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홍수 전 주상하이한국문화원 원장
불법채용 의혹도 조사 안 해
직원들은 1년째 대체휴가 중

2020년 3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해외홍보문화원은 주상하이한국문화원 소속 직원 2명(H씨와 K씨)으로부터 ‘갑질 신고’를, 김홍수 전 주駐상하이한국문화원 원장으로부터 ‘H씨와 K씨에 관한 징계 건의안’을 접수했다. 문체부는 “(두 사안에 관해) 공정하게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전 원장은 “조직에 도둑이 있다고 신고했더니, 도둑에게 갑질했다며 잘못을 뒤집어씌웠다”면서 목청을 높였다. 그는 왜 이런 주장을 하는 걸까. 

김홍수 전 원장은 “해외문화홍보원이 불법채용 의혹은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김홍수 전 원장은 “해외문화홍보원이 불법채용 의혹은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소개를 간단히 부탁드린다. 
“2006년 외무고시(40회)를 합격한 후 외교관으로 공직에 입문했다. 2013년에 산업통상자원부로 소속을 옮겼다. 지금도 산자부 소속 공무원이다. 외교관 시절부터 중국 중심으로 경력을 쌓았다. 2019년 주상하이한국문화원(이하 상하이문화원) 원장 공개채용이 있어서 지원했고, 그해 9월 임용됐다.”

✚ 지금도 원장직을 맡고 있나. 
“산자부 소속 공무원직은 유지하고 있지만, 원장직에선 직위해제됐다.”

✚ 왜 직위해제됐나. 
“지난해 3월 두명의 직원(H씨와 K씨)이 나에게 갑질을 당했다고 상하이문화원의 본부격인 해외문화홍보원(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기관)에 신고를 해서다.”[※참고: 상하이문화원은 직제상 외교부 소속이다. 하지만 예산이나 내부관리 등 운영은 문체부가 관할한다. 원장은 공무원이고 외교부 통제를 받는다. 반면 직원들은 일반인이며, 해외문화홍보원 소속이다. 말하자면 원장에게 문화원 직원들에 관한 인사권이 없다는 얘기다. 이런 유형의 문화원은 현재 32개소(27개국)가 있으며, 비슷한 성격의 문화홍보관도 10개소(9개국)가 있다.] 

✚ 갑질 신고 내용이 뭔지 아는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핵심 사안은 두 직원의 대체휴가를 허용하지 않았다는 거다. 해외문화홍보원도 이 문제를 가장 큰 문제로 인식하는 듯했다.”

김 전 원장과 해외문화홍보원 소속 직원이 주고받은 메일 내용을 보면, 해외문화홍보원 측은 직원들의 대체휴가를 허락하지 않은 점을 근로기준법을 어긴 것으로 간주했다. 

✚ 대체휴가를 불허한 이유가 있는가.
“대체휴가는 연장근로를 했을 경우, 금전적 보상 대신에 주는 거다. 문제는 연장근로가 상식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 어떤 점을 상식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나. 
“H씨와 K씨는 지각이 잦았다.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 있는 10~20분 늦는 수준이 아니었다. 9시가 출근시간인데, 오전 11시나 12시에 나오기도 했다. 오후에 문자로 대체휴가를 쓰겠다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내겐 대체휴가를 막을 권한이 없다. 하지만 이런 식이면 조직운영이 되질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늦게 출근을 하고서 야근을 한다는 거다. 그럼 야근이 모두 연장근로가 돼서 다시 대체휴가 시간이 늘어난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건 막아야 하지 않나. 기관장으로서 이를 방치하면 추후에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 그래서 징계 건의를 한 건가.
“그렇다. 해외문화홍보원도 직원들의 연장근로가 너무 많다면서 이를 바로잡아 달라고 요구했다. 취임 후 약 4개월간 연장근로 관련 문제를 해결하려 했는데, 두 직원의 행동엔 변화가 없었다. 그래서 징계 건의와 함께 관련 자료를 첨부해서 해외문화홍보원 측에 보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둘 중 한명은 불법채용 정황이 있었는데도 묵인했다.” 

✚ 그게 무슨 말인가. 
“H씨가 입사한 시기엔 채용공고가 없었다. 그의 이력서가 인사권을 가진 해외문화홍보원에 전달된 것도 입사 이후였다.” 

✚ 불법채용 의혹에 대해 해외문화홍보원은 어떤 입장을 견지했나. 
“사실관계를 조사해보기는커녕 ‘불법채용까지 문제 삼겠다는 건 해외문화홍보원과 정면으로 각을 세우자는 것 아니냐’고 하더라.”

✚ 해외문화홍보원에 따르면 H씨와 K씨가 갑질 신고를 한 지 열흘 후에 그들의 징계를 건의했다. 갑질 신고에 화가 난 원장이 ‘보복성 징계 건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관계가 틀렸다. 분명히 내가 징계를 건의한 후에 갑질 신고가 이뤄졌다. 만약 징계 건의 열흘 전 갑질 관련 신고절차가 진행됐다면 해외문화홍보원에서 왜 내게 (열흘 동안) 연락조차 하지 않았겠는가. 갑질 신고 후에 보복성 징계 건의가 있었다는 건 해외문화홍보원의 주장일 뿐이다. 징계 건의 열흘 전에 어떤 갑질 신고가 있었는지, 해외문화홍보원 측이 정확히 밝히면 의혹은 풀릴 거라 본다.”

