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니어링 |  ESG 경영 분기점

플랜트는 대표적으로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사업이다. 화공化工 플랜트는 특히 그렇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오랜 기간 화공 플랜트에서 강점을 보여왔다. 그러나 ESG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며 삼성엔지니어링도 방향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전공이나 다름없는 화공을 놓치지 않으면서 ‘친환경’이란 새 영역에서도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삼성엔지니어링이 2008년 사우디에 완공한 APC PDH/PP 플랜트 전경.[사진=삼성엔지니어링 제공]
삼성엔지니어링이 2008년 사우디에 완공한 APC PDH/PP 플랜트 전경.[사진=삼성엔지니어링 제공]

2020년 4월 코로나19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락했다. 많은 대륙에서 경제가 멈춰 섰지만 원유 생산량이 되레 늘면서 두바이유는 배럴당 10달러 선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해외 플랜트를 수주하는 시장에서 유가 하락은 적신호다. 저유가 국면에선 해외 플랜트의 발주처인 산유국의 돈벌이가 좋을 수 없어서다. 

하지만 2020년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액은 300억 달러를 넘긴 351억 달러에 육박했다. 2019년 실적인 223억 달러보다 57.4% 성장한 수준이다. 삼성엔지니어링도 코로나19 국면을 잘 돌파한 건설사 중 한곳이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5.6% 증가한 6조725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8.9% 줄어든 3501억원에 그쳤지만, 2018년보단 70.4% 증가했다. 해외 수주액 역시 2018년 69억3871만 달러에서 2020년 76억3937만 달러로 10% 늘어났다. 

그럼에도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목표 해외수주액을 ‘낮춰’ 잡았지만 시장 상황이 최악인 건 아니다.[※참고: 올해 삼성엔지니어링의 목표 수주액은 6조원(약 53억5900만 달러). 2020년 목표치와 비교하면 37% 감소한 수치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위축을 미리 대비한 목표치다.] 

무엇보다 국제유가가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인 배럴(두바이유)당 60달러 선으로 회복됐다. 올해 들어 이미 수주한 프로젝트도 있다. 지난 2월 계약한 1400억원 규모의 태국 올레핀 플랜트 개보수 프로젝트(OMP)가 대표적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수주를 기대할 만한 프로젝트도 적지 않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리포트를 통해 10억 달러 규모의 사우디 APC PDH/PP(석유화학 플랜트)나 1년 이상 지연됐던 UAE 하일앤가샤(45억 달러·3개 패키지) 해상 가스전 입찰 재개를 수주 파이프라인으로 꼽았다. 

그렇다고 호재만 있는 건 아니다. 삼성엔지니어링이 변화의 기점에 서 있다는 건 중요한 변수다. 화공化工 플랜트에 강점을 갖고 있는 삼성엔지니어링은 ‘석유’를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이 때문에 최근 새로운 경영기준으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부응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실제로 삼성엔지니어링은 ‘친환경 기술’을 개발하고 론칭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환경분야에선 수水 처리 플랜트 사업을 통해 풍부한 경험을 쌓아왔다. 지난 3월엔 삼성벤처투자가 만든 투자조합에 300억원을 출자해 친환경 기술을 확보한 벤처기업을 물색 중이다. 4월 5일에는 친환경 분야 컨설팅을 통해 저탄소·수소 사업에 나서겠다는 선언도 이어졌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친환경 사업은 비즈니스 모델 형태로 가져갈 계획”이라며 “벤처기업을 육성하고 수소·저탄소 분야로 투자를 차츰 늘려 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과연 전공 ‘화공’ 분야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친환경 분야’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꾀할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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