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코인에 투자하는 2030 4인의 한탄
매달 꾸준히 투자하는 이유
예적금으론 돈 불릴 수 없고
내집 마련의 꿈은 멀어져

매월 주식·펀드·가상화폐 등에 돈을 꾸준히 넣는다. 적금을 깨서 미국 주식에 투자하고, 가상화폐 하락장이 오면 망설임 없이 수십만~수백만원을 베팅한다. 2030세대 중엔 이렇게 투자하는 이들이 많다. 누군가는 ‘무서움을 모른다’고 꼬집지만 투자 외엔 돈을 모을 방법이 없는 이들에게 ‘대안’이라는 게 있을까. 20대 4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참고: 개별 인터뷰를 가독성을 위해 묶어서 정리했다. 이름은 가명 처리했다.]
 

코로나 세대 중에선 재테크를 목적으로 투자를 시작한 이들이 많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 세대 중에선 재테크를 목적으로 투자를 시작한 이들이 많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안녕하세요. 각자 어떤 일을 하는지 소개 부탁드려요. 
김수연(가명·29세·여) : “현재 3년째 사무직으로 일하고 있어요.”
이유진(가명·28세·여) : “무역 관련 일을 하고 있어요. 4년차 직장인입니다.”
윤지은(가명·28세·여) : “미디어 관련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올해 3년차입니다.”
이대현(가명·27세·남) : “2년째 영상 업계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 다들 사회초년생이네요. 어떤 투자를 하고 있나요?
김수연(사무직) : “저는 국내·해외 주식,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등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어요.”
이유진(무역) : “저는 국내·해외 주식, P2P (개인 대 개인 투자), 펀드에 다달이 넣고 있고, 개인형퇴직연금(IRP)도 하고 있어요.”
윤지은(미디어) : “국내 주식에 매달 일정액을 투자하고, 얼마 전부터 비트코인 투자도 시작했어요.”
이대현(영상) : “가끔 국내·해외 주식과 가상화폐에 투자합니다.”

✚ 주식 외에도 다양하게 투자하시네요. 수입의 얼마를 어떤 주기로 투자하시나요?
이유진(무역) : “월급의 절반 이상으로 재테크를 하고 있어요. 주식 등 투자에 넣는 금액은 월 120만원 정도예요.” 
김수연(사무직) : “월급에서 생활비, 공과금 등 고정비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의 80% 이상을 넣는 것 같네요. 모으던 적금도 깨서 미국 주식에 투자했고요. 이래저래 제외하고 남는 돈도 주로 투자자금으로 써요.”
이대현(영상) : “정기적으로 하진 않고, 하락장일 때 100만~200만원씩 주식이나 가상화폐에 투자해요.”
윤지은(미디어) : “국내 주식에 월급의 40% 정도를 넣어요. 삼성전자 등 우량주 중심으로 모으고 있습니다. 여윳돈이 생기면 ‘단타(짧은 시간 내 사고 파는 것)’나 가상화폐를 해보기도 하죠.”

 

✚ 월급의 40~50%면 적은 금액이 아니네요. 한번에 100만원 이상 투자하는 것도 과감하고요. 언제 하락장이 올지 모르는데, 불안하지 않으세요?
김수연(사무직) : “코로나19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은 낮지 않을까요? 결혼 생각은 없고, 집도 못 살 텐데…. 당장 목돈을 쓸 일이 없어서 그런지 별로 불안하지 않아요.”
이대현(영상) : “당연히 ‘조정’을 주의해야죠. 주가나 코인 시세를 수시로 확인하고 어느 정도 오르면 바로 매도하고 있어요. 자칫하면 물리니까요.”
이유진(무역) : “하락장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주가가 많이 오르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1년 사이 많은 종목이 급락과 급등을 반복해서 어느 정도 단련이 된 것 같아요.”
윤지은(미디어) : “보유한 주식이 기업의 악재로 주가가 크게 떨어진 적이 있었어요. 처음엔 전전긍긍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제가 매수한 금액보다 오르더라고요. 그때부터 그냥 ‘길게 보자’고 생각했죠.” 

