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정의」
더디 오는 ‘정의’에 대한 비판과 기록

저자는 ‘보수의 품격’을 잃어버린 보수와 촛불 명령을 무력하게 만든 진보를 향해 일침을 가한다.[사진=뉴시스]
저자는 ‘보수의 품격’을 잃어버린 보수와 촛불 명령을 무력하게 만든 진보를 향해 일침을 가한다.[사진=뉴시스]

형사 출신의 경찰대학 교수. ‘그것이 알고싶다’ 등 각종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강력범죄 사건 및 미제사건을 분석하는 범죄심리학자. 표창원은 우리에게 프로파일러 혹은 범죄분석 전문가로 잘 알려진 인물이었다.

그의 행보에 변화가 생긴 건 2012년 12월 18대 대선을 앞두고서다. ‘국정원 여론조작 의혹’이 불거졌던 당시에 그는 범죄수사 전문가로서 “다른 범죄사건처럼 적극적인 수사로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직설했는데, 그 주장이 돌연 매서운 공격을 받았다.

경찰대학 교수의 ‘정치적 중립 위반’이라는 비난이 일자 그는 교수직에서 물러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택했다. 그로부터 3년 후 2015년 12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에 입당했고, 이듬해 제20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그는 정치에 입문했던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한 사람의 시민이 자유로운 개인의 의사로, 자기 앞에 다가온 불의를 외면하지 않고 옳다고 믿는 주장을 용기 내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정치인으로서의 활동은 그리 길지 않았다. 4년간의 의정활동 후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탈당한 뒤 정계를 은퇴했다. 

신간 「게으른 정의」는 표창원 전 국회의원이 쓴 대한민국 정치비평서다. 박근혜ㆍ최순실 국정농단에서 비롯된 촛불혁명부터 국민의 절대적 지지로 세워진 문재인 정권에 대한 회의가 일기까지, 그 우여곡절의 중심에서 목도한 정치 민낯을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그간 전념해온 범죄분석의 경험과 이론들을 활용해 프로파일링하듯 정치계를 분석한다.

이 책은 “용기 있게 옳은 소리를 하고 탄압과 핍박을 받더라도 어느 한쪽의 정치 진영이나 정당 편을 들지 않고 잘살 수 있단 걸 증명하고 싶었던” 저자의 자기 고백이다. 저자는 한국 정치의 진실과 정의를 찾기 위해 들어선 국회가 ‘상설 전투장’ 같았다고 회고한다. ‘보수의 품격’을 잃어버린 보수와 촛불명령을 무력하게 만든 진보를 지적하고 ‘본업보다 다른 일로 바쁜’ 국회의원들이 저지르는 불법들, ‘전쟁 국회’를 부추기는 ‘실세’들을 낱낱이 폭로한다.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국회의원들의 과오와 갑질 등 잘못된 행태를 다룬다. 보수와 진보, 여야 할 것 없이 아수라장 같은 모습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여러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한국에서 오용되고 있는 ‘보수와 진보’의 원론적 의미를 되새기고, 옳고 그름을 과학적으로 수사하는 프로파일링 이론을 통해 한국 정치를 분석한다. 

2부에서는 ‘가짜뉴스’ ‘좀비 정치’ ‘썩은 사과 같은 비리 정치인’ 등 정치의 현주소를 들여다본다. 저자는 지금의 대한민국 정치를 소속 정당에 따라 상대를 무조건 공격하는 ‘좀비 정치’로 표현하며, 영화 ‘기생충’, 부정부패를 ‘썩은 사과’에 빗댄 범죄학·행정학 이론 그리고 부패한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의 역사 등을 활용해 설명한다. 

3부는 ‘국제적인 차별과 혐오’ ‘나라 망신시키는 외교관’ ‘한국 청년 정치가 나아갈 바’에 대해 이야기한다. 국가별 청년 정치의 모습을 살피고 한국의 청년 정치는 어디쯤 와 있는지, 어떻게 나아갈지 짚어본다. 

세 가지 스토리 

「록코노믹스」
피용익 지음|새빛 펴냄


시대마다 당대를 풍미한 록스타들이 있다. 흥미로운 점은 그들의 음악 속에서 경제현상이 묻어난다는 사실이다. 이 책의 저자는 대중의 귀를 사로잡았던 대중음악에 숨어있는 경제현상을 찾아내고 비밀을 파헤친다. ‘경제적 풍요로움을 즐긴 로큰롤’ ‘밥 딜런의 성공으로 본 부의 편중’ ‘본 조비 히트곡의 배경이 된 낙수효과’ 등이 그것이다. 1950년대 로큰롤의 탄생부터 BTS가 활약하는 현재를 아우른다.

「고통 없는 사회」
한병철 지음|김영사 펴냄


고통 회피의 시대다. 사랑의 고통조차 의심스러운 것이 되고 있다. 고통에 대한 공포는 사회에도 적용된다. 고통스러운 대결을 초래할 수 있는 갈등이나 논쟁은 갈수록 설자리를 잃어간다. 고통을 이렇게 회피해도 괜찮을 걸까. 저자는 죽음을 몰아내려 할수록 좋은 삶에 관한 감각을 상실하듯, 고통을 밀어낼수록 고통에 더 예민해진다고 지적한다. 고통을 피하지 않고 마주할 때 우리의 문제를 직시할 수 있다는 거다.


「고장 난 회사들」
마틴 린드스트롬 지음|어크로스 펴냄


브랜드ㆍ마케팅 전문가 마틴 린드스트롬이 기업들의 다양한 ‘고장 사례’를 소개한다. 조직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적인 문제들과 만연한 부조리를 파헤친다. 예컨대 1MB 이상의 파일전송을 금지하는 꽉 막힌 보안 규정, 고객 감소 원인을 실내조명등에서 찾는 항공사의 모습 등이다. 낡은 규칙과 관행, 사소한 내부 문제에 안일하게 대응하는 사이 회사가 어떻게 나락으로 떨어지는지 보여준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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