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전기차 출시하는 벤츠
파격적인 가격 내세웠지만
주행거리·충전시간 여전히 ‘글쎄’

벤츠가 2년 만에 신형 전기차를 출시한다. 6000만원을 넘지 않는 ‘착한 가격’에 벤츠 특유의 고급스러운 디자인 때문인지 전기차 유저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동차 전문가들은 벤츠의 전기차가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견해를 내비치고 있다. 이 온도차의 원인은 무엇일까.

벤츠가 오는 7월 자사 두 번째 전기차 EQA 250을 출시한다.[사진=메르세데스-벤츠 제공]
벤츠가 오는 7월 자사 두 번째 전기차 EQA 250을 출시한다.[사진=메르세데스-벤츠 제공]

국내 전기차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BMWㆍ현대차ㆍ포르쉐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오는 7월을 시작으로 잇따라 신차를 출시해서다. 테슬라가 독주하던 전기차시장이 본격적인 춘추전국시대로 돌입하면서 고급차의 대명사인 메르세데스-벤츠도 서둘러 전장戰場에 합류하는 모양새다. 오는 7월 벤츠는 2019년 10월 자사 첫 전기차 ‘EQC 400 4matic(이하 EQC)’을 선보인 이후 2년 만에 신형 전기차 ‘EQA 250(이하 EQA)’을 출시한다. 

그런데 벤츠의 신차를 바라보는 업계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한껏 기대감을 높여야 할 타이밍에 되레 우려 섞인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BMW와 패권을 양분한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과 달리 전기차 시장에서 벤츠는 ‘최약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이번 신차 EQA의 외관 디자인이나 내장 인테리어는 ‘벤츠답게’ 고급스럽다. 하지만 기본 성능에서 여전히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다. 향후 판매량도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벤츠는 지난해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에서 글로벌 판매량 1위를 기록한 ‘전통의 강자’다. 그런 벤츠가 어쩌다 업계의 회의적인 시선을 한몸에 받게 됐을까. 전문가들은 벤츠의 첫번째 전기차 EQC가 시장의 ‘소비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자동차학) 교수는 “전기차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3대 요소는 바로 가격주행거리충전시간”이라면서 “하지만 벤츠의 첫 전기차 EQC는 세가지 모두 ‘수준 미달’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실패작으로 돌아갔다”고 꼬집었다.  

EQC의 실패 원인을 자세히 살펴보자. 우선 1억140만원에 이르는 출시가격부터 판매의 걸림돌이었다. “첫 전기차부터 고급차 대열에 넣겠다”는 벤츠의 의지가 반영된 가격이었지만 정작 품질이 발목을 잡았다. 영하 7도에서 진행하는 ‘저온 주행테스트’에서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서 소비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지 못했고, 그 부담은 소비자에게 돌아갔다.[※참고: 보조금 지급 기준을 충족하려면 1회 충전 시 상온 대비 60% 이상의 주행가능거리를 기록해야 한다. 2019년 저온 주행테스트 당시 벤츠 EQC의 주행가능거리는 171㎞였다. 이는 상온(309㎞) 대비 55.3%에 불과한 수치다.] 

시작부터 불안했던 EQC를 ‘녹다운’시킨 결정타는 가격 대비 현저히 떨어지는 기본 성능이었다. EQC의 1회 충전시 주행거리는 309㎞로 가격이 2배 이상 저렴한 현대차의 ‘코나 일렉트로닉(406㎞)’에 훨씬 못 미쳤다. 완속 충전기 사용시 충전시간 역시 EQC는 11시간 이상, 코나 일렉트로닉은 9시간 35분으로 한시간 넘는 차이를 보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EQC를 둘러싸고 품질 논란이 불거졌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차체)이 아닌 기존 내연기관차의 플랫폼에 억지로 배터리와 모터를 설치한 탓에 창문과 트렁크의 아귀가 맞지 않고 소음이 발생하는 등의 문제가 나타난 것이다. 결국, 벤츠의 첫 전기차 EQC는 국내 출시 한달 만인 2019년 12월 한 자릿수 판매량(2대)을 기록하는 ‘굴욕’을 맛보며 처참하게 실패했다. 

벤츠가 명성에 걸맞지 않은 실패작을 내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호근 대덕대(자동차학) 교수는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전기차 개발에 속도를 붙이자 초조해진 벤츠가 무리한 출시를 강행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무슨 얘기일까.

그동안 벤츠가 투자 대비 수익이 낮은 자동차 산업에서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확고한 지위를 가진 프리미엄 시장 덕분이었다. 실제로 벤츠는 2016년부터 4년 연속으로 프리미엄 자동차 판매량 1위를 수성했다.

문제는 벤츠가 프리미엄 시장에 집착하는 사이 테슬라가 등장하면서 전기차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했다는 점이다. 이호근 교수는 “벤츠로서는 자칫하면 전기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완성도가 떨어져도 일단 전기차를 출시해야 할 타이밍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관건은 벤츠가 ‘미흡한 완성도’를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있느냐다. 전문가들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내연기관차는 엔진, 전기차는 배터리를 중심으로 차량 내부를 설계하기 때문에 제조에 필요한 기술과 부품의 배치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벤츠가 보유한 완성차 제조 기술이 전기차 시장에서는 무의미하다는 얘기다.

현대차 엔지니어 출신인 유병용 경일대(기계공학) 교수는 “벤츠 특유의 장점으로 부각했던 정숙한 주행과 승차감, 부드러운 핸들링 모두 고도의 엔진 기술에서 비롯한 것”이라며 “엔진이 없는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주행 소음 자체가 적기 때문에 ‘프리미엄’의 관건은 승차감과 핸들링인데, 과연 벤츠가 최적화한 설계 기술을 보유하고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조만간 출시할 벤츠의 두번째 전기차 EQA를 향해 “약점이 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첫 전기차의 실패를 의식한 듯 이번엔 5999만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내세웠지만, 업계에서는 “가격만 차별화해서는 시장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냉정한 반응이 흘러나온다.[※참고: 벤츠의 신차 EQA는 정부 보조금을 받을 경우 4000만원대 후반에 구입이 가능하다.]  

‘삼각별’ 명성 이어갈 수 있을까 

무엇보다 EQA는 주행거리충전시간 등 기본 성능에서 여전히 경쟁사 차종보다 부족하다. EQA의 1회 충전시 주행거리를 한국 기준으로 측정하면 400㎞를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 

충전시간도 더디다. 급속충전기로 배터리 용량을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30분가량 소요되는데, 경쟁사들은 내세운 ‘급속충전시간’은 18분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아닌 스포츠유틸리티(SUV) 차종 ‘GLA’의 플랫폼을 사용했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내연기관차의 뼈대에 전기차의 부품을 장착한 것이나 다름없어서다.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소비자의 반응은 2년 전 첫 전기차 출시 때와 확연히 다르다. 지난 18일 기준 EQA의 사전예약 물량은 1000대를 돌파했다. 아직까지 ‘삼각별’의 브랜드 가치가 공고하다는 뜻이긴 하지만, 두 번째 전기차를 받아든 소비자가 어떤 평가를 내릴지는 알 수 없다. 과연 벤츠의 두 번째 전기차는 시장에서 어떤 성적을 거두게 될까.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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