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이륜차 시장의 한계
죽은 시장에 활력 심고
성능과 인프라 개선해야

코로나19 국면에서 배달 시장이 성장하자, 이륜차 시장도 부쩍 커졌다. 이륜차가 빠른 배달에 적합해서다. 문제는 지금의 내연기관 이륜차는 환경규제를 감당할 수 없다는 점이다. 원하든 그렇지 않든 전기이륜차의 성장이 필요하다는 건데, 생각만큼 쉬운 과제가 아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내연기관 이륜차를 전기이륜차로 전환하는 건 시대적 과제다.[사진=뉴시스]
내연기관 이륜차를 전기이륜차로 전환하는 건 시대적 과제다.[사진=뉴시스]

“2030년 최초의 페라리 전기차를 출시할 것이다.” 지난 2월 존 엘칸 페라리 CEO가 2020년 실적을 발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수개월 전만 해도 “전기차는 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던 페라리였다. 지난 4일엔 서울 반포동 페라리 전시장에 ‘SF90 스파이더’가 국내 최초로 선을 보였다. 이 차는 하이브리드 슈퍼카다. 

페라리의 변화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이름을 날리는 슈퍼카 브랜드조차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강력한 환경규제 앞에서는 노선을 바꿀 수밖에 없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줘서다. 그만큼 내연기관차의 입지와 전기차의 입지가 빠르게 교체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변화의 흐름을 이륜차가 비껴갈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기동성과 효율성, 공간 확보 등 여러 면에서 강점을 지닌 이륜차는 자동차와 더불어 대표적인 이동수단으로 꼽힌다. 

하지만 국내 이륜차 산업은 무너진 지 오래다. 선진 문화가 받쳐 줘야 성장할 수 있는 산업인데 그러지 못한 탓에 인기가 식어버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산 이륜차들과의 경쟁에서도 밀려났다. 

그럼에도 이륜차의 수요는 꾸준하다. 배달 시장이 받쳐주고 있어서다. 최근에는 배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수요도 부쩍 늘어났다. 이와 함께 전기차 시대가 열리자 내연기관 이륜차가 전기이륜차로 바꿔야 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지난 1월 국토교통부의 자동차 등록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이륜차 등록대수는 지난해 228만9009대로 2019년(223만6895대)보다 5만2114대 증가했다. 

관건은 내연기관 이륜차 중심의 시장을 어떻게 전기이륜차 시장으로 바꾸느냐다. 결론부터 말하면 쉬운 과제는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대선 공약으로 전기이륜차 보급 활성화를 내세웠지만 눈에 띌 만한 변화도 없었다. 지금은 보조금을 지급해 산업을 키우고 있는데, 그것만으로 전기이륜차 시대를 열기엔 역부족이다. 게다가 저가의 중국산 전기이륜차를 수입해 보조금만 빼먹는 방식으로 시장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이들도 적지 않다. 

죽은 시장에 활력부터 넣어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첫째,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야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현재 국내 이륜차 산업은 무너진 상황이다. 전기이륜차를 연구하고 제작하는 국내 기업이 하나도 없는 건 아니지만 활기가 부족하다. 

따라서 정부가 적극 나서 저가 수입산 대신 국내 산업을 키울 수 있는 적극적인 인센티브 정책을 펴야 한다. 사실 전기이륜차는 덩치가 큰 일반 전기차보다 신기술을 적용하기 쉽고, 구현 기간도 짧다.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수 있는 시장이다. 따라서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 더 적합하다. 전기이륜차에 활력을 불어넣으면 자연스레 중소기업들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전달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둘째, 성능 개선이 필요하다. 최근 보급되고 있는 전기이륜차는 문제가 꽤 많다. 1회 충전시 주행가능 거리는 대부분 40~50㎞로 매우 짧은 편이다. 충전속도 역시 완속충전 기준으로 4~5시간이나 걸린다. 1회 주유로 약 150㎞를 이동할 수 있는 내연기관 이륜차와 비교하기 힘든 수준이다. 이륜차가 대부분 배달용이라는 걸 감안하면 이륜차 주인으로선 수지 타산이 맞지 않다. 

따라서 주행거리를 늘려야 한다. 혹자는 ‘배터리 용량을 키우면 되지 않는가’라고 말하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배터리 용량을 늘리면 주행거리가 길어지는 게 사실이지만 그만큼 배터리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어서다. 

다행히 최근 한 국내 중소기업이 6단 전기차 변속기를 개발했다. 이 변속기를 사용하면 기존 전기이륜차의 한계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 배터리 용량으로도 주행거리를 2배 정도 늘리고, 등판 성능(언덕길 주행능력)도 개선할 수 있어서다. 모터를 무리하게 사용할 필요가 없으니 냉각장치를 줄일 수도 있다. 모터의 크기가 작아서 전기이륜차에 쉽게 장착할 수 있고, 구조적인 한계점도 없다. 이처럼 성능 개선을 위한 업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거다.  

셋째, 전기이륜차용 급속충전기 개발도 필요하다. 업계에 따르면 상당한 기술 노하우를 가진 중소기업이 머지않아 성능 좋은 모델을 출시할 방침이다. 크기는 작지만 고출력 충전을 할 수 있고, 40분 내외로 완전충전이 가능하며, 방수ㆍ방진 등 전기이륜차의 노출 정도를 고려해 내구성도 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일반적인 충전기는 내부열을 방출할 팬이 장착돼 있지만 이 충전기는 신기술을 채택해 팬이 필요 없어 소음이 거의 없다고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충전 배선이 잘못 연결되거나 접히는 등 문제가 발생하면 전원이 자동 차단돼 안전성까지 갖추고 있다. 전기이륜차에 탑재할 수도 있고, 여러 대를 캐비닛에 설치해 한번에 여러 대를 충전할 수도 있다. 

전기이륜차의 풀어야 할 과제

이처럼 전기이륜차가 성장하려면 숱한 과제를 풀어야 한다. 업계가 전기이륜차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면 배달 시장에서 전기이륜차의 활약을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다. 아울러 이런 기술력을 가진 중소기업을 정부가 적극 지원한다면 내연기관 이륜차가 전기이륜차로 옮겨가는 건 시간문제다. 

이를 통해 산업이 성장하면 이륜차 천국인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인도 등 해외 시장으로의 진출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전기이륜차 시장의 성장을 지원하는 것만으로도 글로벌 강소기업을 발굴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정리 =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