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부부 재무설계 下
신혼부부 차근차근 재테크 배워야
달러 직접투자도 좋은 방법

요즘 신혼부부들의 최대 관심사는 당연 ‘집’이다. 매일같이 값이 오르는 부동산에 불안감을 느끼는 이들 부부는 하루빨리 집을 장만하는 게 1순위 목표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여기에만 몰두했다간 나중에 큰코다칠 위험이 있다. 자녀 교육비, 노후 준비 등 신혼부부에게 닥칠 이슈가 한두 가지가 아니라서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한 신혼부부의 미래 설계를 도왔다.

신혼부부의 가장 큰 장점은 목돈을 빠르게 모을 수 있다는 점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신혼부부의 가장 큰 장점은 목돈을 빠르게 모을 수 있다는 점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재무설계 2편 Review = 신혼 2개월 차인 김양훈(가명·35)씨와 한이슬(가명·29)씨 부부는 소비 습관을 바꾸기 위해 필자의 상담실을 찾았다. 평생을 부모님과 살다가 독립해서인지 결혼 후 두 사람은 자유를 누리려는 듯 주말마다 여행과 문화생활을 즐겼다. 돈을 물 쓰듯이 써도 소득을 합친 덕분에 가계부에 큰 타격이 없었고, 부부의 씀씀이도 점점 커졌다.

그 결과, 부부의 가계부는 두달 만에 적자가 됐다. 매월 갚아야 할 카드 할부금만 한달에 140만원에 달했다. 처음에 김씨 부부는 “아직은 신혼이기 때문에 괜찮다”며 이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2개월 연속 적자를 맞이하자 이런 생각은 곧 불안감으로 바뀌었다.

특히 이 얘기를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우연히 털어놓았던 아내 한씨는 충격에 빠졌다. 자신을 제외하곤 모두 알뜰살뜰 돈을 모아 본인들의 재무 목표를 조금씩 실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 자녀를 키우는 지인마저 가계부에서 100만원 가까이 여유자금을 만들고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한씨는 생활습관을 고쳐야겠다는 다짐을 했고, 남편과 함께 재무 상담을 받기로 결심했다.

■재무설계 최종편 = 1차 상담에서 살펴본 부부의 재무 상황은 이랬다. 부부의 월 소득은 577만원. 중견기업을 다니는 남편이 360만원을 벌고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아내가 217만원을 번다. 지출은 정기지출 543만원, 1년에 걸쳐 빠져나가는 비정기 지출 월평균 75만원, 금융성 지출 30만원 등 648만원이다. 한달 적자 규모는 71만원에 달한다. 부부는 식비를 115만원에서 85만원으로 30만원 줄여 가벼운 워밍업을 했다.

2차 상담에선 본격적으로 지출을 줄였다. 부부는 식비를 추가로 25만원 더 줄이고, 통신비(16만원), 부부 용돈(30만원), 보험료(11만원), 신용카드 할부금(140만원), 비정기 지출(16만원) 등 238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1차 상담에서 41만원으로 줄었던 적자는 2차에서 197만원의 여유자금으로 바뀌었다. 불필요한 보험을 해지한 환급금으로 신용카드 할부금을 한번에 갚은 게 가장 큰 성과였다.

부부는 상담 초기에 ‘내집 마련’만을 재무목표로 삼은 바 있다. 아내는 친구의 집들이에 가면서 다른 걸 제쳐두고라도 꼭 집을 장만해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고 한다. 부부는 현재 대출이 껴있지 않은 3억5000만원의 전세 아파트에서 사는데, 향후 1억~2억원 대출을 받고 같은 액수의 목돈도 저축해 둔다면 서울에 집 한 채 정도는 장만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 가능성은 일단 제쳐두고 지금은 부부의 재무 목표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집 장만에만 초점을 맞춘 건 아직 자녀 계획이나 노후를 대비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겠지만, 이를 지금부터 준비하면 남들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따라서 필자의 추천에 따라 부부는 ‘자녀 교육비 마련’과 ‘노후 준비’를 기존 목표에 새로 추가하기로 했다.

이제 이 목표를 실현할 방법을 마련해 보기로 하자. 먼저 부부는 기본적인 것부터 갖춰나가기로 했는데, 이를 위해 주택종합청약저축에 각자의 이름으로 각각 10만원씩 붓기로 결정했다. 이 통장의 장점 중 하나는 총급여 7000만원 이하의 세대주라면 불입한 금액의 40%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흔히 납입액이 많을수록 당첨 확률이 올라간다고 생각하지만 그보다는 납입 기간을 오래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 부부는 ‘분양권 당첨’이라는 최소한의 보험을 갖추는 수단으로 이 통장을 활용할 예정이다.

다음으로 집을 장만할 투자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방 일반은행의 계좌를 비대면으로 하나 개설하고 월 100만원씩 무조건 저축하기로 결정했다. 비대면으로 계좌를 만들 경우 시중은행의 상품보다 약간 더 높은 우대금리가 적용된다는 장점이 있다. 부부는 100만원으로 주식이나 펀드를 해야 더 빨리 목돈을 모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지만, 필자는 투자 경험이 전무한 부부가 선택할 방법은 아니라고 조언했다.

물론 부부의 생각도 아예 틀린 건 아니다. 이참에 재테크 지식을 쌓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여서다. 따라서 필자는 부부의 재무 솔루션에 2가지 투자방법을 추가했다. 하나는 적립식 펀드(30만원)인데, 이 상품은 앞으로 태어날 부부의 자녀를 위해 모으기로 했다.

적립식 펀드엔 주식 비중이 높은 주식형 펀드와 채권 비중이 높은 채권형 펀드가 있는데, 재테크 초보인 부부의 성향을 고려해 비교적 리스크가 작은 채권형 펀드를 추천했다. 물론 투자상품인 만큼 안전성이 높더라도 원금을 손실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재테크를 배우는 또다른 방법은 달러에 직접 투자해보는 것이다. 방법도 무척 쉽다. 은행에 가서 원화를 달러로 환전하면 끝이다. 환전수수료를 지불해야 하지만 매매차익에 관한 세금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부부는 한달에 30만원씩 달러를 사 노후를 위한 자금으로 쓸 생각이다.

이밖에도 달러를 모을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증권사에서 직접 계좌를 만들고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방법, 달러를 저축하는 달러 예금, 달러로 보험을 내는 달러 보험 등 여러 가지다. 각각 장단점이 존재하지만 부부에겐 아직 어려운 방법이므로 일단 은행에서 달러로 환전해 보면서 차근차근 공부해 나가기로 했다.

부부는 마지막으로 기존 30만원씩 투자하던 인터넷전문은행 예금을 47만원으로 늘렸다. 이로써 부부의 재무상담이 모두 끝났다. 부부는 197만원의 여유자금을 내집 마련(청약저축 20만원·비대면 계좌 저축 100만원), 자녀 교육비 마련(적립식 펀드 30만원), 노후 준비(달러 직접투자 30만원), 기존 저축상품 증액(인터넷전문은행 17만원) 등에 골고루 분배했다.

상담이 잘 마무리됐지만 부부는 못내 아쉬워하는 눈치를 보인다. 김씨는 “이제 결혼한 지 2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현실에 내동댕이쳐진 것 같아 기분이 좋진 않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렇긴 하지만 어쩌겠는가. 미래를 위한 대비는 서두를수록 더 좋은 결과를 낸다. 아직 펼쳐질 일이 무궁무진한 부부의 앞길을 응원한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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