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 투자할 수밖에 없는 이유

몇몇 기성세대는 투자 열풍을 주도하는 2030세대에게 묻는다. “왜 쉽게 돈을 벌려 하는가.” 꼰대라고 욕하기 전에 이 점을 먼저 설명해보자. 지금은 제로 금리 시대다. 예·적금으론 돈을 불릴 수 없고, 부동산에 투자 할 수도 없다.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탓에 ‘내집 마련’도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고 근로소득이 자본소득보다 빠르게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2030세대가 묻는다. “그럼 뭘로 돈을 벌 수 있나요?” 답할 수 있겠는가.  더스쿠프(The SCOOP)가 2030세대가 투자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취재했다. 

초저금리 시대, 2030세대는 투자 리스크를 향한 두려움보다 수익을 향한 기대감이 크다. [사진=연합뉴스]
초저금리 시대, 2030세대는 투자 리스크를 향한 두려움보다 수익을 향한 기대감이 크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미등록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하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2022년부턴 가상화폐로 얻은 수익에 과세를 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의 제재 배경엔 투자 광풍이 있다. 지난 4월 국회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가상화폐는 투기성이 강하고 내재가치가 없는 자산”이라며 “하루 20%씩 오르내리는 자산(가상화폐)을 보호하면 오히려 투기를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투자 광풍을 이끄는 건 2030세대다. 이들은 버는 돈의 상당수를 주식에 넣고, 일부는 대출까지 받아 투자한다. 2030세대가 투자에 뛰어든 가장 큰 이유는 목돈을 모을 마땅한 방법이 없어서다. 밀레니얼 세대(1980년~2000년대 초 출생)는 부모 세대보다 가난한 최초의 세대로 불린다. 그 어느 세대보다 정보력이 좋고 교육 수준도 높지만 돈을 모으는 건 쉽지 않다. 경제 성장은 둔화한 지 오래인 데다, 취업조차 어려워서다. 혹여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학자금대출 등에 묶여 소득을 빼앗기는 이들이 숱하다. 

그렇다고 예·적금에 기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2019년을 기점으로 시중은행 이자는 0%대까지 내려갔다. ‘초저금리 시대’란 얘기다. 정재만 숭실대(금융학부) 교수는 “과거에는 10%대 이자상품이 흔했고 돈을 모아 부동산을 사는 식의 부의 축적이 가능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근검절약만으로는 돈을 모을 수 없고, 집은 더더욱 살 수 없으니 2030세대로선 투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예·적금으론 돈을 모을 수 없다고 판단한 2030의 시선은 주식으로 향하고 있다. 이는 잡코리아가 2018년과 2020년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20대 직장인의 재테크 수단 중 국내주식의 비율은 2018년만 해도 14.2%(이하 복수응답)에 그쳤지만, 2020년에는 44.4%로 무려 30.2%포인트나 상승했다. 같은 기간 해외주식 비율도 1.8%에서 11.8%로 가파르게 올랐다.

조기 은퇴를 꿈꾸는 파이어(FIRE)족도 마찬가지다. 누구보다 알뜰살뜰하게 돈을 모으는 이들은 은퇴자금 마련 방법으로 주식투자(50.7%)를 1위로 뽑았다. 예·적금(30.1%)은 절약(35.8%)보다도 선호도가 낮았다(3월 기준, 잡코리아).[※참고: 파이어족의 FIRE는 Financial Independence Re tire Early의 약어로, 빠르게 경제적 자립을 이뤄 30~40대 조기 은퇴를 계획하는 이들을 지칭하는 신조어다.]

