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LINC+사업단 공동기획
인터뷰 | 타조팀의 문화매핑 프로젝트
낡은 원미동 새롭게 발견하다

세 청년에게 부천시 원미동은 ‘낯선 동네’였다. 하지만 발전이 멈춘 낡은 동네라는 첫인상은 금세 깨졌다. 원미동 곳곳에서 문화가 싹트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톨릭대 ‘사회혁신 캡스톤디자인 : 소셜리빙랩’에서 만난 타조팀(유지승ㆍ이동하ㆍ채주연 학생) 세 청년은 원미동에 숨은 문화공간을 알리기 위해 지도를 만들었다. 이른바 ‘원미동 문화매핑(mapping) 프로젝트’다.

타조팀은 원미동의 문화공간을 찾아 소개하는 ‘원미동 문화매핑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왼쪽부터 채주연 ‧ 이동하 학생.[사진=천막사진관]
타조팀은 원미동의 문화공간을 찾아 소개하는 ‘원미동 문화매핑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왼쪽부터 채주연 ‧ 이동하 학생.[사진=천막사진관]

✚ 동네 문화지도를 만들었다고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이동하 학생(이하 이동하) : “처음부터 문화지도를 만들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에요. 이제는 구도심이 돼 버린 원미동의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죠. 신도심이 생기면서 구도심은 낙후하고 점차 격차가 벌어지잖아요. 그중 하나가 문화적 격차라고 생각했어요.” 

채주연 학생(이하 채주연) : “여러 문제 중에 ‘문화’에 관심을 둔 건 부천시가 ‘문화도시’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문화도시를 내세우고 있지만 부천에 살고 있는 저조차 문화도시라는 걸 체감하기가 어려웠죠. 이렇다 할 문화시설이 없는 원미동은 더 열악할 거라고 짐작했거든요.” 

✚ 실제로 원미동에 가보니 어땠나요.
유지승 학생(이하 유지승) : “낡고 오래된 건물이 많고 발전이 더딘 건 사실이었어요. 하지만 뜻밖의 것들을 발견했죠. 숨은 문화공간이 정말 많았어요. 여러 공방부터 젊은 예술가의 작업실도 많았죠.” 

채주연 : “맞아요. 원미동엔 어르신들이 많을 거란 생각은 편견에 불과했어요. 자신만의 신념을 갖고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이동하 : “다만 아쉬웠던 건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었죠. 대부분 혼자서 공방을 운영하면서 생계를 꾸리다 보니 홍보하고 사람을 모으는 덴 한계를 느끼고 계셨어요.” 

✚ 그런 문화 콘텐츠가 있다면 지자체가 나서서 지원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채주연 :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부천시 시의원으로부터 여러 이야기를 들었어요. 지자체로선 원미동에 노인인구가 많고 오가는 청년들이 적으니 ‘문화를 향유할 사람이 없다’고 판단했던 거죠. 그래서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던 거고요. 사실은 수많은 젊은 예술가가 원미동에 둥지를 틀고 있었는데도 말이죠.” 

유지승 : “‘문화를 향유할 사람이 없다’는 건 속단이었어요. 원미동 주민들도 문화 콘텐츠를 원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 주민들의 생각을 어떻게 확인했나요. 
이동하 :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봤어요. 원미동의 대표 재래시장 두곳에 찾아가 150여명의 주민들에게 물었죠.” 

유지승 : “응답자의 60%가량이 ‘원미동에 다양한 문화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어요. 또 90% 이상이 ‘원미동 내 문화공간을 알게 된다면 이용하고 싶다’고 답했죠.” 

✚ 그래서 문화지도를 통해 문화공간을 알리기로 한 거군요. 
채주연 : “맞아요. 하지만 이미 지자체가 만든 오프라인 지도가 많잖아요. 차별화가 필요했어요.” 

✚ 어떻게 차별화했나요. 
이동하 : “어떤 공간을 소개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지자체가 만든 기존 지도는 대부분 시나 구에서 운영하는 공공시설을 소개하고 있었죠. 사실 지역 주민들에겐 새로울 게 없는 것들이잖아요. 쉽게 알 수 있는 곳들이고요.” 

유지승 : “저희는 원미동 주민부터 외부의 젊은층까지 원미동으로 끌어들일 만한 문화공간 위주로 지도를 만들기로 했어요.” 

채주연 : “물론 저희가 소개하려는 문화공간이 대부분 상업적 공간이기 때문에 공간을 선정하는 나름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 어떤 기준을 세웠나요. 
이동하 : “주민들에게 개방적이고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하는 공간을 위주로 추렸어요. 실제로 그런 공간들이 많았거든요.” 

