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사업 추진 가능하다는 공공재개발
2023년 입주 가능할까

2020년 1월 정부는 오랫동안 손을 대지 못했던 영등포 쪽방촌 재개발을 직접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민간이 여러차례 시도했지만 매번 좌초됐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세입자 이주대책에 있었다. 그래서 정부는 ‘순환정비’란 흥미로운 방식을 꺼내들었고 2023년을 재개발 완료 시점으로 잡았다. 이 계획 어디까지 왔을까.

영등포 쪽방촌 재개발의 목표 준공 시점은 2023년이다.[사진=뉴시스]
영등포 쪽방촌 재개발의 목표 준공 시점은 2023년이다.[사진=뉴시스]

2020년 1월. 정부는 영등포 쪽방촌의 ‘재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9948㎡. 약 3009평의 철도 옆 대지에 공공주택을 만들겠다는 거였다. 골자는 민간에 속해 있는 ‘쪽방촌’의 땅을 정부가 수용해서 재개발하는 거였다. 

영등포 쪽방촌의 개발이 추진된 건 이때가 처음은 아니었다. 쪽방촌 토지 소유주들은 2015년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진행했지만 세입자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실패했다. 이때의 좌초를 숙고했기 때문인지 정부는 ‘기존 거주민 이주 문제’를 해결할 독특한 대안을 내놨다. 이른바 ‘순환식 정비’다. 

이는 사업 대상 토지를 한번에 개발하는 게 아니라 부분으로 나눠 개발하는 방식이다. 전체 사업지 일부를 선先이주구역으로 만들어 상태가 양호한 건축물을 중심으로 리모델링한다. 여기에 쪽방촌 주민들이 이주한다. 나머지 구역은 철거 후 영구임대주택 370호, 행복주택 220호를 만든다. 

이렇게 590호를 준공하면 선이주구역의 리모델링 주택에 있던 주민들이 입주한다. 그다음 리모델링 주택을 철거하고 민간업체가 주상복합시설 600호와 업무시설 등을 만든다.

사업방식을 확정한 정부의 발걸음은 빨라졌다. ‘쪽방촌 재개발 계획’을 발표한 지 6개월 뒤인 2020년 7월 정부는 해당 지역을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했다. 157개 필지의 토지를 수용하는 절차를 시작한 거다.[※참고: 국ㆍ시유지 등 정부가 소유한 필지는 56개로 그중 11개 필지는 민간과 지분을 공유하고 있다.] 

그 이후 영등포 쪽방촌 재개발은 어디까지 진행됐을까. 답을 살펴보기 전에 계획을 복기해보자. 정부는 2020년 영등포 쪽방촌 재개발 계획을 발표하면서 “2021년 지구계획을 수립하고 토지 보상을 진행하겠다”면서 영구임대ㆍ행복주택의 착공 예정일도 올해 말로 잡았다. 아울러 영구임대ㆍ행복주택의 준공 후 입주 시점은 2023년으로 내다봤다. 

그럼 지금은 어느 단계일까. 일단 정부는 지난 5월까지 지구 계획을 확정하지 않았다. 토지 보상 절차도 이제 시작 단계다. 서울시 관계자는 “5월 중 기본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본조사는 토지 보상 대상자를 가려내는 작업으로 2~3개월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영등포 쪽방촌 입구에는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알리는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영등포 쪽방촌 입구에는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알리는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기본조사는 보상 절차의 초기 단계에 해당한다. 한국부동산원이 제시하는 일반적인 토지 보상 절차는 ▲지적地籍 정리 ▲기본조사(10주) ▲보상계획공고 통지ㆍ열람(약 3주) ▲보상액 산정(약 8주) ▲보상 협의(최소 8주) ▲수용 재결(최소 20주) ▲보상금 지급ㆍ소유권 이전(약 4주) 등 총 7단계로 이뤄져 있다.

보상 협의를 끝내고 수용 재결 단계에 접어들면 사업시행자인 영등포구ㆍ한국토지주택공사(LH)ㆍ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보상금을 지급하거나 공탁한다. 이 단계가 지나야 사업자는 민간 토지주들로부터 소유권을 이전받고 건물을 만들 수 있다. 

종합하면, 기본조사부터 수용 재결 절차가 마무리되는 데까지 최소 11개월이 걸린다. 이런 추세라면 2021년 말에 착공하겠다는 계획은 물거품이 된다. 지난 5월 기본 조사가 시작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착공 시기는 일러야 2022년 4월이 된다. 일반적으로 공동주택을 시공하는 데 약 2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준공과 입주 역시 목표일인 2023년보다 뒤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단순히 입주만 늦어지는 게 아니란 점이다. 거처를 옮겨야 하는 쪽방촌 주민들은 숱한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정부는 2020년 1월 20일 이곳을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하기 위해 주민 의견 청취 과정을 시작했다. 이 절차가 시작되면 해당 구역에선 ‘하지 못하는 일’들이 많아진다. 예컨대, 건축물을 짓는 건 물론이고 건축물 구조를 변경하는 ‘대수선 행위’는 허가 없이 할 수 없다. 

인공 시설물 설치도 금지다. 1개월 이상 옮기기 어려운 물건을 쌓아두는 행위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영등포 쪽방촌에 있는 대부분의 건물은 30년 이상으로 무척 낡았다. 2023년에 예정대로 입주하지 못한다면 영등포 쪽방촌 주민들은 리모델링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 빠른 사업 추진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영등포 주민대책위원회 측은 “다소 지연된 건 사실이지만 내부적으로 갈등이 있었다기보다는 토지주·주민·정부 간 의견 조율을 위해 시간이 걸렸던 것”이라며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주민과 정부 모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H 관계자는 “2023년이라는 기준은 예정 기간으로 잡아뒀던 것”이라며 “현장 상황에 따라 실제 사업 추진 속도는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간이 추진했던 재개발 사업 대부분은 조합 내 갈등, 더딘 인허가 등의 문제 때문에 빠르게 진행되지 않았다. 영등포 쪽방촌 재개발에 정부가 나선 덴 이런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사업 속도가 더디면 ‘정부가 나서야 하는’ 이유와 ‘정부가 나섰을 때’의 장점을 설명하기 어렵다. 여러 차례 미뤄진 ‘영등포 쪽방촌 재개발’은 제시간에 맞춰 추진될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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