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OOP? STORY!
LG-애플 협업 시너지 날까
애플 매장 두고 LG샵 가려나

스마트폰 업계가 긴장상태에 빠졌다. 스마트폰 사업을 포기한 LG전자가 자사 오프라인 매장의 스마트폰 매대를 애플의 아이폰으로 채울 거란 소문이 돌면서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애플이 흡수할지 모른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될까. 더스쿠프(The SCOOP)가 LG전자-애플 협업의 효과를 냉정하게 분석해 봤다.

LG전자가 애플과 손을 잡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아이폰을 판매하겠다는 소문이 흘러나온다.[사진=뉴시스]
LG전자가 애플과 손을 잡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아이폰을 판매하겠다는 소문이 흘러나온다.[사진=뉴시스]

LG전자가 휴대전화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발표한 지 3개월이 흘렀습니다. 오는 7월 31일 사업 종료일을 기점으로 ‘LG 스마트폰’은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춥니다. 올 초까지만 해도 LG전자가 “롤러블 스마트폰을 내놓겠다”며 기세등등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뜻밖의 선택’이지만 성적표를 보면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집니다.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부가 2015년 2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2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누적적자만 5조원에 달하는 MC사업부를 포기한 LG전자의 판단은 어쩌면 타당해 보입니다.

스마트폰 업계의 관심은 자연히 LG전자가 빠지고 생길 ‘빈자리’에 쏠립니다. 실적은 신통치 않았지만 LG전자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이 16%(2021년 1분기 기준·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달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저마다 파격 조건을 내걸고 LG전자 고객을 끌어들이려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중고폰 추가 보상 프로그램’을 선보였습니다. 갤럭시폰을 구입한 다음 LG전자 스마트폰을 반납하면 중고 시세에 15만원을 얹어 보상해 주는 파격적인 조건의 프로그램입니다. 애플도 이에 질세라 같은 내용의 보상 프로그램을 내놨습니다. 애플이 다른 업체의 모델을 대상으로 보상정책을 꺼내든 건 창립 이후 처음입니다. 그만큼 LG전자의 점유율을 흡수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최근 흥미로운 일이 있었습니다. ‘떠난’ LG전자의 고객을 붙잡으려는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의 눈치싸움이 격해지고 있는 지금, 난데없이 LG전자가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습니다. 오는 8월부터 LG전자가 애플 제품을 판매할 거란 얘기가 돌면서입니다. 업계 안팎에 나돈 소문을 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LG전자는 자회사 하이프라자가 운영하는 ‘LG 베스트샵’을 아이폰 판매 경로로 점찍었다. 기존 LG전자 스마트폰이 판매되던 공간에 애플이 그대로 입점할 가능성이 높다.”

이 소식에 경쟁업체들은 물론 이통사 대리점들도 촉각을 곤두세웠습니다. “LG 베스트샵이 직원을 대상으로 아이폰 판매 교육을 실시하려 한다” “LG전자 임직원몰에 아이폰이 입점했다” 등 소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LG전자와 애플의 ‘콜라보’ 소문에 업계가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국내 시장 점유율 2위인 애플이 전국 400여곳에 달하는 LG전자의 유통망(LG 베스트샵)에 들어가면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두 기업은 정말 스마트폰 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을까요? 일단 이 질문을 풀기 위해선 LG 베스트샵에서 스마트폰이 얼마나 많이 팔리는지 알아야 합니다. LG전자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 판매량이 얼마나 되는지는 공개하기 어렵다”면서 답을 피했습니다.

하지만 판매량을 짐작할 수 있는 통계가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컨슈머인사이트가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스마트폰 구입 경로(6851명 설문·2020년 하반기)’ 자료입니다. 결과를 보면, 전체의 28.0%가 ‘한 통신사만 취급하는 전속매장’에서 스마트폰을 샀다고 했습니다. 이어 이통3사를 모두 취급하는 대리점이 25.0%, 인터넷 구매가 20.0%를 차지했죠. 전자제품 매장은 9.0%에 불과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오프라인 판매 채널을 더 늘린다고 애플의 점유율이 극적으로 늘어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참고: 전자제품 매장에서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소비자는 앞으로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고객의 발걸음이 뜸해졌을 게 분명해서죠. 실제로 컨슈머인사이트의 설문조사에서 ‘인터넷 구매’를 선택한 응답자는 2017년 하반기 12.0%에서 2020년 하반기 20.0%로 늘어났습니다.]

애플 충성고객은 LG 베스트샵을 이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사진=뉴시스]
애플 충성고객은 LG 베스트샵을 이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사진=뉴시스]

업계의 한 관계자는 “LG 베스트샵에서 스마트폰이 잘 팔렸다면 LG전자가 사업을 철수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말을 이어갔습니다. “과거엔 소비자들이 따로 공부해야 할 정도로 스마트폰을 싸게 사기가 어려웠다. 대리점마다 내거는 할인 조건이 천차만별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에 피로감을 느낀 몇몇 소비자들이 가전제품 매장에서 가전제품을 사듯 휴대전화를 구매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대리점들이 모두 동일한 조건으로 스마트폰을 판매하도록 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구매가 간편하다는 가전제품 매장의 장점이 사라진 셈이다.”

LG전자와 애플의 ‘콜라보’가 극적인 변화를 이끌기 어려운 이유는 또 있습니다. LG 베스트샵에서 아이폰을 구입한 소비자는 AS를 받지 못할 공산이 큽니다. 애플이 다른 업체의 매장에서 아이폰을 산 고객에게 AS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들이 애플 매장을 놔두고 굳이 LG 베스트샵으로 발걸음을 돌리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LG 베스트샵 갈 이유 적어

그래서인지 LG전자와 애플의 콜라보가 실리보단 마케팅을 노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시죠. “애플이 별다른 조건 없이 LG전자 매장에 입점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도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하는 특수한 상황이 맞물렸기 때문이지 평소였으면 거절했을 것이다. 이번 제휴가 충분히 이슈화되면 애플보단 매장 홍보효과를 얻은 LG전자에 득이 더 많다.”

어쨌거나 LG전자는 각종 언론을 통해 애플 아이폰을 LG 베스트샵에서 살 수 있다는 점을 조명하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스마트폰 업계의 경쟁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분석도 나왔죠. 문제는 이 분석이 맞으려면 LG 베스트샵에서 스마트폰이 많이 팔려야 한다는 건데, 이곳을 방문한 소비자들이 쇼핑카트에 아이폰을 올려놓을지는 의문입니다. 언론이 앞다퉈 발표한 LG전자와 애플의 만남을 냉정하게 판단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번 협업으로 두 기업은 각자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까요?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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