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실적 나빴던 정유업계
직원 수 눈에 띄게 줄었는데
정규직보다 기간제 여파 더 커

지난해 정유사들의 실적이 곧두박질쳤다. 글로벌 환경규제에다 국제유가 하락, 코로나19까지 악재가 겹쳐서다. 정유사에서는 직원 수도 눈에 띄게 줄었는데, 통계를 분석해본 결과 정유사업 부문의 기간제 직원들이 줄었다. 정유사들이 정유사업 몸집을 줄이는 동시에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비용 줄이기에 나선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도 나온다. 

정유사들이 지난해 경영악화로 인해 직원들을 줄였는데, 기간제 하락 비율이 컸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유사들이 지난해 경영악화로 인해 직원들을 줄였는데, 기간제 하락 비율이 컸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국내 정유사들은 큰 시련을 겪었다. ▲세계 각국의 친환경 정책 강화와 중국 성장 부진 ▲그로 인한 석유 수요 감소와 국제유가 하락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의 감산 협의 실패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에 따른 이동의 급감 등 악재가 줄줄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 정부가 친환경 정책을 강화했음에도 기본적인 석유 수요를 바탕으로 꾸준히 수익을 올려왔던 정유사들의 실적은 완전히 곤두박질쳤다. SK이노베이션에서 석유사업을 담당하는 SK에너지와 SK인천석유화학은 지난해 각각 1조9361억원, 662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GS칼텍스는 9192억원, 에쓰오일은 1조991억원, 현대오일뱅크는 593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직원들 평균연봉도 줄었다. 남자 직원(사업부문이 나눠져 있으면 정유부문 남자 직원 기준)을 기준으로 볼 때 SK에너지의 평균연봉은 2019년 1억3600만원에서 2020년 1억2500만원(-8.1%)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GS칼텍스는 1억1280만원에서 1억504만원(-6.9%)으로, 에쓰오일은 1억1582만원에서 1억1467만원(-1.0%)으로 감소했다. 현대오일뱅크의 경우에는 1억1400만원에서 9900만원으로 13.2% 줄었다. 

사업이 좋지 않았던 탓인지 직원 수도 줄었다. 지난해 1분기와 올해 1분기를 기준으로 비교해보면 SK에너지 직원 수는 2783명에서 2697명으로 3.1%(-86명), GS칼텍스는 3315명에서 3252명으로 1.9%(-63명), 에쓰오일은 3277명에서 3206명으로 2.2%(-71명) 줄었다. 현대오일뱅크는 2085명에서 1998명(-87명)으로 줄어 수적으로도, 감소율(-4.2%)로도 가장 많이 줄었다. 심지어 미등기임원 수도 줄었다. SK에너지의 미등기임원 수는 전년과 동일했지만 GS칼텍스에선 2명, 에쓰오일에선 3명, 현대오일뱅크에선 6명이 줄었다. 

그만큼 지난해 정유사들이 받은 타격이 컸다는 건데, 눈여겨볼 점은 특정 부문의 직원들에게 그 타격이 집중됐다는 점이다. 

먼저 기간제 직원들의 타격이 만만찮았던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숫자로만 따지면 SK에너지(정규직 증가)를 제외한 정유3사에서는 정규직 직원이 많이 줄었다. GS칼텍스에서는 58명, 에쓰오일에서는 51명, 현대오일뱅크에서는 85명의 정규직 직원이 각각 감소했다. 

기간제 감소율 더 높아

감소율로 따져 보면 기간제 직원들이 후폭풍을 맞았다. 정규직 직원 감소율은 1~4%대인 반면, 기간제 직원 감소율은 4~40%대였기 때문이다. 특히 정유사 중 가장 많은 기간제 직원을 두고 있던 SK에너지의 경우엔 직원 수가 기간제에서만 감소했다. 2020년 1분기 기준 SK에너지는 247명의 기간제 직원을 두고 있었는데, 올해 1분기에는 그 수가 148명(-99명)으로 40.1% 줄었다. 같은 기간 정규직 직원은 오히려 13명 늘었다. 

정규직과 기간제 직원의 수치 변화만 놓고 보면 기간제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 기간 정규직의 평균 근속연수가 20.9년에서 21.9년으로 더 늘었다는 걸 감안하면 줄어든 99명의 기간제 직원이 정규직으로 전환됐을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정유업계는 실적 악화로 희망퇴직 신청(상시)을 받기도 했다. 

SK에너지 다음으로 기간제 직원이 많은 GS칼텍스에선 2020년 112명이었던 기간제 직원이 올해 1분기엔 107명(-4.5%)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에쓰오일에선 52명에서 32명(-38.5%)으로, 현대오일뱅크에선 39명에서 37명(-5.1%)으로 감소했다. 이들 정유사에서는 정규직도 줄어든 만큼 기간제 직원이 정규직으로 전환됐을 가능성이 더 낮다. 정유사들의 기간제 직원 비율이 지난해보다 낮아졌지만, 그게 좋은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다. 

또하나 눈여겨볼 건 정유사업 부문의 직원 수 감소가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GS칼텍스의 경우, 정유사업 부문 직원은 2020년 1분기 2147명에서 2077명으로 70명이 줄었다. 전체 감소치(-63명)보다도 많다. 다른 사업부문에서 인원이 늘었다는 건데, 바로 석유화학사업 부문이다. 같은 기간 석유화학사업 부문 직원은 전년보다 19명 늘었다. 

에쓰오일도 사업별로 인원 수를 구분하고 있는데, 역시 정유사업 부문 감원이 많았다. 2020년 1분기 1522명이던 정유사업 부문 직원은 올해 1분기 1489명으로 30명이나 줄었다. 전체 감소 인원(-71명)의 절반에 달한다. 나머지는 기타사업 부문에서 줄었고, 석유화학사업 부문은 1명 줄어드는 데 그쳤다. 

정유사 중 기간제가 가장 많던 SK에너지에서는 기간제 직원이 전년 대비 절반으로 확 줄었다.[사진=뉴시스]
정유사 중 기간제가 가장 많던 SK에너지에서는 기간제 직원이 전년 대비 절반으로 확 줄었다.[사진=뉴시스]

SK 정유사업 부문은 모기업인 SK이노베이션이 사업부문을 계열사별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분석해 봤다. [※참고: SK 정유사업의 핵심 계열사는 SK에너지와 SK인천석유화학, 화학사업의 핵심은 SK종합화학이다.] 그 결과, SK에너지에서는 86명이, SK인천석유화학에서는 20명이 줄어 정유사업 핵심 계열사에서만 106명이 줄었다. 반면 SK종합화학에서는 29명이 늘었다. 

정유 줄고 석유화학 늘고

이는 정유사들이 수년 전부터 화학사업을 꾸준히 키우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실적도 정유사업 부문 인원 변동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정유사들은 정유사업에서는 큰 손실을 입었지만 화학사업을 통해서는 대부분 수익을 냈거나 손실폭이 굉장히 낮았다. 

그렇다면 정유사업이 다시 활기를 띠면 정유사들이 정유사업 부문 인원 수를 더 늘릴까.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현재 정유사들은 돈 안 되는 정유사업보다는 돈 되는 석유화학사업에 더 집중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산업 전망을 봐도 정유산업보다는 석유화학산업의 전망성이 더 좋은데 굳이 정유사업에서 비용을 늘릴 필요가 있겠는가. 아직 정유산업이 완전히 회복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당분간 현재의 생산체제를 문제없이 유지할 수 있는 수준으로만 인력을 운영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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