✚ 자세히 소개해 주신다면요. 
채주연 : “주민들이 와서 자유롭게 쉬다 갈 수 있도록 개방된 아지트 같은 공간도 있었고요. 악기를 무료로 대여해주는 공간도 있었어요. 특히 그곳에선 음악을 하고 싶지만 경제적 여유가 없는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악기를 연주하더라고요. 이렇게 원미동의 문화 부흥을 위해 노력하는 18곳을 꼽았습니다.” 

✚ 하지만 스마트폰만 열면 편리한 ‘온라인 지도’가 많잖아요. 
유지승 : “그렇죠. ‘오프라인 지도’를 보게 하려면 그만한 ‘메리트’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예컨대 지도를 ‘쿠폰북’으로 활용해 지도를 가지고 문화공간에 방문하는 경우 혜택을 제공하는 거죠.” 

이동하 : “또 지도 뒷면에 문화공간별로 ‘QR코드’를 삽입해 각각의 온라인 사이트로 연결되게 하는 방안도 있었어요. 하지만 한 학기 동안 진행되는 수업이라서 지도의 ‘프로토타입(proto type)’까지 만드는 데 그쳤어요. 조금 아쉽죠.” 

✚ 지도 제작은 어떻게 했나요. 
채주연 : “직접 제작했어요. 디자인 업체에 맡기려고 하니 비용이 만만치 않더라고요(웃음).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원미동에서 발품을 많이 팔았어요. 그래서 골목골목 속속들이 알고 있었죠. 또 지도에는 걸어서 15분 안팎이면 닿을 수 있는 곳들만 소개하기로 했어요. 그래서 제작하는 덴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유지승 : “앞면에는 지도를 뒷면에는 각각의 문화공간의 주소와 소개를 실었어요.”  

✚ 지도를 알리는 것도 중요할 텐데요. 
채주연 : “먼저 가톨릭대 교내 게시판에 배포했는데 예상보다 반응이 좋았어요. 요즘 ‘원데이 클래스’가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잖아요. 라탄공방, 수공예공방, 가죽공방, 바느질공방 등에서 원데이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었거든요. ‘원미동이 이런 곳에 있는 줄 몰랐다’며 ‘알았다면 진작 갔을 것’이라고 말하는 학생들이 많았어요.” 

이동하 : “도움을 주신 원미동 분들에게도 전해드리고 공방에도 배치했습니다. 예산이 한정적이라 50장밖에 만들지 못했어요. 더 널리 알리지 못해 아쉽습니다.”  

✚ 지도를 앱으로 만드는 것까지가 최종 목표였다고요. 
유지승 : “맞아요. 앱으로 만들면 편의성을 높일 수 있을 테니까요. 예컨대 이용자가 가족 단위인지 친구나 연인 단위인지에 따라 서로 다른 문화공간을 소개할 수 있고요. 문화공간을 카테고리별로 나눠 구분할 수도 있겠죠.” 

채주연 : “무엇보다 가장 추가하고 싶었던 기능은 ‘예술가들의 커뮤니티’ 기능이었어요. 흩어져 있는 예술가들이 함께 모이면 재미난 프로젝트를 만들 수 있잖아요. 하지만 대부분 생계가 바빠 교류하지 못하고 계셨죠. 추후에 기회가 된다면 커뮤니티 기능을 담은 지도앱을 만들고 싶어요.” 

✚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요. 
이동하 : “그동안 낡았다고만 생각했던 구도심에도 숨은 가치가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개발 논리로만 바라보면 구도심은 ‘재개발’만이 답인 것처럼 보이잖아요.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터전으로 삼고 있는 만큼 구도심을 활성화할 다양한 방법을 찾아보면 좋겠어요.” 

채주연 : “맞아요. 처음엔 낯설고 어둡게만 보였던 원미동에서 ‘꿈’이 자라고 있었어요. 입시학원이 아닌 열린 문화공간에서 청소년들이 미술을 하고 음악을 하고 있었죠. 원미동이 더욱 활성화했으면 좋겠습니다.”

유지승 : “문화 활성화를 위해선 관官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민民의 역할도 크다고 생각해요. 원미동의 특색 있는 작은 가게들만 봐도 그렇죠. 부천시가 굵직한 문화행사뿐만 아니라 풀뿌리처럼 퍼져 있는 작은 문화공간에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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