✚ 갑질 신고와 징계 건의 두 사안의 조사는 어디에서 하는가. 
“해외문화홍보원이다. 그런데 공정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 그렇게 말하는 근거가 뭔가.
“내가 갑질을 했다면 갑질에 관한 조사를 벌이면 되고, 징계 건의를 했으면 그에 관한 조사를 하면 된다. 하지만 해외문화홍보원 측은 ‘왜 대체휴가를 인정해주지 않았느냐’만 걸고 넘어졌다.”

✚ 징계 건의 관련 조사를 안 했다는 건가. 
“그렇다. 심지어 갑질 신고 후 두 직원은 곧바로 대체휴가를 냈고, 직장에 나오지 않았다. 황당한 건 해외문화홍보원 관계자가 내부 전산망에 들어와서 내 이름으로 대체휴가를 결재했다는 거다. 두 사람의 연장근로 시간도 2배 가까이 확 늘어나 있었다. 반면 다른 직원들의 연장근로 시간은 크게 줄어있었다. ‘관련 내용 수정 금지’라는 문장까지 달려 있었다. 대체휴가의 원인이 되는 연장근로 자체가 잘못 산정됐다는 걸 얘기하면서 징계 건의를 했는데 ‘왜 대체휴가를 안 주느냐’고만 하는 식이다. 이럴 거면 원장이 왜 필요한가.”[※참고: 해외문화홍보원 관계자는 대체휴가를 원장 대신 결재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스템이 잘못된 걸 바로잡은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 두 직원이 대체휴가로 얼마나 쉬었나.
“지난해 3월부터 7월까지 대체휴가로 쉬었다. 이후 해외문화홍보원에서 내가 갑질을 했으니 두 직원을 격리해야 한다는 이유로 다른 근무지를 알아봐 달라더라. 그래서 현지 교민들이 운영하는 민간단체와 지역 대표부에 두 사람을 보냈는데, 거기서도 아무 일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까지 그렇게 지냈다. 출퇴근 역시 마음대로였다. 이후 또 대체휴가로 쉬고 있다. 엄밀히 말해 지난해 3월부터 지금까지 거의 1년간 쉬고 있는 셈이다. 이런 식의 대체휴가가 도대체 어디 있는가.”

✚ 이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나. 
“두 직원에게 내용증명을 보냈다. ‘현재 근무지를 무단이탈해 있으니 계속 그렇게 있으면 안 된다’ ‘일단 복귀해서 문제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랬더니 해외문화홍보원 관계자가 ‘2차 가해’라고 지적하더라.”

✚ 다른 직원들도 대체휴가를 많이 쓰나.
“당연히 그렇지 않다. 직원이 몇명밖에 되지 않는데 그렇게 오래 쉬어버리면 일이 돌아가겠는가.”

✚ 두 직원은 여전히 급여를 받고 있나.
“그렇다. 중요한 건 그 급여가 문체부 예산, 즉 세금이라는 거다. 놀고 있는 직원에게 세금을 낭비하는 거나 다름없다고 본다.”

직원 징계 건의를 받은 해외문화홍보원의 태도는 상식적이지 않았다. 사진은 박정렬 해외문화홍보원장.[사진=뉴시스]
직원 징계 건의를 받은 해외문화홍보원의 태도는 상식적이지 않았다. 사진은 박정렬 해외문화홍보원장.[사진=뉴시스]

✚ 예산은 어디서 나오는가. 
“문화원은 직제상 외교부 관할이고, 내 인사권은 외교부가 갖고 있다. 하지만 직원은 문체부 해외문화홍보원 소속이고, 인사권도 그곳이 갖고 있다. 예산도 해외문화홍보원에서 나온다.”

✚ 그래서 두 직원에게 급여를 줄 수 없다고 주장했나. 
“해외문화홍보원 측에 ‘일하지 않는 직원에게 월급을 주는 건 세금을 허투루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직원들의 징계 건의에 관한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나도 월급 결재를 할 수가 없다’고 통보했다. 그러면서 ‘그럴 거면 당신들이 직접 급여를 지급하고, 급여를 토해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음을 공지하라’고도 했다. 그랬더니 그건 불법이어서 안 된다고 하더라. 그래 놓고는 지난 3월에 내가 직위해제되니까 해외문화홍보원 측이 직접 직원들에게 급여를 보내주더라. 원칙도 없다는 얘기다.”

✚ 실명을 내걸고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가 있나. 
“아버지도 공직자였다. 늘 공무원으로서의 자긍심을 갖고 사셨고, 나 역시 그렇게 살겠다고 다짐했다. 이상하게 굴러가는 상하이문화원을 정상적으로 바꾸고 싶었다. 하지만 문체부와 해외문화홍보원의 태도는 상식밖이었다. 도둑이 있다고 신고를 하니 되레 도둑에게 갑질했다며 잘못을 뒤집어씌웠다. 이렇게 불명예스럽게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싶지 않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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