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싱글맘 재무설계 中
신용카드 낭비의 원인 될 수 있어
체크카드로 바꾸는 것도 답

신용카드는 여러모로 편리하다. 돈이 급하게 필요할 때 곧바로 쓸 수 있고, 여러 번 나눠 갚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신용카드 사용엔 책임감이 따른다. 별생각 없이 긁다 보면 월말에 눈덩이처럼 불어난 고지서를 받아보기 마련이어서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신용카드 할부금에 허덕이는 한 싱글맘의 가계부를 살펴봤다.

자기 절제력이 없다면 신용카드는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기 절제력이 없다면 신용카드는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30대 초반에 결혼과 이혼을 모두 겪은 이지희(가명·37)씨. 필자가 만난 이씨는 혼자서 12살 딸을 기르며 직장까지 다니느라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전 남편이 이씨의 이름으로 빌렸던 대출금(잔액 5000만원)을 갚느라 저축은 꿈도 꾸지 못한다.

부모님의 권유로 이혼 후 부모님 집에서 함께 살게 됐지만 형편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아이는 무럭무럭 크고, 몇년 후면 중학교에도 입학해야 하니 이씨는 지금부터 돈을 모아야 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이씨는 자신의 월급(225만원·상여금 제외)만으론 2명의 생활을 유지하기도 벅차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문제는 이씨의 환경보다는 생활패턴에 있었다.

이씨는 고급 헤어숍과 고가의 네일아트를 즐긴다. 직장과 육아로 인한 스트레스를 달래기 위해서라지만, 중소기업 월급으로 빠듯하게 생활하는 이씨가 가질 만한 여가생활은 아니었다. 그 결과, 신용카드 할부금은 한달에만 149만원에 달했다. 이런 상태가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빚은 줄어들기는커녕 눈덩이처럼 불어날 게 뻔하고, 이씨는 대출금과 카드값에 파묻힌 불행한 삶을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이쯤에서 이씨의 가계부를 다시 확인해 보자. 비정기적으로 받는 연 상여금(총 190만원)을 제외하면 이씨의 월급은 225만원이다. 이씨는 정기지출 350만원, 비정기 지출 월평균 14만원 등 한달에 총 364만원을 쓰고 있다. 한달에 139만원씩 적자를 보고 있는 셈인데, 한눈에 봐도 문제가 심각해 보였다.

지난 1차 상담에서 지출을 약간 줄이긴 했다. 먼저 유류비(58만원)를 30만원으로 28만원 줄이고, 식비 및 용돈(65만원)을 식비(35만원)와 용돈(30만원)으로 분리했다. 지출마다 쓰이는 용도가 명확해야 불필요한 지출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다음 밤늦은 술 모임과 카페 모임을 즐기는 이씨의 생활패턴을 고치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용돈을 30만원에서 15만원까지 줄일 수 있었다. 이렇게 1차 상담에서 43만원을 절감하는 데 성공했고, 적자는 96만원까지 줄일 수 있었다.

자녀의 육아를 도맡는 이씨는 전 남편으로부터 육아비를 받아야 마땅한데, 이씨는 한푼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이씨는 “전 남편이 하루 벌어먹고 살기도 바빠 양육비는 꿈도 꾸지 못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런 이유로 전 남편은 자녀를 볼 권한을 갖지 못하지만, 중요한 건 전 남편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이씨가 혼자서 자녀 육아를 오롯이 책임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씨의 재정상태가 상당히 나쁜 편이지만 그렇다고 “한푼도 쓰지 말라”고 무리하게 주문해선 안 된다. 자칫하면 얼마 가지 않아 좌절하고 예전의 소비습관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서다. 관점을 바꾸는 게 중요한데, 쓸 건 쓰되 우선순위를 정하는 습관을 들이면 현명한 지출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씨는 먼저 가계부 쓰는 걸 습관화하기로 했다. 스마트폰에 앱을 내려받고, 그날 쓴 걸 매일 기록하면서 통계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부모님과의 금전적인 관계도 풀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이씨는 부모님 집에 들어가 사는데도 부모님에게 돈을 드리지 않는다. 이씨의 재정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이씨 부모님이 어느 정도 이해를 해주고는 있지만,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이씨에게도 마음의 짐이 남고, 이씨 부모님이 재정적으로 힘든 상황이 올 때 대비하기도 힘들다.

