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교통법규 위반 실태 심각한 이륜차
관리·감독 제도 없는 낙후한 시장 탓
국토부, 이륜차 운행 환경 개선 나서
현장 상황 고려한 정책 개발이 과제

운전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이륜차 라이더의 위험천만한 운행을 목격한 적이 있을 것이다. 역주행, 진로방해, 속도위반 등 국내 이륜차 운행 환경은 지금 무법지대나 다름없다. 이륜차와 관련한 법적ㆍ사회적 규제를 마련해야 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은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 이륜차 무법지대를 해소할 합리적인 ‘규제 전봇대’는 무엇일까. 

국내 이륜차 운전자들의 후진적인 운행 문화가 각종 안전사고로 이어지고 있다.[사진=뉴시스]
국내 이륜차 운전자들의 후진적인 운행 문화가 각종 안전사고로 이어지고 있다.[사진=뉴시스]

최근 국내 이륜차 운전자들의 막무가내식 운행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신호위반과 불법 주정차는 기본이고, 보도 운행은 물론 아찔한 ‘곡예운전’까지 아무렇지 않게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자동차를 운행하는 운전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갑자기 나타난 이륜차로 인해 사고가 날 뻔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라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한편에선 이륜차 운전자를 두고 ‘이미 사고가 난 사람’ 아니면 ‘앞으로 사고가 날 사람’이라며 조롱 섞인 비난을 보내기도 한다. 이를 우스갯소리로 넘길 수 없는 이유는 이륜차 사고로 인한 사망자수가 매년 늘어나고 있어서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8년 410명이었던 이륜차 사고 사망자수는 2019년 422명, 2020년 439명을 기록하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이륜차를 단속하는 건 쉽지 않다. 경찰의 단속을 피해 무서운 속도로 달아나는 이륜차를 쫓다가 되레 사고가 날 위험이 높은 데다 그 책임이 고스란히 경찰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어서다. 

이륜차 운행 문제가 이렇게까지 심각해진 배경에는 낙후한 이륜차 시장이 있다. 일반자동차와 달리 이륜차는 관리ㆍ감독 제도가 미비하다. 사용신고는 물론 ▲보험 ▲검사 ▲정비 ▲폐차 등 어느 한 분야에도 제대로 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는 전적으로 경찰청 등 교통당국과 정부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정부와 교통당국은 이륜차 운행 현장의 실태를 파악하고 개선하기보다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 연구에만 매달려왔다.

가령, 국토교통부는 이륜차 사고예방을 위해 ‘공익제보단’ 운영, 안전교육 실시, 안전모 보급 확대 등 다양한 정책을 시도했으나 늘어나는 사망사고를 줄이지는 못했다. 정책의 효과가 전혀 없었다는 방증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가지 다행스러운 사실은 최근 정부에서 이륜차 운행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나름의 대책을 내놨다는 점이다. 지난 9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해 10월부터 시행 중인 ‘이륜자동차 관리제도 개선방안’에는 ▲신고제도 관리 강화 ▲안전 검사제도 도입 ▲정비 전문성 제고 ▲폐차제도 도입 등 보다 현실적인 정책들이 포함됐다. 이륜차 운전자들도 “늦었지만 이제라도 이륜차 시장을 체계적으로 관리해나가야 한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아직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많다. 그중에서도 이륜차 운전자들의 자정 능력을 키우는 작업이 급선무다. 이를 위해 이륜차 운전자들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배달업 종사자들을 관리ㆍ보호하는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가령, 배달 라이더가 근무 중 법규 위반으로 문제를 일으킬 경우 해당 라이더와 소속회사에 벌점을 부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안전교육제도 및 선진형 단속체계 구축도 이륜차 운행 환경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밖에 ▲이륜차 앞번호판 부착을 통한 사고책임제도 ▲이륜차의 자동차등록제 시범 도입 ▲자동차 전용도로 운행 시범 사업 등 당장 도입해도 손색없는 정책들은 수없이 많다. 

물론 현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정책의 틀을 세우는 정부의 태도다. 만약 정부가 정확한 실태조사 없이 주먹구구식 정책만 늘어놓는다면 이는 국민의 혈세만 낭비하는 탁상행정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말 많고 탈 많은 이륜차의 운행 문제를 바로잡지 못한다면 그 후유증은 모든 국민에게 돌아올 것이다. 시장을 왜곡하는 정책과 규정이 더이상 만들어지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정부는 이 사실을 명심하고 국내 이륜차 시장의 새로운 분기점을 마련해 나갔으면 한다. 

글 =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정리=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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