도 ‘끝난 사람’이 아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진보든 보수든 자신의 시각과 잣대로 살아가는 사람은 늙어도 ‘끝난 사람’이 아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나는 진보다.” 어느날 SNS에 당당히 ‘진보’ 커밍아웃을 했다. 58년생 개띠. 주변의 또래들은 대체로 보수 지향인데 진보적 가치관을 부르짖다니. 그것도 보수 언론으로 꼽히는 신문사에서 정년퇴직한 터였다.

「진보적 노인」은 평생 언론인이던 저자가 퇴직 후 8년이 지나 들려주는 ‘나’의 이야기다. 저자는 퇴직 후 변화를 이렇게 설명한다. “조직을 벗어나니 자기검열에서 자유로워졌고 생각도 유연해졌다. 언론을 더욱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라보게 됐다.”‘톡방’이든 SNS에서든 정치 관련 대화에서 늘 반대 진영 친구들의 짓궂은 농담과 조롱에 부딪혔지만 개의치 않았다. 박수받지 못할지라도 신념대로 ‘진보적 삶’을 지향하기로 맘먹었고, 그렇게 ‘가슴이 하는 소리’를 책에 담았다.

신문사 편집국 시절의 에피소드들은 저자가 지독한 원칙주의자였음을 보여준다. 공정보도위원회 간사로서 ‘이찬삼 북한 잠행’ 보도의 문제를 사측에 제기했다가 사내 경제 주간지로 파견 발령이 나는가 하면, 회사를 향해 매사 ‘불온’했기에 100일 만에 주간지 편집장에서 잘리는 ‘최단명 불운’도 겪었다.

이후 어떤 보직도 맡지 못한 저자는 ‘인터뷰 기자의 전범’이 되기로 결심했고 3명의 대통령을 비롯해 장관·기업인들을 수도 없이 만나 인터뷰했다. 지금도 ‘생계형 비정규직’으로 꾸준히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있다. 

“꼰대지만 진보를 꿈꾼다.” 저자는 세상이 더 좋아지기 위해선 나이 들수록 진보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자신도 어쩔 수 없는 ‘꼰대’임을 인정한다. 가족 내 성 평등을 외치면서 아들과 딸의 귀가 시간을 달리하고, 인종 차별은 반대하나 흑인 사위가 온다면 난감할 거 같은 ‘별수 없는 인종주의자’란 고백 등 솔직한 성찰들이 곳곳에 엿보인다. 

저자는 나이 들어 보수화되는 건 가진 게 많은 자들이 그것을 지키기 위해 체제 유지적으로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내가 생각하는 진보적 삶은 신자유주의적 규범에 저항하는 것”이라며 “양극화된 세상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지 않으려면 기득권적 사고와 행동 원칙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이 노인이 진보해야 하는 이유이자 저자가 체제 규범에 저항하는 진보적 삶을 지향하는 까닭이라고 강조한다.

현재 집권 세력의 편에서만 이야기하진 않는다. 오히려 86세대 정치인들에게 “역사상 어느 세대보다 정치적으로 과잉 대표되고 있는 세대 집단이며 지적 우월감에 사로잡힌 듯하다”고 꼬집는다. 이중적이면서도 스스로 성찰하지 않으며 오만에 빠져 능력 만능주의에 중독돼 있다고 쓴소리를 내뱉는다.

무엇보다 잘못한 점은 반대 정파를 적폐로 몰아 한국 사회를 분열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현재의 기득권이 진보의 고유 가치인 ‘약자 지향성’은 지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이 들수록 시대정신에 대한 고민을 놓아선 안 된다. 진보든 보수든 자신의 시각과 잣대로 살아가는 사람은 늙어도 ‘끝난 사람’이 아니다. 날 선 의식을 버리는 것이야말로 ‘끝난 사람’이 되는 것이다. “현역으로, 신발을 신은 채 죽고 싶다.” 저자는 인생의 마지막까지 일하고 성찰하는 진보적 노인이길 희망한다. 

세 가지 스토리 

「구멍가게 이야기」
박혜진ㆍ심우장 지음|책과함께 펴냄


온라인 쇼핑과 복합 쇼핑몰의 시대다. 정확하고 빠르고, 편리하게 흘러가는 세상에서 ‘구멍가게’는 사라져도 될 구시대의 추억거리에 불과할까. 이 책은 이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시작됐다. 저자들은 2년여간 구멍가게 100여곳을 방문하고 50여곳의 가게주인과 단골손님을 인터뷰했다. 그들에게 구멍가게는 마을의 가치관을 전승하는 이야기판이자, 공동체와 바깥세계를 이어주는 연결점이었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최남수 지음|새빛 펴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주주자본주의를 끝내겠다”고 공언했다. 미국 정부가 추진 중인 ‘자본주의 그레이트 리셋’의 대표적 움직임 중 하나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의 전환이다. 이 책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와 최근 화두인 ESG 경영을 심층 분석한다. 저자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핵심은 기업의 성장 과실이 사회 전반에 흘러내리는 데 있다”면서 “기업은 지금 공유가치 창출 요구에 직면했다”고 강조한다. 

「공간의 미래」
유현준 지음|을유문화사 펴냄


지난 1년간 많은 것이 변했다. 우리가 누리던 일상 공간은 단절됐고, 잠만 자던 ‘집’은 가장 오랜 시간을 머무는 공간이 됐다. 이 책은 집, 직장, 학교, 상업시설, 공원 등이 어떻게 바뀌었고 어떻게 바뀌어갈지 이야기한다. 단순히 공간을 이야기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학교 공간을 이야기할 때엔 더 나은 교육의 방향을 고민하고, 주거 공간을 말할 땐 더 많은 사람이 내집을 마련할 방법을 함께 찾는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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