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LINC+사업단 공동기획
인터뷰 | 슉슉팀의 동물농장 게임
장애인 불편시설 정보 수집

스마트폰 게임은 공공성과는 거리가 먼 즐길거리다. 공공성은 고사하고 사회에 해악을 끼친다는 편견을 가진 이들도 많다. 여기 스마트폰 게임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바꿔보겠다’고 나선 대학생들이 있다. 가톨릭대 슉슉팀은 스마트폰 게임을 활용해 장애인 불편시설 정보를 수집하는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돌아다니며 퀘스트를 수행하다 보면 휠체어 이용자에게 유용한 시설정보가 자연스레 축적되는 위치기반 게임이다. 언뜻 봐도 혁신적이다.

스마트폰 게임과 공익을 연결한 슉슉팀의 조예신·이성재·이진민 학생(왼쪽부터).[사진=천막사진관]
스마트폰 게임과 공익을 연결한 슉슉팀의 조예신·이성재·이진민 학생(왼쪽부터).[사진=천막사진관]

✚ 프로젝트 아이디어가 굉장히 참신해요. 이런 아이디어가 어떻게 떠올랐나요. 
이성재 학생(이하 이성재) : “고등학교 때 친구가 사고로 반월성 연골 파열을 당했어요. 아직은 괜찮지만 나이가 들면 휠체어를 타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 저도 마음이 무거웠죠. 친구의 사례를 접한 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시설들이 생각보다 취약하다는 사실도 알게 됐고요.”


✚ 그래서 장애인 시설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방법으로 게임을 생각한 거군요.
이성재 : “사실 부모님 덕도 좀 봤어요.” 


✚ 뭔가요?
이성재 : “부모님께서 직접 돌아다니며 게임 하는 포켓몬고를 좋아하세요. 그 모습을 보면서 ‘동물농장 게임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 동물농장 게임을 간략히 설명한다면요?
이진민 학생(이하 이진민) : “길 잃은 동물을 농장으로 데려오기 위해선 도로와 시설물들의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게 주된 테마예요. 게임을 수행하면서 쌓인 불편시설 정보들은 휠체어 이용자를 위해 쓰이죠.” 


✚ 게임 아이템은 참신한데 동물농장이라는 게임명은 조금 상투적인 느낌이에요(웃음).
조예신 학생(이하 조예신) : “이름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어요. 모든 연령층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이름을 찾다가 동물농장이라고 지은 거예요. 게임에 동물이 등장하니까요. 동물농장은 흔한 이름이긴 해도 접근이 쉽잖아요.” 


✚ 현재 프로젝트는 어디까지 진행됐나요?
이진민 : “게임 시나리오와 UI(사용자 인터페이스)까지는 완성했어요. 앱 개발 직전 단계인데, 개발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여러 공모전의 문을 두드리고 있어요. 올 1월엔 경기 서남부 3개 대학에서 공동주최한 제4회 사회적기업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고요.”


✚ 앱 개발비용은 얼마 정도 들 것으로 예상하나요?
이성재 : “저희는 전공이 화학(이성재), 경영학(조예신), 국제학(이진민) 등이어서 직접 앱을 개발하기가 힘들어요. 개발자를 따로 불러야 하는데 적게 잡아도 4000만~5000만원은 필요할 듯해요. 개발기간도 6개월 정도는 잡아야 하고요. 일단 공모전 등에 도전하고는 있지만 제대로 하려면 투자자를 모집하든지 해야 할 것 같아요.” 


이진민 : “개발자는 최소 3명은 필요해요. 안드로이드 버전 개발자와 iOS 버전 개발자, 그리고 아트디렉터가 있어야 하죠.” 

조예신 : “저희가 올 1월에 열린 제4회 사회적기업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잖아요. 그때 대상을 받은 팀이 공대 출신들이었어요. 부럽더라고요. 자신들이 낸 아이디어를 직접 개발할 능력이 있으니까요. ‘우리도 아이디어를 직접 개발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컸죠.” 

✚ 어쨌든 개발비용을 회수하고 사업체를 안정감 있게 운영하려면 수익구조가 탄탄해야 할 것 같아요. 
조예신 : “그렇죠. 처음엔 광고 시청에 따른 보상형 시스템으로 가려 했어요. 그런데 광고는 너무 불확실한 수익 구조여서 유료멤버십 위주로 방향을 잡았어요. 그런데 돈을 내고 즐길 정도라면 게임이 재미있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어요.”


