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도 국제유가 상승세
하지만 이란 등 산유국 변수에
미국 내 기름값까지 부담

“국제유가가 100달러까지 갈 수도 있다.” 최근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하자 일부에서 이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면서 원유 수요가 공급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을 막아설 변수도 수없이 많다. 국제유가는 과연 100달러를 넘어설까.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배럴당 100달러를 넘길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사진=뉴시스]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배럴당 100달러를 넘길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사진=뉴시스]

그동안 국제유가는 셰일오일과의 경쟁,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감소 등이 겹쳐 꾹꾹 눌려 있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백신 등장과 함께 세계 경제가 회복기로 접어들면서 석유 수요가 늘었고, 이로 인해 가격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6월 21일 기준(뉴욕상업거래소)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71.04달러, 국내에서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70.07달러를 기록했다. 연초보다 각각 49.2%, 38.45% 올랐다. WTI(6월 8일)와 두바이유(6월 4일)가 70달러 선을 넘어선 건 각각  2년 8개월(2018년 10월 이후), 2년 1개월(2019년 5월 이후) 만이다. 2~3년 만에 찾아온 고유가 상황이라는 건데, 이런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기관들의 가격 전망치가 상향 조정된 것만 봐도 그렇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6월 단기에너지 전망’에서 올해 WTI 평균 가격 전망치를 61.85달러로 지난 3월 전망치(57.24달러)보다 8.1% 상향 조정했다. 브렌트유 평균 전망치도 60.67달러에서 65.19달러로 7.5% 높여 잡았다. EIA뿐만이 아니다. 골드만삭스와 스위스 투자은행 UBS그룹 역시 최근 국제유가 상승 분위기를 반영해 3분기에는 유가가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전망치를 상향조정했다. 

그러자 일부에선 올해 안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EIA는 올해 글로벌 석유시장의 수요를 일일 평균 9765만 배럴, 공급을 일일 평균 9682만 배럴로 예상(6월 단기 에너지 전망 기준)하고 있다. 매일 평균 83만 배럴의 공급이 부족할 거라는 얘기다. 

공급 부족 원인은 OPEC+(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과 그 외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의 생산 조절, 세계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 등이다. 여기에 역설적으로 세계 각국 정부의 친환경 정책이 국제유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4일 “에너지 분야의 자금이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에 몰리면서 화석에너지 관련 투자가 급감했다”면서 “그로 인해 국제유가가 더 치솟고 있다”고 전했다. 에너지 컨설팅기업 우드맥킨지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석유 채굴 비용은 3290억 달러(약 372조원)로 2014년의 절반 수준이었다. 

공급 대비 수요 많긴 하지만…

하지만 제아무리 공급이 부족해도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르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만만찮다. 변수가 워낙 많아서다. 우선 석유 수요 전망치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신이 등장하면서 코로나19를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과 그에 따른 재확산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코로나19가 재확산하고 또다시 봉쇄조치가 이어진다면 수요는 급격하게 떨어질 수 있다. 지난 5월 중순 국제유가 상승세가 잠깐 주춤했던 것도 유럽과 신흥국의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때문이었다. 

OPEC+의 행보도 변수다. 최근 OPEC+는 올해 7월말까지 감산 기조를 유지하면서 점진적으로 감산 강도를 완화하는 것에 합의했다. 감산 이행률이 부진한 국가에는 여전히 페널티(미이행분 추가 감산)도 부과한다. 문제는 이란이다. 현재 이란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시절 제재를 받아 석유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그런데 조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란의 핵협상 복귀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의 제재가 풀리면 석유 생산이 늘어나면서 OPEC+의 감산 기조도 유동적으로 바뀔 여지가 있다. 

당장 이란의 산유량이 아니라 수출량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최진영 이베스트증권 애널리스트는 “모하메드 바르킨도 OPEC 사무총장이 이란의 산유량은 질서 있게 이뤄질 것이며, 큰 걱정은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우려는 여전하다”면서 “이란 제재가 해제되면 이란의 석유 수출량은 2~3개월 내에 제재 이전 수준으로 회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이 수출만 못 했을 뿐 생산은 계속해왔기 때문이다. 최 애널리스트는 “OPEC+가 최근 회의에서 7월 이후의 방향성을 논의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공급자인 베네수엘라도 변수다. 2013년 베네수엘라에 좌파 정권이 들어선 후 트럼프 미 행정부는 베네수엘라에 전방위적인 제재를 가해 왔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서 베네수엘라는 종전의 제재가 풀리길 기대하고 있다. 만약 미국이 제재를 푼다면 세계 최대의 석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베네수엘라가 공급자로 동참하게 되고, 국제유가 상승세에 제동을 걸 만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2020년 공급량 확 늘어날 듯

미국 내 석유제품 가격도 변수다. EIA에 따르면 5월 미국 내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1갤런=3.78L) 3.08달러다. 올해 1월 평균인 2.33달러보다 30.0%나 오른 가격이다. 2010년 이후 미국 내 휘발유 평균 가격이  대략 2.8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세계 각국의 친환경 정책으로 석유 채굴 투자가 줄어 국제유가가 올랐다는 주장도 있다.[사진=뉴시스]
세계 각국의 친환경 정책으로 석유 채굴 투자가 줄어 국제유가가 올랐다는 주장도 있다.[사진=뉴시스]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면 미국으로선 유가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전규연 하나금융그룹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경제가 충분하게 회복되기 전에 유가가 과도하게 오르면 비용이 크게 늘어 경제 회복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고, 인플레이션 우려도 커진다”면서 “따라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가격 조절을 위한 공감대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유가의 상승세를 막을 만한 변수들이 다양하게 포진해 있다는 얘기다.

EIA가 ‘6월 단기 에너지 전망’에서 올해 국제유가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2020년 수요 증가 속도가 올해보다 더 줄어들고, 산유국들의 석유 공급이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이라 전망한 건 이와 무관하지 않다. 결국 최근 수요 증가로 국제유가가 빠르게 상승했고, 좀 더 상승할 가능성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할 때 추가적인 급등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거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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