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매출액 달성한 맥도날드
두번째 여성 CEO 김기원 대표
수익성 개선 숙제 풀 수 있을까

햄버거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 3대 버거’라 불리는 파이브 가이즈부터 ‘오바마가 버거’로 알려진 굿 스터프 이터리까지 국내 시장에 줄줄이 둥지를 틀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액 1조원을 기록한 맥도날드가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맥도날드는 전 최고마케팅책임(CMO) 김기원 대표를 수장에 앉혔다. 사상 두번째 여성 CEO인 김 대표는 맥도날드 앞에 놓인 과제를 풀 수 있을까. 

맥도날드는 지난해 매출액 1조원을 달성했지만 적자의 늪을 벗어나진 못했다.[사진=뉴시스]
맥도날드는 지난해 매출액 1조원을 달성했지만 적자의 늪을 벗어나진 못했다.[사진=뉴시스]

수많은 악재에 시달리던 맥도날드(한국맥도날드)가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액을 기록했다. 맥도날드 측은 “2021년 맥도날드 직영점·가맹점 전체 매출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면서 “한국 시장 진출(1988년) 이후 최대 매출액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2000년대 초반 불어닥친 웰빙 열풍에 이어 2016년 터진 ‘햄버거병(용혈성요독증후군·HUS)’ 사태로 경영 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던 맥도날드로선 모처럼 받아본 희소식이다.[※참고: 햄버거병 사태는 2016년 네살 여아가 덜 익은 맥도날드 패티를 먹고 용혈성요독증후군에 걸렸다고 주장한 사건이다. 맥도날드는 불기소 처분을 받았지만, 맥도날드에 불량 패티를 납품한 업체 임직원은 지난 2월 2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맥도날드는 새로운 수장에 김기원 전 CMO를 선임했다. 지난 1일 임기를 시작한 김기원 대표는 코카콜라·SBS미디어홀딩스·P&G 등을 거친 마케팅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맥도날드에는 2020년 4월 입사했다. 회사 측은 “김 대표는 맥도날드에 합류한 이후 ‘The BTS 세트’ ‘베스트 버거’ 등 굵직한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다”면서 기대감을 내비쳤다. 

김 대표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또 있다. 조주연 전 대표(2016년 3월~2020년 2월)에 이은 맥도날드의 두번째 여성 CEO이기 때문이다. 정연승 단국대(경영학) 교수는 “유통이나 식음료 등 소비재의 경우 여성 CEO의 강점이 발휘되기 좋은 분야”라면서 “최근 확산하는 ESG 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도 맥도날드의 행보는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김 대표는 쏟아지는 관심에 걸맞은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아직까진 과제가 적지 않다. 김 대표 전임인 앤토니 마티네즈 전 대표(2020년 2월~2022년 4월)는 고꾸라진 매출액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조리방식·기구를 전면 교체하는 ‘베스트 버거’ 프로젝트 등을 펼친 결과, 2019년 7248억원(이하 직영점 기준)이던 매출액이 지난해 8678억원으로 19.7% 증가했다. 문제는 ‘마티네즈 체제’가 흑자 전환엔 성공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2018년 이후 400억원대 영업적자를 기록해온 맥도날드는 지난해에도 277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냈다. 결국 마티네즈 전 대표도 풀지 못한 ‘수익성 개선’이란 과제를 김 대표가 풀어야 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쉽지 않은 과제”라고 말했다. 수익성을 개선하려면 ‘가격’이나 ‘서비스’를 건드려야 할 때가 많아서다. 

익명을 원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프랜차이즈 업체가 수익성을 개선하는 방법은 어쩌면 간단하다. 서비스를 줄이거나 소비자 가격을 높이는 거다. 하지만 이는 소비자가 반발할 수 있다는 리스크가 있다.”

실제로 맥도날드의 첫 여성 CEO였던 조주연 전 대표는 수익성 제고를 위해 소비자에게 좋은 제도들을 없앴다가 부메랑을 맞았다. 대표적인 게 ‘맥런치’ 제도 폐지였다. 맥도날드가 2005년 처음 선보인 맥런치는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주요 세트 제품을 할인 판매하는 제도다. 인기 세트 제품을 14%가량 할인해줘 소비자에게 호응을 얻었다. 

햄버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맥도날드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사진은 고든램지 버거 제품.[사진=뉴시스]
햄버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맥도날드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사진은 고든램지 버거 제품.[사진=뉴시스]

하지만 조 전 대표는 2018년 맥런치 서비스를 중단했고, 소비자의 반발을 샀다.[※참고: 맥도날드는 지난해 3월 맥런치를 재출시했다. 재출시 이후 3주 만에 점심 시간대 매출액이 11%가량 증가(전년 동기 대비)할 만큼 큰 호응을 얻었다.] 

조 전 대표 시절, 배달 서비스인 ‘맥딜리버리’의 최소 주문금액을 7000원→8000원(2016년 2월), 8000원→1만원(2017년 2월)으로 지속적으로 올린 것도 소비자의 원성을 샀다. 조 전 대표 입장에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었지만, 되레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는 악수가 된 셈이었다. 

이 때문인지 맥도날드 최초 여성 CEO라는 타이틀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조 전 대표는 ‘파괴왕(좋은 서비스를 없앤다는 의미)’이란 불명예스러운 별칭만 남긴 채 회사에서 떠났다. 이 사례는 ‘적자 해소’란 과제를 짊어진 두번째 여성 CEO 김 대표에게 시사하는 점이 많다. 

정연승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한국 사회에서 흔치 않은 여성 CEO는 여전히 관심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같은 이슈가 터지더라도 여성 CEO에게 더 가혹한 비판을 제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김 대표가 조 전 대표처럼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추기가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김 대표는 전임 마티네즈처럼 고객 중심 경영을 강화해 성장 모멘텀을 가속화하는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 앞에 놓인 난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햄버거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도 김 대표에겐 부담 요인이다. 업종을 불문하고 숱한 기업이 햄버거 시장을 두드리고 있어서다. 일례로 잡화(우산·양산) 전문기업 진경산업이 지난 1월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 ‘고든램지 버거’를 론칭했다. 최대 14만원을 호가하는 값비싼 햄버거이지만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대우산업개발의 자회사인 이안GT도 지난 1일 ‘오바마 버거’로 알려진 미국 유명 수제버거 브랜드 ‘굿 스터프 이터리’를 선보였다. 햄버거 출시를 눈앞에 둔 기업도 적지 않다. 원양어업 전문기업 신라교역은 2020년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 ‘파파이스’를 재론칭(9월 예정)할 계획이다. 한화솔루션 갤러리아 부문은 ‘미국 3대 버거’로 알려진 ‘파이브 가이즈’를 한국 시장에 선보이기 위해 계약 절차를 밟고 있다. 

이정희 중앙대(경제학) 교수는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고자 하는 B2B(기업 간 거래) 기업들이 소비자와 밀접한 햄버거 시장에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취임한 김 대표에겐 ‘정크푸드’ ‘패스트푸드’라는 맥도날드의 이미지를 어떻게 개선하느냐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김 대표는 맥도날드의 성공한 여성 CEO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그는 험난한 출발선에 섰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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