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자산매각 이유
점점 쪼그라드는 실적
빠른 구조조정과 수익성 악화

롯데쇼핑이 자산을 줄줄이 처분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롯데ON을 되살리기 위한 포석’ ‘이베이 인수전을 위한 자금 마련’이라는 등 다양한 추론이 쏟아진다. 하지만 이런 추측을 할 필요조차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롯데쇼핑의 신통치 않은 실적을 보면 그럴 수밖에 없다는 거다. 롯데쇼핑은 자산매각을 통해 내일을 대비할 수 있을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복안이 궁금하다. 

신동빈 회장은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자산 매각을 택했다.[사진=롯데쇼핑 제공]
신동빈 회장은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자산 매각을 택했다.[사진=롯데쇼핑 제공]

롯데쇼핑이 지분을 매각하거나 점포와 토지를 양도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확보해가고 있다. 강도 높은 점포 구조조정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22일 롯데쇼핑은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몰의 지분 15% 전량(8313억원 규모)을 롯데물산에 매각했다. 롯데쇼핑은 ‘자산 매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및 미래 성장동력 투자를 위한 자금 확보’라고 공시를 통해 그 처분목적을 밝혔다.

동시에 롯데월드몰 토지와 건물을 연 490억원에 임차하고, 롯데월드타워 e커머스 오피스 토지와 건물을 46억원에 임차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이른바 세일 앤드 리스백(Sale and Lease-back) 전략이다.[※참고: 세일 앤드 리스백은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토지나 건물 등 자산을 리스회사에 매각하고 이를 다시 빌려 이용하는 형태다. 임대료를 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유동성 확보라는 장점이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롯데쇼핑은 롯데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롯데리츠)에 7342억원 규모의 백화점·아울렛·대형마트·물류센터 6곳을 양도하고 해당 부동산을 임차하기도 했다. 대상은 롯데백화점 중동점(1717억원·이하 매각대금)·안산점(986억원), 롯데백화점 아울렛 이천점(2753억원), 롯데마트 계양점(761억원)·춘천점(610억원), 김포 물류센터(토지·515억원)다. 공시를 통해 밝힌 목적은 마찬가지로 ‘자산매각을 통한 대규모 자금조달로 신성장 사업 재원 확보’였다.


지분과 부동산을 처분하면서 롯데쇼핑의 주머니는 두둑해졌다. 지난 4월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몰의 지분을 매각한 것까지 더하면 2분기 자산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언제 코로나19와 같은 위기가 또 닥칠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게 롯데쇼핑 측의 설명이지만 이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야심차게 선보였지만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는 롯데ON을 되살리려는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이베이 인수전에 참전한 만큼 실탄을 모으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베이코리아의 몸값이 5조원까지 거론되고 있어서다. 

하지만 이런 추론을 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롯데쇼핑이 처한 상황을 보면 자산을 처분해 자금을 끌어모으는 게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다”는 거다. 롯데쇼핑은 수년째 매출과 영업이익이 쪼그라들고 있다. 

최근 몇년간 실적만 봐도 그렇다. 2018년 17조8200억원이었던 매출은 2019년 16조1000억원까지 감소하고, 지난해 16조1844억원으로 더 줄었다. 영업이익도 마찬가지다. 2018년 5970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2019년 4279억원, 2020년 3461억원으로 계속 감소세다. 수천억원대 당기순손실도 이어지고 있다(2018년 –4650억원·2019년 –8165억원·2020년 –6866억원).

롯데쇼핑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이어가는 것에서도 이런 위기를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 강희태 롯데그룹 부회장은 지난해 2월 “전국 700여개 오프라인 점포 중 30%에 해당하는 200여개 점포를 3년 동안 단계적으로 폐점하겠다”는 고강도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2017년 8010억원이던 롯데쇼핑의 영업이익이 2018년 4279억원으로 반토막 난 데 따른 결정이었다.

이후 롯데쇼핑은 빠르게 비효율 점포를 정리해갔다. 2019년 말 기준 롯데쇼핑이 보유하고 있는 점포는 백화점 28개, 아울렛 21개, 할인점 122개, 슈퍼마켓 386개, H&B스토어 129개였다. 신속한 구조조정으로 올 1분기까지 이중 153개가 문을 닫았다. 

공시에 따르면 1분기 기준 백화점과 아울렛은 그대로지만 할인점은 110개, 슈퍼마켓은 275개, H&B스토어는 99개로 줄었다. 할인점과 H&B스토어가 각각 12개, 30개 줄었고, 슈퍼마켓은 무려 111개가 사라졌다.

3년 안에 200개 점포를 폐점하겠다는 계획이 앞당겨질 거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빠른 속도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앞으로도 자산을 매도해 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점포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확보하는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 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인권운동가 안젤라 데이비스의 ‘벽을 눕히면 다리가 된다(Walls turned sideways are bridges)’는 말을 인용해 이렇게 임직원을 격려했다. “눈앞의 벽에 절망할 것이 아니라 함께 벽을 눕혀 도약의 디딤돌로 삼는 한 해를 만들자.” 눈앞의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삼자는 뜻인데, 뼈를 깎는 것 말곤 딱히 위기를 극복할 방법이 없어 보이는 롯데쇼핑에 드리운 그림자가 짙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