 


돈을 모으는 것도 쉽지 않지만, 모은 이후에도 문제다. 많은 이들이 돈을 모으는 궁극적인 이유는 ‘내집 마련’이다. 계약이 끝날 때마다 여기저기로 집을 옮겨야 하는 불안정한 처지에서 벗어나기 위함도 있지만, 시세차익으로 얻는 수익을 기대하는 것도 크다. 그러나 최대한 소비를 줄이며 돈을 모아도 내집을 마련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의 월간 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3분위 계층이 서울에서 3분위 수준의 집을 사기 위해 걸리는 시간(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은 16.8배였다. 서울서 중산층이 한푼도 안 쓰고 모아도 집을 사기까지 17년 걸린다는 거다.[※참고: PIR은 중위 주택가격을 중위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PIR이 10배면 10년간 연소득을 모아야 주택 한채를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저금리 시대에 치솟는 집값

저소득층인 1분위 계층은 어떨까. 이들은 1분위 수준의 집을 사는 데도 무려 20.4년이 걸렸다. 전국적으로도 PIR은 높아지는 추세다. 전국 기준 3분위에서 3분위 가격의 주택을 구매할 때 PIR은 지난 2년간 4~5배를 오가다 처음으로 6배에 달했다.

익명을 원한 20대 청년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기성세대는 모은 돈에 대출까지 받으면 충분히 집을 살 수 있었는데, 불과 몇년 사이에 그게 불가능하게 됐다. 이젠 대출을 받아도 전세나 가능하다. 이런 마당에 집을 사려고 10년이 넘게 아등바등 돈을 모아야 하는지 의문이다.”

2030세대가 투자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이유는 또 있는데, 그건 달라진 노동관이다. 과거에는 ‘돈을 더 벌기 위해선 일을 더 해야 한다’는 인식이 당연했다면, 지금의 2030은 그렇지 않다. 이들은 일을 더 하는 대신 손실의 위험을 감수하고 한번에 큰돈을 벌 수 있는 투자를 선택한다. 노동으로 버는 돈인 ‘근로소득’보다 이자·시세차익 등으로 버는 ‘자본소득’을 불리는 게 낫다고 판단한 거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지나친 투자 열기의 원인을 2030 개인의 잘못으로 돌려선 안 된다”며 “이들이 다른 세대보다 자본소득을 중시하는 건 임금이 사회경제적 소비활동에 드는 비용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위원은 근로소득의 실태를 설명했다.

“임금이 오르는 속도가 자산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빨라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이로 인해 양극화뿐만 아니라 계층간 격차, 세대내 격차까지 커지고 있다. 저임금·저금리 사회에서 5년 미만의 사회초년생들은 조금이나마 모은 돈을 잃을 각오를 하고 투자에 뛰어드는 셈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3분위 계층이 서울에서 3분위 수준의 집을 사려면 16.8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12월 기준 3분위 계층이 서울에서 3분위 수준의 집을 사려면 16.8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뉴시스]

물론 투자가 부를 쌓기 위한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다. 무턱대고 주식을 샀다가 손해만 본 이들도, 매수·매도 타이밍을 몰라 고민하는 이들도 숱하다. 그렇지만 이런 리스크는 2030세대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무모한 투자자는 어느 세대에나 있다. 

근로소득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자본소득

정재만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증권가엔 ‘하락장일 때 입사한 직원이 투자 성과가 좋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만큼 투자를 방어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수익이 난 것만 기억하고 손실이 난 건 잊어버린다. 주식이든 가상화폐든 투자는 확률 게임에 가깝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한편에선 투자에 올인하는 2030세대를 향해 “쉽게 돈을 벌려고 한다”고 비난하지만, 그렇지 않다. 지적의 끝은 이들 청년층이 ‘투자를 할 수밖에 없게 만든’ 환경을 향해야 한다. 김종진 위원은 “월급이 채 300만원이 되지 않는 청년들이 투자에 목매는 건 불확실한 미래와 부실한 사회안전망 탓이다”라면서 말을 이었다. 

“‘지옥고(지하·옥탑방·고시원)’에 살며 ‘한탕’을 꿈꾸는 청년들이 있다. 이들에게 넌 왜 ‘한탕’을 꿈꾸냐고 물으면 어떤 답이 돌아올까. 국가가 주거복지·사회서비스·교육 등을 충분히 제공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청년의 소득에서 30~40%씩 빠져나가는 비용을 막아야 투자에 쏠린 관심도 줄일 수 있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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