따라서 이씨는 앞으로 매월 20만원씩 용돈을 부모님께 드리기로 했다. 생활비란 명목을 붙이기엔 액수가 많이 부족하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관계가 틀어질 염려가 줄고, 부모님도 더 적극적으로 이씨와 이씨 자녀를 돌볼 수 있다.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을 늘 갖고 있던 이씨도 선뜻 동의했다.

그럼 본격적으로 지출을 줄여보자. 먼저 기존 58만원에서 30만원으로 줄였던 유류비는 한번 더 줄이기로 했다. 운전을 좋아하는 이씨는 도보 20분 거리인 회사를 차로 출퇴근하고, 주말마다 아이를 데리고 스트레스를 풀겠다며 교외로 드라이브를 나갔다. 이런 습관을 모두 버리니 사실상 운전을 할 상황이 별로 생기지 않게 됐다. 따라서 유류비를 한번 더 줄여도 되겠다고 판단해 30만원에서 20만원으로 10만원을 더 줄였다.

다음은 통신비(12만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당 1개월 통신비는 평균 12만3000원이었다. 이점을 고려하면 이씨가 통신비를 많이 쓴다고 보긴 어렵지만, 이씨의 절박한 재정 상황을 고려해 한번 살펴보기로 했다.

이씨는 버스로 출퇴근을 하게 되면서 스마트폰을 쓰는 시간이 늘었다. 그렇지만 데이터를 많이 쓰진 않는다. 요샌 버스에도 와이파이가 잘 구비돼 있어서다. 회사에선 회사 와이파이를 쓰고, 집에선 부모님 인터넷에 장치된 와이파이를 쓴다. 사실상 자신의 데이터를 쓸 일이 거의 없다.

필자는 이씨에게 알뜰폰 유심요금제를 추천했다. 통화가 무제한인 대신 데이터 제공량이 1.5GB에 불과하지만 와이파이 덕분에 데이터는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다. 이통3사 요금제처럼 약정을 걸지 않아도 요금이 저렴하다는 장점도 있다. 따라서 이씨는 9만원에서 4만원짜리 요금제로 변경하기로 했다.

이씨는 얼마 전 최신 스마트폰을 할부로 샀다. 요금제에 3만원씩 스마트폰 할부금이 붙어 있는 이유인데, 이 요금은 한번에 갚기로 했다. 6~7%에 달하는 할부금 수수료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다만, 목돈이 한푼도 없는 이씨는 부모님께 SOS를 요청해 300만원을 빌렸고, 이중 70만원으로 할부금을 전부 갚았다. 이에 따라 이씨 통신비는 12만원에서 4만원으로 8만원 줄어들었다.

남은 230만원은 신용카드 할부금(149만원)과 잔액을 갚는 데 모두 썼다. 급한 불은 껐지만 언제 또 신용카드 할부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날지 모르는 일이다. 따라서 이씨는 신용카드를 모두 해지하고 체크카드를 만들어서 쓰기로 결정했다. 쉬는 날이면 스마트폰으로 쇼핑몰을 보는 습관도 바꾸기로 약속했다.

이렇게 2차 상담이 모두 끝났다. 이씨는 유류비 10만원, 통신비 8만원, 신용카드 할부금 149만원을 줄였고 부모님 생활비로 20만원을 추가했다. 총 147만원을 절감한 셈인데, 덕분에 96만원이었던 적자는 51만원 흑자로 전환됐다.

겉으론 대대적인 지출 다이어트를 한 듯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스마트폰 기기값, 신용카드 할부금 등 대부분의 ‘큰 산’은 부모님의 돈으로 해결한 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씨가 부모님께 빌린 돈을 갚아 나갈 계획을 세워야 하는 이유다. 물론 그보다 중요한 건 어떻게 해야 이 기회를 잘 살려 이씨의 미래를 잘 설계할 수 있느냐다. 그 자세한 방법은 마지막 상담에서 소개하도록 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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