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시장 판도 바뀔까

국내 버거시장의 판도가 바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버거시장의 판도가 바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맥도날드와 버거킹은 글로벌 프랜차이즈 버거시장의 맞수다. 같은 해(1954년) 설립한 맥도날드와 버거킹은 각각 빅맥, 와퍼란 시그니처 메뉴로 탄탄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맥도날드의 인기를 버거킹이 따라가지 못했다. 매장 수에서도 격차가 컸다. 2016년 맥도날드(436개)의 매장은 버거킹(266개)보다 170개나 많았다. 국내는 ‘맥도날드’의 세상이었던 셈이다. 

토종 버거업체의 강자는 단연 롯데리아였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깃발을 꽂는 전략으로 롯데리아는 버거시장을 평정했다. ‘가성비’로 무장한 맘스터치가 인기몰이에 성공했지만 롯데리아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으로 보였다. 예컨대 2015년 롯데리아의 매장이 1300개에 육박할 때 맘스터치의 매장은 825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버거시장의 판도가 최근 달라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버거킹은 올해 매장 수 411개를 기록하며 맥도날드 404개를 넘어섰다. 맘스터치도 마찬가지다. 매해 100개에 가까운 신규매장을 오픈하더니 지난 3월말 매장 1333개를 기록, 롯데리아(1334개)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지난 1분기엔 맘스터치가 롯데리아의 매장 수를 한차례 넘어서기도 했다. 한편에서 ‘버거시장의 강자가 바뀌었다’는 분석을 내놓는 이유다. 

과연 그럴까. 아직은 섣부른 분석으로 보인다. 실적을 보면 버거킹이 맥도날드를 따라잡긴 멀었다. 매장 수는 역전했지만 매출은 맥도날드(9800억원)의 40% 수준(5713억원·버거킹 운영사 비알코리아)에 머물러 있다. 맘스터치의 매출 역시 롯데GRS(롯데리아 운영사)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롯데지알에스 매출은 2020년 6831억원으로 전년(8399억원) 대비 18.7% 감소했지만 여전히 맘스터치(2853억원)보다 두배 이상 많다. 

맥도날드의 실적이 높은 건 주기적으로 시즌 상품을 내며 강력한 마케팅을 펼쳐 온 데다, 배달·드라이브 스루를 통한 판매량이 크게 증가해서다. 롯데리아는 전국 곳곳 경쟁자가 없는 상권까지 진출한 게 꾸준한 매출의 발판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맥도날드와 롯데리아의 입지가 탄탄하기만 한 건 아니다. 맥도날드는 2016년 터진 햄버거병(용혈성요독증후군·HUS) 이슈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가격 인상, 품질 저하 등의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참고: 한국 맥도날드는 “맛이 변했다”는 지적에서 벗어나기 위해 2020년 ‘베스트버거 이니셔티브’로 품질 개선에 나섰다.] 

롯데리아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수익성이 불안정하다. 2017년 311억원, 2018년 32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다 2019년 흑자전환(68억원)했지만 2020년 또다시 334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게다가 야심차게 낸 신제품(폴더버거·밀리터리버거)마다 비싼 가격, 광고모델 인성 문제 등 논란이 따라붙었다. 맥도날드와 롯데리아는 국내 시장에서 ‘강자’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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