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LINC+사업단 공동기획
구도심 된 원미동 재생 프로젝트
문화공간 알리는 특별한 지도

부천시는 문화도시를 지향한다. 매년 세계적인 문화축제가 열린다. 1년에 며칠 열리는 문화축제도 좋지만, 생활 속에서 공기처럼 문화를 즐길 수는 없을까. 가톨릭대 3명의 청년들이 해답을 찾았다. 흥미롭게도 해답은 낡은 원미동에 있었다. 누군가는 구도심으로 전락했다고 말하는 원미동에서 그들은 무엇을 발견했을까.

학생들은 낡은 구도심인 원미동에서 가능성을 엿봤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학생들은 낡은 구도심인 원미동에서 가능성을 엿봤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소설 「원미동 사람들」은 1980년대 부천시 원미동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물질주의와 개발주의가 팽배한 시절 원미동에 둥지를 튼 소시민의 이야기를 그렸다. 어느덧 소설이 나온 지 40년이 다 돼 간다. 하지만 사람들은 “원미동은 여전히 소설 속 그때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젊은 사람들이 신도심으로 떠나면서 원미동은 1980년대 모습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거다. 실제로 원미동의 인구는 2012년 3만5156명에서 2018년 3만1955명으로 크게 줄었다. 

그렇다면 신도심과 구도심의 명암을 어떻게 봐야 할까. 높은 건물이 즐비한 신도심은 빛이고 낡고 오랜 구도심은 그림자일까. 구도심에 숨은 가치는 없을까. 이런 물음에 답을 찾기 위해 청년들이 머리를 맞댔다. 가톨릭대 ‘사회혁신 캡스톤디자인 : 소셜리빙랩’에서 타조팀으로 만난 유지승ㆍ이동하ㆍ채주연 학생이다.[※참고: 타조팀의 팀명은 ‘타인을 위하는 조’는 의미다.] 

사실 이들에게도 원미동은 ‘낯선 동네’였다. 프로젝트를 본격화하기 전 찾아간 원미동은 구도심 그 자체였다.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 동네를 지키고 있고, 거리는 한산했다. 하지만 골목을 걸을수록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다. “원미동은 여전히 대형마트보다 재래시장이 발전한 동네예요. 시끄러운 신도심과 달리 조용하고, 숨은 작은 가게가 많죠. 역설적이게도 이런 점이 원미동에 ‘기회요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실제로 원미동 곳곳엔 작은 공방이 많았다. 뜨개질 공방, 목공예 공방, 가죽 공방, 화실까지. 예술가들의 개인 작업실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조용하고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게 예술가들을 원미동으로 이끈 셈이다. 


‘이렇게 숨은 문화공간을 사람들에게 알린다면 원미동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지 않을까’ ‘지역 예술가와 주민들을 연결한다면 예술가에겐 경제적 도움이 되고, 주민들에겐 문화생활을 즐기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그래서 학생들이 생각한 게 ‘원미동 문화매핑(mapping) 프로젝트’다. 원미동의 문화공간을 담은 ‘지도’를 만드는 게 골자였다. 

학생들은 먼저 주민들에게 ‘문화 콘텐츠’를 원하는 수요가 있는지 확인했다. 사람들이 붐비는 재래시장 두곳을 찾아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주민 대다수가 문화공간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었어요. 만약 알게 된다면 이용하고 싶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90%대에 달했죠.” 

하지만 차별화 포인트가 필요했다. 이미 관공서에서 만든 지도가 숱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미동에서 문화공간을 운영하고 있는 임재현 아트뮤직프로젝트 대표(멘토)를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채주연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기존 지도에는 도서관이나 공공문화시설이 주로 표시돼 있었어요. 관官이 주도해 만들었기 때문이었죠. 저희는 작은 문화공간을 위주로 10~15분 내에 걸어서 닿을 수 있는 거리까지만 담기로 했어요.” 

지도에 소개할 문화공간을 선별하기 위해 학생들은 한달에 1~2번씩 원미동을 찾았다. 그 과정을 통해 가족이나 친구 단위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공간 18곳을 추렸다. 지도는 학생들이 직접 제작했다. 앞면에는 지도를, 뒷면에는 문화공간의 주소와 소개를 담았다. 여건상 지도에 담지 못한 아이디어도 많았다. 특히 ‘온라인’ 시대에 ‘오프라인 지도’를 보게 만들기 위해선 ‘메리트’가 있어야 했다. 학생들은 지도를 ‘쿠폰북’으로 활용하는 방안, 지도에 QR코드를 삽입해 각 문화공간의 온라인 사이트로 연결하는 방안 등을 모색했다. 


아이디어는 넘쳤지만 한정적인 기간과 예산 등으로 실제로 구현하지는 못했다. “아쉬움이 남지만 ‘부천시 문화지도’를 완성해 가톨릭대 등에 배치했어요. 특히 학생들의 반응이 긍정적이었죠. 요즘 젊은층 사이에서 ‘원데이 클래스’가 인기잖아요. 공방에서 운영하는 원데이 클래스에 참여하고 싶다는 친구들이 많았죠.”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새로운 젊은층의 유입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프로젝트를 마친 학생들은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부천시는 ‘문화도시’를 지향해요. 실제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부천국제만화축제’ 등도 열리죠. 하지만 1년에 한번 열리는 대형 행사도 좋지만 생활 속에서 공기처럼 문화를 즐길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요. 원미동 문화매핑 프로젝트처럼 작은 문화공간을 활성화할 방안들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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