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LINC+사업단 공동기획
인터뷰 | 같이가치의 김지윤·하승민 학생
재활용 안 되는 아이스팩 살리기
지난해 2월 아이스팩 재활용 사업을 시작한 부천시는 수집한 폐기 아이스팩을 전통시장이나 식품업체에 제공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재활용하는 것보다 버려지는 게 더 많았다. 1년이 지나자 아이스팩을 찾는 업체가 없어 사업의 연장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가톨릭대 ‘사회혁신캡스톤디자인:소셜리빙랩’ 수업에서 만난 하승민·김지윤 학생은 부천시의 사업이 멈추지 않고 달릴 수 있도록 ‘색다른’ 아이스팩 재활용 방안을 찾아 나섰다.
✚ 왜 아이스팩 재활용을 주제로 택했나요?
하승민 학생(이하 하승민) : “요즘 ‘제로 웨이스트’가 화제잖아요. 시의적절한 소재라고 판단했어요.”
김지윤 학생(이하 김지윤) : “주제를 고를 때 여러 지자체의 사업을 참고했어요. 그중 서울시 강동구청의 아이스팩 재활용 사업이 눈에 띄었죠. 2019년부터 시행했는데, 1년간 7만개의 아이스팩을 수거해 생활쓰레기 35톤(t)을 줄였더라고요. 마침 부천시에서도 지난해부터 아이스팩 수거 사업을 시작했기에 현황을 확인해봤어요.”
✚ 부천시에서도 사업을 하는 걸 알고 있었나요?
하승민 : “저는 본가가 부천이라 아파트 단지 내의 아이스팩 수거함을 이용했어요. 하지만 시범사업이고, 수거함이 한정된 장소에 있어서 그런지 주변에는 모르는 친구들이 더 많았어요. 사업 홍보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죠.”
김지윤 : “맞아요. 저는 역곡역 주변에서 자취를 했는데, 프로젝트를 통해 부천시에 아이스팩 수거함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 직접 살펴 본 부천시 아이스팩 재활용 사업 현황은 어땠나요?
하승민 : “아이스팩은 많이 모이는데 재활용은 안 되는 상황이었어요. 저희는 처음에 수거함 자체에 관심이 적은 줄 알았거든요. 앞서 우수사례로 들었던 강동구의 수거함은 18개고, 부천시는 23개예요. 부천시의 수거함 개수가 더 많은데 폐기율은 60%에 달했죠.”
김지윤 : “아이스팩이 당장 1~2년 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쌓여있더라고요. 시에서도 아이스팩 재활용 아이디어를 구할 정도였죠. 시청에 다녀온 후 프로젝트의 주제를 아이스팩 재활용 방안으로 정했어요.”
✚ 재활용 방안은 어떻게 구상했나요?
김지윤 : “여러 곳의 의견을 들었어요. 우선 멘토인 ‘행복을나누는사람들’의 조인검 단장님을 만났어요. 푸드뱅크를 하시는데, 시에서 재사용 아이스팩을 받은 적이 있는 분이세요. 단장님을 만난 후에는 부천자유시장을 찾아 아이스팩을 받았던 상인들의 이야기를 들었어요.”
✚ 재활용이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이던가요?
하승민 : “수거한 아이스팩이 다시 쓰기 힘든 상태였기 때문이에요. 무엇보다 제대로 세척되지 않은 아이스팩이 많았다고 하더군요. 아이스팩마다 다른 상표가 붙어있는 것도 문제였어요. 상인들입장에선 다른 업체의 상호가 적힌 아이스팩을 고객에게 줄 수 없으니까요.”
김지윤 : “조 단장님의 의견도 같았어요. 처음 받았을 때 너무 더러워서 씻는 데만 한참 걸려 품이 많이 들었다고요. 아이스팩을 찾지 않는 이유가 명확했어요.”
✚ 그럼 같이가치팀이 찾아낸 재활용 방안은 무엇인가요?
하승민 : “우선 신뢰를 회복하려 했어요. 세척·소독 과정을 거친 제품임을 알리는 동시에 제각각인 상표를 가려야 했죠. 아이스팩의 표준 디자인을 공모한 충남의 사례를 참고해 아이스팩에 부착할 스티커를 만들었어요. ‘우리 또 만나요! 아이스팩 수거함에 버려주세요!’라는 문구와 부천시 로고를 담은 스티커였죠. 하지만 스티커를 붙이더라도 매번 업체에 아이스팩을 넘기는 건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어요. 개인이 직접 재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했죠.”
