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시대 소외 받는 동네슈퍼
동네슈퍼 육성책, 탁상공론 비판

정부가 추진해온 동네슈퍼 육성책의 성과가 미미했다는 비판이 많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추진해온 동네슈퍼 육성책의 성과가 미미했다는 비판이 많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온라인 배송시대가 활짝 열렸다. 이커머스 업체는 물론 백화점, 대형마트, 심지어 편의점까지 ‘클릭’ 한번이면 배달을 해준다. 이런 트렌드에 발맞추지 못하는 채널은 딱 하나다. 동네슈퍼다. 그래서인지 동네슈퍼가 빠진 침체의 늪은 더 깊다. 누군가는 동네슈퍼도 코로나19로 생긴 ‘슬세권’의 혜택을 봤다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다. 지난해 서울에서만 하루 평균 1.5개꼴로 동네슈퍼가 문을 닫았다. 생존 자체가 어렵다는 거다.

# 다행히도 정부는 소매를 걷어붙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동네슈퍼를 살릴 방안으로 ‘온라인 배송’을 택했다. 오는 7월부터 본격화하는 이른바 ‘중소유통 풀필먼트 구축 시범사업’을 통해서다. 동네슈퍼들이 이용하는 물류센터를 쿠팡이나 컬리처럼 ‘풀필먼트 센터’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동네슈퍼 온라인 배송 시대’를 열겠다”면서 온라인 플랫폼이나 배달 시스템은 구상도 해놓지 않았다. 사업자가 선정되면 그들에게 맡기면 그만이란 식이다. ‘중소유통 풀필먼트 구축 시범사업’을 두고 팥소 빠진 찐빵 같다는 풍자가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벌써부터 ‘헛돈 쓸까 우려된다’고 꼬집는다. “풀필먼트 센터가 문제가 아니라 동네슈퍼만의 제품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서용구 숙명여대 교수)” “각계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지 않으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기 쉽지 않다(송상화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 

# 이렇게 정부의 ‘동네슈퍼 육성책’에 의심의 눈초리가 쏟아지는 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동네슈퍼 육성책의 성적표가 초라해서다. 10년간 1000억원을 투자한 나들가게가 사실상 사업을 접은 건 대표적 사례다. 중소벤처기업부 측은 “나들가게 사업을 접은 게 아니라 다른 사업(스마트슈퍼)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더 이상 신규 나들가게 점포가 열리지 않으니 ‘사업 중단’이 맞다.

그렇다고 기회가 없는 건 아니다. 중소유통 풀필먼트 구축 시범사업은 말 그대로 테스트 버전이다. 2년간의 사업 기간에 부족한 부분을 꼼꼼히 채우면 된다. 하지만 이 역시 리크스가 있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 정부가 문제점을 보완하는 동안 다른 유통공룡들은 또 다른 진화를 꾀할 게 분명해서다. 정부 생각대로 동네슈퍼에서도 온라인 배송 시대가 열릴까. 답을 하기엔 변수가 숱하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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