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제도 한계와 과제

30대 이하 ‘젊은 집주인’이 크게 늘었다. 아파트 가격이 오를 대로 오른 탓에 매수심리는 위축됐지만 ‘젊은 집주인’이 집을 사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지금 사지 않으면 더 힘들 수 있다는 공포감 때문이다. 여기엔 20ㆍ30세대에게 불리한 청약제도의 문제점도 깔려 있다. 최근 청약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30대 청약 당첨률 제고를 위해 추첨제의 비중을 다시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사진=연합뉴스]
30대 청약 당첨률 제고를 위해 추첨제의 비중을 다시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사진=연합뉴스]

올해 1~3월 팔린 서울 아파트 10채 중 4채는 30대 이하가 사들였다(한국부동산원). 이상한 일이다. 아파트 가격의 상승세가 꺾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너무 비싼’ 가격에 질려서 부동산에서 이탈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데도, 20ㆍ30세대는 ‘아파트 구입’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30대 이하 세대가 부동산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른 이유는 간단하다. 오를 대로 오른 부동산 가격이 더 치솟고 있는 데다, 청약시장에서도 불리할 수밖에 없어서다. 지금이 아니면 내집을 마련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30대의 매수욕을 부채질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청약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가 20ㆍ30세대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 유아ㆍ어린이나 고령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된 지금의 청약제도에선 20ㆍ30세대가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어렵다.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 수 ▲청약통장 가입기간 등 청약가점 기준이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사람이나 기혼자에게 훨씬 더 유리하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경쟁이 약한 것도 아니다. 

 

한국주택협회에 따르면 2021년 4월 기준으로 국내 청약통장가입자 수는 2617만명에 이른다. 서울로 범위를 좁히면 620만명, 인천ㆍ경기는 850만명이다.[※참고: 우리나라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주택청약종합통장’이 필요하다. ‘청약자격’을 증명하고 ‘청약가점’을 계산할 수 있는 기준이라서다.] 그렇다면 지금의 청약제도를 어떻게 개편해야 20ㆍ30세대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까. 크게 두가지 방안이 거론된다. 

■방안❶ 특별공급 보완책 = 현재 아파트 청약은 특별공급ㆍ우선공급ㆍ일반공급으로 나뉜다. 특별공급은 ‘조건’을 만족하는 청약 신청자끼리 경쟁하기 때문에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일반공급보다 경쟁률이 낮다. ‘조건’을 만족하는 청약 신청자에게 일종의 혜택을 주는 셈이다.

현재 대표적인 ‘특별공급’ 조건은 신혼부부ㆍ다자녀 가구 등이다. 출생률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아를 기르는 가정에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정부 정책의 일환이다. 일부에서는 이런 ‘특별공급’에 청년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청년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상대적으로 주택 구매력이 약한 만큼 국가가 ‘주거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거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는 기존에 있던 ‘특별 공급’에 청년 1인 가구를 위한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가점제에서 뒤로 밀릴 수밖에 없는 청년의 자리를 ‘특별공급’으로 보장해주자는 거다. 

청년 가구는 청약제도에서 소외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청년 가구는 청약제도에서 소외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에 발맞춰 정부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을 청년을 비롯한 실수요자를 위해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자금 조달 여력을 갖추고 청약 당첨의 길이 새롭게 만들어진다면 청년 가구가 내집 마련을 할 수 있는 통로가 하나 더 생길 수 있다. 

■방안❷ 청약제도 회귀 = 새로운 ‘특별공급 조건’을 만드는 대신 청약판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오해가 있을 것 같아 분명하게 말하면,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자는 취지가 아니다. 2017년 이전 청약 방식으로 되돌아가자는 거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월 4일 열렸던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현재 청약제도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2017년 8ㆍ2대책으로 가점제와 추첨제 비중이 변화하면서 30대 이하의 청약 당첨률이 현저하게 떨어졌다는 게 지적의 골자였다. 

당시 발표된 8ㆍ2대책은 실수요 보호를 위해 투기과열지구와 청약조정대상지역에서 가점제를 확대 적용했다. 이후 부동산 대책이 추가로 발표되며 예비입주자를 선정할 때도 가점제를 적용했다. 오랫동안 청약통장을 가지고 있던 무주택자부터 주택을 구입할 기회를 주자는 취지였다. 

이에 따라 8ㆍ2대책 발표 이후 투기과열지구에서 전용면적 85㎡(약 26평) 이하 가점제 대상 주택은 일반공급 물량의 75%에서 100%로 늘었다. 서울에서 ‘방 3개ㆍ화장실 2개’ 아파트가 공급된다면, 모두 ‘등수대로’ 당첨이 된다는 뜻이었다.

천 의원은 이날 “2017년까지 30대 수요자의 민간분양 청약 당첨 비중은 43.7%였지만 2020년에는 이 비중이 23.4%로 떨어졌다”면서 “대신 40대의 당첨 비중이 45.0%로 늘었다”고 지적했다. 가점제 물량이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점수가 높은 40대가 청약 경쟁에서 유리해졌다는 거다.

주목할 점은 청약제도를 개편하는 주체는 ‘정부’라는 거다. 앞서 언급했던 두 주장이 현실화하려면 정부가 나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야 한다. 청약제도는 법이 규정한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국회에서 새 법을 발의하거나 개정안을 낸다고 해서 바뀔 수 없다는 얘기다. 

국토부도 이런 분위기를 잘 알고 있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1인 가구의 주거 안정을 위해 청약 개편을 고려해보겠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규칙은 법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청약판의 ‘규칙’은 바뀔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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