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이륜차 ‘전면 번호판’ 부착
사고 급증한 만큼 미룰 수 없어
안전성 우려 잠재울 방책 필요

지난 5월 26일 이륜차의 전면 번호판 부착을 의무화하는 ‘자동차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전면 번호판의 필요성은 이전부터 논의돼 왔지만 안전성을 이유로 번번이 실행이 무산됐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배달 라이더가 급증하면서 이륜차 사고가 늘어난 만큼 전면 번호판 도입을 더이상 미룰 수는 없다. 다만, 안전성 우려를 잠재울 방책이 필요하다. 

이륜차 전면 번호판의 안전성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륜차 전면 번호판의 안전성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에 이륜차는 대체 몇대나 돌아다닐까. 업계 관계자들은 대략 250만대로 추산한다. 정확한 수치를 확인하는 건 불가능하다. 자동차처럼 이륜차는 등록제가 아니어서다. 이륜차 산업의 후진성을 엿볼 수 있는 사례는 또 있다. 이륜차는 보험ㆍ정비ㆍ폐차 등의 제도가 부실하다. 명확한 규정이 필요한 분야인데도 허점이 많다.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필자는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 국토부는 그동안 이륜차 관련 법ㆍ제도를 정비하려는 노력을 소홀히 했다. 경찰청은 단속 일변도의 구시대적인 방법을 고수했다. 그사이 상당수 이륜차 라이더들은 허술한 법망을 피해갔다. 

문제는 ‘배달시대’가 활짝 열리면서 이륜차 라이더가 부쩍 늘어났고, 그에 따라 사고 건수와 사망자 수도 증가했다는 점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이륜차 사고 건수는 2만1258건, 사망자는 525명이다. 2019년 대비 각각 1.7%, 5.4% 늘어난 수치다. 배달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간을 줄이기 위해 신호위반ㆍ불법유턴 등이 횡행한 탓으로 풀이된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했는지 최근 정치권에서 실질적인 제도 마련에 나섰다. 이륜차의 전면 번호판 부착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한 건 대표적 사례다. 현재 이륜차 번호판은 뒷면에만 부착한다. 


하지만 경찰의 무인 단속장비는 자동차 전면 번호판만 인식하기 때문에 ‘후면 번호판’을 부착한 이륜차 앞에선 유명무실했다. 정치권은 이번 법안 발의로 이륜차의 사고를 줄이고 안전한 운전문화를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전면 번호판 부착을 두고 시장에서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반 시민들은 법안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반면, 이륜차 라이더들은 되레 안전성이 떨어진다며 전면 번호판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륜차 라이더들은 전면 번호판을 부착할 경우 바람의 저항이 커지면서 핸들이 흔들거리기 때문에 운행에 큰 방해가 된다고 말한다. 아울러 운행 중 보행자와 충돌할 경우 전면 번호판으로 인한 부상 위험이 더 클 것으로 우려한다.  

실제로 유럽ㆍ미국에서는 전면 번호판의 이점보다 안전사고 등의 부작용이 더 크다고 여겨 관련 제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이륜차를 배달업에 이용하는 빈도가 매우 낮고 레저용 이동수단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커서 가능한 일이다. 

이륜차를 주요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싱가포르ㆍ인도네시아에서는 전면 번호판 부착이 의무다. 번호판을 부착하지 않았을 때보다 교통법규 위반 단속과 사고 방지에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해서다. 


국내의 경우 레저보다 배달업 중심으로 이륜차 운전문화를 형성했다. 코로나19 이후로는 배달 라이더가 더욱 급증하면서 시장은 무분별하게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통법규를 준수해서 사고 발생률을 줄이는 것이다. 전면 번호판 부착이 불가피한 이유다. 

대신, 전면 번호판의 안전성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방책이 필요하다. 먼저, 번호판의 크기를 작게 하고 모서리 부분을 꺾으면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소재 역시 딱딱한 철재보다는 유연성 있는 플라스틱이 좋겠다. 플라스틱은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소재라서 만에 하나 충돌이 발생하더라도 부상 위험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국내 이륜차 운전문화가 선진형으로 발돋움하려면 당장의 단속만큼이나 장기적인 관점의 노력이 필요하다. 부디 전면 번호판 부착이 낙후한 이륜차 산업과 문화를 다시 세우는 시작점이 되기를 바란다. 

글=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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