✚ 개인이 재활용하는 방안은 어떤 건가요?
김지윤 :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프로젝트인 만큼, 아이스팩의 보랭재(고흡수성수지)를 활용했어요. 고흡수성수지가 보랭뿐만 아니라 보온에도 탁월하다는 점을 이용한 찜질팩 ‘온달이’와 수분을 머금는 성질을 이용한 방향제 DIY 키트 ‘향달이’를 구상했어요. 둘 다 가정에서 손쉽게 제작할 수 있죠.”
✚ 아이스팩으로 찜질팩과 방향제를 어떻게 만드나요?
하승민 : “간단해요. 찜질팩은 아이스팩의 보랭재를 찜질용기에 부어넣기만 하면 끝이에요. 전자레인지 등으로 데우면 온기가 오래가죠. 방향제도 빈병에 보랭재를 담고 거기에 아로마 오일 등 향료와 워터비즈 등을 넣어 섞으면 돼요. 용액이 증발하지 않아서 향이 오래가요.”
✚ 정말 쉽네요. 시민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김지윤 : “부천역과 가톨릭대에서 설문조사를 했어요. 아이스팩을 재활용한 찜질팩과 방향제를 사용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더니 많은 분들이 흥미롭게 생각했어요. 특히 주부의 관심이 높았죠.”
하승민 : “‘아이스팩을 데우는 게 위험해 보인다’고 우려하는 분도 있었어요. 조사해봤더니 보랭재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찾기 어렵더라고요. 재활용 방안을 지역사회와 연계하려고 했던 만큼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 어떻게 지역사회에 연계한다는 건가요?
하승민 : “온달이를 요양원이나 사회복지시설 등 찜질팩을 많이 사용하는 곳에 제공하려했어요. 부천시가 사회취약계층에 생활용품을 지원하는 데서 힌트를 얻었죠. 향달이는 언택트 자원봉사 도구로 구상했어요. 환경 보호를 위한 활동이자 코로나19 국면에 걸맞은 비대면 봉사로요.”
✚ 환경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도 유익한 방법이네요.
하승민 : “맞아요. 하지만 요양원에 온달이를 전달하지 못했어요.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 방문이 불가능했거든요. 하지만 반응은 긍정적이었어요. 부천시 심곡동 내 요양원 3곳에 말씀드렸더니 전기패드가 아닌 찜질팩이 필요하다며 반기시더군요.”
김지윤 : “향달이는 부천시 자원봉사센터에 문의했더니 키트를 이용해 방향제 제작 교육까지 한다면 봉사시간을 줄 수 있다고 하셨어요. 실현 가능성을 확인했죠.”
✚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실행하진 못했군요.
하승민 : “맞아요. 아쉬워요. 요양원·자원봉사센터 등 시장 외에 아이스팩을 고정적으로 재활용할 창구를 찾았는데 실행은 못했으니까요. 그런데 가능성이 생겼어요. 올해 열린 수업에서 저희 프로젝트를 이어받은 팀이 있거든요. 기숙사에 사는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김지윤 : “학교 밖에서 실행하려니 어렵더라고요. 일반 시민의 참여를 끌어내는 것도, 시청과 의견을 조율하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배울 점이 많았지만, 프로젝트를 실현하는 데엔 한계가 있었죠.”
✚ 프로젝트 과정이 만만치 않았군요. 끝난 소감을 들려주세요.
김지윤 : “한학기 내내 아이스팩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이해관계가 얽힌 시민·상인·시청 사이에서 의견을 조율하는 동시에 우리의 의견까지 적용하는 게 힘들었지만 뿌듯했어요. 아참, 저희 팀 수업 최종평가에서 2등했어요.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뿌듯하더라고요(웃음). 다음 팀이 어떻게 저희 프로젝트를 실현할지 많이 기대돼요.”
하승민 : “아이스팩 재활용 사업이 누구를 위한 건지 명확하게 정하기까지 고민이 많았어요. 당장은 시민이든, 시청이든, 상인이든 누구에게도 이익이 아닐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모두를 위한 거라고 결론 내렸죠. 프로젝트가 끝나지 않은 만큼 아이스팩 재활용을 향한 관심도 이어갈 거예요.”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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