이진민 : “정부나 민간기업에 정보를 제공한 뒤 수수료를 받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어요. 정부에서는 장애인 시설물들을 1년에 한번씩 일괄조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만약 우리의 데이터를 받는다면 일괄조사가 필요 없어질 겁니다. 대신 우리가 그 조사비용을 받으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 듯해요.” 

✚ 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공익성과 수익성 사이에서 갈등을 할 수도 있겠네요. 
이성재 : “고민되는 부분이에요. 어쨌든 게임이 흥행을 해야 초기 투자비용도 메우고 공공성도 챙길 수 있는 거잖아요. 일단은 대중이 많이 접근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걸 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 위치기반 AR게임은 흥행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어요. 이용자가 굳이 밖으로 나가면서까지 게임을 해야 할 유인이 있느냐는 건데요.
이성재 : “우리가 가장 불안한 부분이 그거예요. 게임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려면 충분한 동기부여가 있어야 하잖아요. 동물농장은 위치기반 서비스가 메인인 만큼 이용자를 밖으로 나가게 하는 게 매우 중요해요. 밖에서 하는 게임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헬스케어 기능을 넣기로 했어요. 돌아다니며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걸음을 기록하고 건강을 체크하는 기능이죠.”


✚ 코로나19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겠네요. 
이성재 : “코로나19가 위치기반게임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긴 해요. 하지만 언젠간 극복되지 않을까요. 우리가 게임을 개발하는 동안 코로나가 극복되리라 믿고 일을 진행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 이 프로젝트를 발표했을 때 주위의 반응은 어땠나요?
조예신 : “교수님이 우리 프로젝트를 재미있어 하셨어요. 그런데 발표를 마치니 ‘너희는 이렇게 기획만 하는 정도로 끝날 거 같다’는 뉘앙스로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들으니 괜히 오기가 생기더군요. 뭔가 보여드리고 싶다는 각오도 생겼고요.”

✚ 교수님이 일부러 도발하신 거 아닐까요?
조예신 : “그러신 것 같아요(웃음). 어쨌든 교수님은 우리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이셨고 아이디어도 높이 평가해 주셨어요. 학점도 A플러스를 주셨고요.” 


✚ 흥행에 실패하더라도 사장되긴 아까운 아이디어인데요.
이진민 : “초등학생 교육용 애플리케이션으로 활용하는 걸 차선책으로 생각해 뒀어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이런 종류의 게임은 없거든요. 아이들이 게임을 즐기면서 장애인 불편시설을 제보하는 거죠. 이를 통해 도로나 건물이 바뀌는 모습을 본다면 동기 부여도 될 거예요.”


조예신 : “차선책의 경우 교육청 지원금을 통해 게임 제작과 운영이 가능할 듯해요. 초등학교 교사와도 인터뷰를 해봤는데요. 창의력 체험학습 시간에 장애인 인식개선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 시간에 ‘동물농장 게임을 하면 어떨까요’라고 물었더니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왔어요. 다만, 아직까진 대중이 즐기는 게임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느꼈던 소회가 있다면요. 
이진민 : “우리의 게임 아이디어를 기존 게임업체에서 표절하면 어쩌지라는 걱정도 했었어요. 하지만 그렇게라도 널리 퍼져서 게임이 활성화하면 휠체어 이용자에게 좋은 것 아니냐는 조언을 듣고 마음을 고쳐먹었죠. 궁극적으로는 더 좋은 세상이 열리는 것이니까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공익성을 여러 각도에서 생각할 수 있었어요.” 


조예신 : “저는 소셜 사업에 관심이 많았지 게임에는 별 흥미가 없었어요. 그러다 좋은 팀원들을 만났죠. 휠체어 이용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게임 사업을 함께 기획했다는 데에 보람을 느껴요.” 

이성재 : “저는 반대였어요. 게임은 좋아했는데 소셜 사업에는 별 관심이 없었죠. 서로를 보완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이 프로젝트를 통해 깨달았어요.” 

유두진 더스쿠프 전문기자
ydj12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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