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련 노동자 대신할 수 있나

사람이 하던 단순작업의 상당수는 로봇으로 대체될 수 있다. 일자리를 놓고 인간과 기계가 다툴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건설 현장에도 ‘로봇 도입’이 활발해지고 있다.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조금씩 로봇을 현장으로 가져오기 시작하면서다. 하지만 건설 분야에서의 로봇 도입은 ‘인간과 기계’의 다툼보단 ‘안전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람이 하기엔 위험한 작업을 로봇이 대신할 수 있어서다. 

데이터를 모으고 위험 작업을 대신하는 로봇 '스팟'의 모습.[사진=GS건설 제공]
데이터를 모으고 위험 작업을 대신하는 로봇 '스팟'의 모습.[사진=GS건설 제공]

건설 현장은 위험투성이다. 올 1분기 100대 건설사 현장에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사고만 14건이었다. 아무리 안전 규범을 강화해도 사고는 매년 발생한다. 건설업의 특성상 높은 곳에서 일하거나 유독물질을 다루는 일이 잦아서다. 사람이 하는 일인 만큼 실수를 100% 막을 수도 없다. 그래서 일부 건설사는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새로운 방식을 생각해냈다. 사람 대신 로봇을 쓰는 거다.

GS건설은 2020년 7월 건설 현장에 ‘네 발’로 걸어 다니는 로봇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로봇공학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제작한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이다. 스팟은 살짝 접혀 있는 4개의 다리에 몸체가 붙어 있어 경비견처럼 건설 현장을 돌아다닐 수 있다. 계단을 자유자재로 오르고, 험한 지형에서도 달리는 게 가능하다. 흔들리는 건설 자재 위를 걸으면서도 균형을 잃지 않기 때문에 정돈돼 있지 않은 건설 현장에 안성맞춤이다. 

‘스팟’이 할 수 있는 일은 두가지로 나뉜다. ‘단순한 일’이거나 ‘위험한 일’이다. 대표적인 단순한 일은 준공 후 하자 점검이다. 1000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완공됐다고 가정해보자. 문 등이 제대로 시공됐는지 확인하려면 노동자가 직접 다닐 수밖에 없다. 하지만 스팟을 활용하면 ‘앉은자리’에서도 품질을 점검할 수 있다. 스팟이 수집하는 데이터를 전기·설비공사 등 시공 과정에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아직까지 사람의 숙련도를 따라올 수 있는 건설 로봇은 없다. 사진은 '내화피복' 로봇.[사진=삼성물산 제공]
아직까지 사람의 숙련도를 따라올 수 있는 건설 로봇은 없다. 사진은 '내화피복' 로봇.[사진=삼성물산 제공]

적당한 장비만 갖추면 더 많은 일도 할 수 있다. 아파트를 만들 때 먼저 이뤄져야 하는 작업은 ‘터파기’다. 이때 필요한 건 어느 정도로 땅을 파내야 하는지, 또 땅을 파내면 나오는 흙의 양은 얼마만큼인지 알아내는 거다. 예전에는 사람이 직접 레이저 스캐너를 들고 가서 현장을 돌아다녀야 계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람 대신 스팟에 레이저 스캐너를 달아주고 현장으로 보내면 작업은 쉽게 끝난다.

현장에 로봇 도입하는 건설사들

이번엔 스팟이 할 수 있는 위험한 일을 보자. 밀폐된 건설 현장은 유독가스가 차 있을 가능성이 있어 사람이 무방비 상태로 들어갈 수 없다. 이때 스팟을 활용할 수 있다.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부착한 스팟을 먼저 보내 유독가스 수준을 측정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GS건설 관계자는 “지난해에 도입된 스팟은 아직 실제 현장에서 활용하진 않았다”면서 “최대한 많은 활용 방안을 찾기 위해 다양한 환경에서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스팟을 시운전하며 축적한 데이터를 검토하며 실제 현장에서 어느 정도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연구 중”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인력 대체가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단순업무나 위험작업용으로 시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DL이앤씨도 현장을 누비는 로봇 개발에 나섰다. GS건설은 보스턴 다이내믹스로부터 ‘스팟’을 가져왔지만 디엘이앤씨는 협력업체들과 함께 개발 중이다. 핵심은 자율 주행이다. 로봇 스스로 공사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건설 현장의 위험을 파악하는 게 주 임무다. ▲건설 현장에 존재하는 안전사각지대 순찰 ▲노동자의 건강 이상 감지 ▲화재 감시에도 사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드론 자동화도 추진하고 있다. DL이앤씨는 2018년 현장에 처음으로 드론을 도입했다. 2022년까지는 사람의 개입 없이 ‘알아서 일하는’ 드론도 개발할 계획이다. 사전에 입력된 일정에 따라 스스로 비행할 뿐만 아니라 배터리도 스스로 충전한다. 사진 업로드까지 수행할 수 있어 사람의 손이 필요 없다.

삼성물산은 지난 4월 내화피복 로봇을 개발했다. 높은 작업대 상부에 내화재를 분사할 로봇팔을 붙이고 하부엔 원료 혼합기와 저장설비를 탑재했다. 이동식 플랫폼으로 현장 활용성도 높였다.[※참고: 내화피복은 건물 기둥과 보에 내화재를 덧칠하는 작업이다. 건설현장에선 내화뿜칠이라고 불린다.] 이 로봇은 노동자의 작업 안전성을 높여주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내화재를 바르는 작업은 노동자가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할 뿐만 아니라 내화재 자체에 유독성도 있어 고위험 작업으로 꼽혀왔다. 

위험작업에 투입할 도구의 시대 

삼성물산은 새로운 로봇도 개발 중이다. 철근콘크리트 기둥에 구멍을 뚫는 드릴링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이다. 개발에 성공하면 노동자들은 6㎏에 이르는 드릴을 들고 작업을 해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다. 

이런 로봇을 두고 한편에선 ‘궁극적으론 건설 노동자의 일자리가 위험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비친다. 건설 노동자들이 로봇과 일자리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거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아직 이른 판단”이라고 말한다. 사람처럼 숙련된 로봇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사람의 노동력을 대신한다기보다는 위험 작업에 투입할 도구로 보는 게 맞다”며 “작업 환경을 안전하게 만드는 데 사용하고 있고 실제로도 위험 작업을 대신한다는 목적에 맞춰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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