✚ 지금까지 거둔 수익에는 만족하시나요?
이유진(무역) :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 아쉽고, 제가 생각한 기준에 따르면 만족해요. 기준이 소박한데, ‘은행 적금 이자보단 많이’였거든요. 사실 마이너스만 아니면 무조건 달성하는 기준이죠.”
김수연(사무직) : “들어간 타이밍은 좋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지난 1년 사이에 투자로 연봉만큼 벌었다는 사람도 주변에 있어서, 거기에 비하면 만족할 수준은 아니에요. 다다익선 아닐까요.”
윤지은(미디어) : “처음 시작한 지난해와 달리 수익률이 많이 낮아졌어요. 플러스라고 하더라도 만족스럽진 않아요.” 

 

✚ 그래도 손해는 보지 않으셨네요. 그럼 주식이나 가상화폐 투자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유진(무역) : “저는 재테크에 관심이 많아서 투자를 일찍 시작한 편이에요. 이유야 당연히 돈을 모으기 위해서죠. 예·적금 금리로는 가망이 없으니까요. 부동산 투자는 목돈이 있어야 하는데 그럴 돈은 없고, 월급으로 가장 효율적으로 돈을 모을 만한 방법이 주식이나 펀드였어요.” 
이대현(영상) : “대학생 때 주식과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했어요. 투자하는 이유는 다들 똑같지 않나요? 학생이든 누구든 돈을 벌 수 있잖아요. 잘만 하면 수익도 괜찮고요.”
윤지은(미디어) : “글쎄요, 딱히 대안이 없어서가 아닐까요. 적금은 이자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김수연(사무직) : “젊은층은 집을 못 사니까 대신 투자를 하는 것 같아요. 처음엔 남들이 하니까 시작했는데 공부해보니 그만둘 수가 없더라고요.”

✚ 결국 목돈을 모으기 위한 별다른 방법이 없어서라는 거군요.
윤지은(미디어) : “그렇죠. 궁극적으로는 내집 마련을 위한 자금을 모으는 거였는데, 아무래도 이번 생에 수도권에서 집 사는 건 불가능할 것 같아요.”
김수연(사무직) : “좀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싫든 좋든 투자를 안 할 수 없어서 억울하고, 시드(종잣돈)가 적어서 억울하고, 부동산 투자에 뛰어들 돈이 없어서 억울하고. 모두가 억울한 시기죠.”
이대현(영상) : “사실 ‘지금의 2030세대가 하는 투자가 투기와 차이가 있나’라는 의문이 들 때도 있어요. 정상적인 현상은 아닌 것 같아요.”

 

✚ 씁쓸하네요. 혹시 투자를 하는 목표가 있나요?
이대현(영상) : “적게는 용돈벌이, 많게는 비상금 마련이에요. 수익으로 다시 투자를 하거나, 갖고 싶었던 걸 사는 편이에요. 투자로 큰돈을 기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김수연(사무직) : “저는 회사를 그만둘 예정이에요. 프리랜서처럼 불안정한 상태에 놓일 때를 대비해 1억원을 모으려고요. 목표까지 도달하려면 멀었지만, 진행 상황은 괜찮은 것 같아요.”
이유진(무역) : “투자 목적은 노후대비예요. 집도 사고, 매월 배당금으로 200만원 이상의 수익을 받는 게 목표죠. 가능할진 모르겠지만, 믿고 해봐야죠.”

✚ 앞으로도 주식·가상화폐 등에 투자할 건가요?
이유진(무역) : “연금도 투자로 굴리고 있는 만큼 계속 해야죠. 공부도 꾸준히 하고요. 이렇게 모아서 기회가 되면 조기은퇴를 하고 싶은데, 실현 가능성은 낮은 것 같네요. 하하.”
김수연(사무직) : “그럼요. 일단 시장에 진입한 이상 이어갈 수밖에 없어요. 주위에서도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투자 문화의 정착은 좋다고 느껴요. 저는 대학생 때도 주식이 뭔지 잘 몰랐는데, 요즘은 초등학생도 하잖아요. 다만 투기 분위기는 걷어내야 해요. 남들 따라 주식을 샀다가 낭패를 본 지인도 있거든요. 어차피 해야 한다면 똑똑하고 안전하게 해야죠.”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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