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피자의 시대 도래
대기업 · 대형 프차의 등장
피자 시장 판도 달라질까

저가커피, 저가햄버거에 이어 피자 시장에도 가성비 바람이 불고 있다. 더본코리아의 ‘빽보이피자’가 문을 연 데 이어 신세계푸드가 ‘노브랜드피자’ 론칭을 검토하면서다. 물론 피자스쿨·반올림피자샵·피자마루 등 1만원대 피자 브랜드가 자리를 잡고 있긴 하지만 대형 업체의 저가피자 시장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브랜드는 피자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더본코리아는 2021년 12월 21일 피자 브랜드 ‘빽보이피자’를 론칭했다.[사진=더본코리아]
더본코리아는 2021년 12월 21일 피자 브랜드 ‘빽보이피자’를 론칭했다.[사진=더본코리아]

‘1500원 커피’ ‘1900원 햄버거’에 이어 이번엔 피자 시장에 ‘가성비’ 바람이 불고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부터 대기업 식품업체까지 피자 시장을 노크하면서다. 대표적인 게 백종원 대표가 이끄는 더본코리아의 ‘빽보이피자’다. 빽보이피자는 2021년 12월 21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1호점을 열었다. 그동안 더본코리아가 선보여온 새마을식당, 홍콩반점, 빽다방과 마찬가지로 빽보이피자 역시 가성비를 앞세우고 있다.

제품 가격은 빽보이피자 1만900원, 미트폭탄피자 1만2900원, 불닭레전드피자 1만4900원 등 1만원대다. 가격 경쟁력을 강조한 만큼 매장도 포장·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소규모 매장으로 기획했다. 더본코리아 측은 “빽보이피자는 테스트 단계”라면서 “피자를 가격 거품 없이 푸짐하게 즐기고 싶은 고객의 니즈를 반영해 1년여간 준비기간을 거쳐 만든 브랜드다”고 소개했다. 

빽보이피자뿐만이 아니다. ‘노브랜드버거’로 1900원대 햄버거를 선보인 신세계푸드 역시 피자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2021년 10월 공정거래위원회에 노브랜드피자 가맹사업을 위한 정보공개서를 등록했다. 신세계푸드 측은 “노브랜드피자의 구체적인 사업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선을 그었지만 업계 안팎에선 노브랜드피자의 론칭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햄버거 시장을 휩쓴 가성비 브랜드 열풍이 피자 시장으로 옮겨붙고 있다.[사진=뉴시스]
햄버거 시장을 휩쓴 가성비 브랜드 열풍이 피자 시장으로 옮겨붙고 있다.[사진=뉴시스]

2019년 론칭한 노브랜드버거가 가맹사업을 시작한 지 2년여 만에 점포를 160개로 늘린 성공 사례를 좇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서다.[※참고: 실제로 노브랜드버거가 100호점을 넘어서면서 신세계푸드의 수익성도 개선되고 있다. 신세계푸드의 2021년 3분기 매출액(이하 누적 기준)은 9956억원으로 전년 동기(9331억원) 대비 6.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9억원에서 196억원으로 6.8배가 됐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업체의 피자 시장 진출이 피자업계 판도를 바꿔 놓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가성비 햄버거가 등장하면서 시장의 DNA가 바뀐 햄버거 시장처럼 말이다. 대표적인 게 맘스터치(맘스터치앤컴퍼니)와 노브랜드버거다. 2004년 1호점을 연 맘스터치는 2010년 중반 무렵부터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당시 맘스터치는 주로 임대료가 저렴한 골목상권에 출점하는 대신 경쟁사 대비 저렴한 3000원대 가격에 햄버거를 판매했다. 

그러면서도 주문 시 치킨 패티를 즉석에서 튀겨 판매해 소비자로부터 “혜자롭다(가성비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참고: 저렴한 가격 정책 덕분에 성공한 맘스터치는 이후 잇따른 가격 인상·메뉴 재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맘스터치의 대표 제품인 싸이버거의 가격은 2016년 3200원에서 현재 3800원으로 18.7% 올랐다.] 

이어 등장한 노브랜드버거 역시 가성비를 앞세웠다. “Why pay more?(돈을 왜 더 내?)”란 슬로건은 노브랜드버거의 콘셉트를 잘 보여주는데, 실제로 가격도 저렴하다. ‘그릴드 불고기 버거’는 1900원에, ‘NBB 오리지널 버거’는 2900원에 판매되고 있다. 가장 비싼 햄버거 제품은 ‘미트 마니아’로 가격은 5400원이다. 롯데리아 햄버거 가격(이하 단품 기준)이 2900~7500원, 맥도날드는 2900~7700원 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낮은 편이다. 

가성비로 무장한 브랜드가 등장하자 햄버거 시장이 꿈틀댔다. 맥도날드·롯데리아 등 기존 햄버거 브랜드들이 ‘고급화’를 지향하면서 햄버거 가격이 높아질 대로 높아져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서 시작한 경기침체로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은 가성비 햄버거에 손을 뻗기 시작했고, 햄버거 시장에 균열의 조짐이 나타났다.

일례로 점포 수 1위 자리를 놓치지 않던 롯데리아(1330개)는 2021년 맘스터치(1343개)에 밀렸다. 매출액도 곤두박질쳤다.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GRS의 매출액은 2019년 8398억원에서 2020년 6831억원으로 18.6% 감소했다. 가성비 브랜드의 등장이 ‘햄버거 공룡’의 입지와 태도에 변화를 불러온 셈이다. 

그렇다면 ‘가성비 피자’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피자 시장은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까. 현재 피자 시장을 이끄는 건 도미노피자ㆍ피자헛ㆍ파파존스 등 대형 피자 프랜차이즈다. 이들 브랜드의 2020년 매출액은 각각 2328억원, 1197억원, 525억원이었다. 피자 가격대는 2만~3만원 안팎이다. 빽보이피자처럼 1만원대 가성비 피자가 파고들 가능성이 충분한 셈이다. 기존 피자 브랜드를 향한 소비자의 가격 만족도가 높지 않다는 점도 변수다.

대형 프랜차이즈 · 대기업의 저가피자 시장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사진=뉴시스]
대형 프랜차이즈 · 대기업의 저가피자 시장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사진=뉴시스]

한국소비자원이 피자전문점 5곳(도미노피자ㆍ피자헛ㆍ미스터피자ㆍ피자에땅ㆍ파파존스)의 소비자 만족도를 조사(2017년 기준)한 결과에 따르면, ‘이용 편리성(3.86점)’ ‘배달서비스(3.72점)’ ‘맛ㆍ메뉴(3.70점)’ 등은 높게 나타난 반면 ‘할인혜택(3.35점)’ 만족도는 가장 낮게 나타났다. 

‘가성비 피자’를 이끄는 세력이 대형 프랜차이즈라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기존에도 피자스쿨ㆍ반올림피자샵ㆍ피자마루 등 1만원대 피자 브랜드가 자리 잡고 있었지만 대형 프랜차이즈ㆍ대기업의 저가피자 시장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은희 인하대(소비자학)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가성비 햄버거는 기존 햄버거 브랜드에 만족하지 못하는 소비자를 파고들어 시장에 안착했다. 피자 역시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경우 ‘맛은 좋지만 값이 비싸다’, 저가 피자 브랜드의 경우 ‘브랜드 인지도나 신뢰도가 낮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신생 브랜드가 저렴하면서도 퀄리티 높은 제품을 선보인다면 소비자의 호응을 얻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피자 시장을 파고드는 가성비 바람은 어떤 변화를 몰고 올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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