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버린 LG전자 새 성장동력
새 전장에서 계열사 간 시너지 높여
글로벌 기업과 손잡고 경쟁력 제고

지난 26년간 휴대전화는 LG전자의 핵심사업 중 하나였다. 그만큼 휴대전화 사업이 빠져나간 빈자리가 클 수밖에 없다. 휴대전화 사업을 대체할 새로운 성장동력을 육성하는 게 LG전자의 과제로 떠오른 이유다. LG전자는 답을 ‘전장電裝’에서 찾았다. 차세대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자동차에 들어갈 전장부품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았다는 거다. 전장은 LG전자의 도약을 이끌 수 있을까.
 

LG전자는 휴대전화 사업을 철수하고 전장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LG전자는 휴대전화 사업을 철수하고 전장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LG 휴대전화’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LG전자는 지난 7월 31일부로 휴대전화 사업을 전면 종료했다. 1995년 ‘화통’이란 브랜드를 들고 휴대전화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지 26년 만이다. 지난 24분기 동안 약 5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휴대전화 사업을 담당하던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사업부도 끝내 명예를 회복하지 못한 채 해체 수순을 밟았다. 

휴대전화 사업 철수 효과는 즉각 실적으로 나타났다. LG전자가 지난 7월 29일 MC사업부를 제외한 2분기 실적을 공개했는데, 매출액 17조1139억원, 영업이익 1조1127억원을 기록했다. LG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사실상 MC사업부 실적이 빠진 덕분에 이룬 쾌거다. MC사업부가 최근 3년간(2018~2020년) 기록한 2분기 영업손실이 평균 2349억원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올 2분기에도 MC사업부 실적이 반영됐으면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참고: 올 2분기 MC사업부 실적은 중단영업손익으로 분류됐다.] 당장의 실적만 보면 LG전자의 휴대전화 사업 철수 결정은 틀리지 않은 판단인 셈이다. 

문제는 지금부터 MC사업부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이냐는 점이다. 휴대전화를 대체할 미래 성장동력을 육성하는 게 LG전자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는 거다. LG전자가 꺼내든 카드는 ‘전장電裝’이다. 전장은 자동차에 들어가는 전기ㆍ전자장비를 뜻한다. LG전자는 2013년 LG CNS의 자회사 V-ENS를 흡수합병하면서 전장사업에 뛰어들었는데, 최근 들어 사업 규모를 본격적으로 키우고 있다. 

LG전자가 최근 3년간 가장 많은 투자액을 쏟아부은 곳이 전장사업을 맡고 있는 VS(Vehicle component Solutions)사업부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LG전자가 투입한 총 투자액 9조9482억원 중 28.4%에 해당하는 2조8212억원을 VS사업부에 썼다. LG전자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어다 주는 가전(H&A)사업부에 투자한 돈보다 2000억원가량 더 많다.

 

이런 VS사업에서 LG전자가 특히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는 차량용 램프,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전기차 파워트레인이다. 2018년 11억 유로(약 1조5000억원)를 들여 오스트리아 차량용 헤드램프 업체 ZKW를 인수했다. ZKW는 벤츠ㆍBMW 등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세계 5위의 헤드램프 업체다. 지난 3월엔 스위스 소프트웨어 업체 룩소프트와 함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전문 합작회사 알루토를 설립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LG전자는 지난 7월 세계 3위의 자동차부품 업체 마그나(캐나다)와 합작회사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세웠다. 이 회사는 전기차용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시장에서 역량을 발휘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LG전자의 이런 행보에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시장을 손쉽게 장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가지고 있는 글로벌 영업망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면서 “자동차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LG그룹 계열사들과도 시너지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LG전자는 그룹 내에서 자동차를 중심으로 시너지를 낼 만한 여지가 많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세계 2위(올해 1분기 기준)를 기록하고 있고,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도 각각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 차량용 카메라ㆍ차량 모터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조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동차를 통한 다양한 비즈니스가 창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ITㆍ전기전자업체들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면서 “LG는 이미 (완성차업체들과의) 네트워크망이 확보돼 있기 때문에 그걸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하면 메리트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장밋빛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아직까지 VS사업부의 실적은 신통치 않다. VS사업부의 개별 실적은 2015년부터 기록되기 시작했는데, 첫해를 제외하곤 5년 연속 영업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5년간 쌓인 손실만 8500억원가량에 이른다. 줄곧 세계 1위 자리를 지켜오던 텔레매틱스(차량용 무선인터넷ㆍ인포테인먼트의 한 분야) 시장에서도 지난해 독일 콘티넨탈에 선두를 내줬다. 

그럼에도 우려보단 긍정적인 시각이 많다.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레드오션인 휴대전화 시장에선 활로를 찾지 못했던 LG전자가 블루오션인 전장부품 시장에선 힘을 낼 수 있다는 거다. 김지산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과 맞물려 전장부품 시장도 2~3%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면서 “시장 수요가 확대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봐야 하는데, 특히 LG전자의 파워트레인이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도 LG전자 전장사업의 가능성을 높게 샀다. “자동차 업계에선 레퍼런스를 쌓는 데 10년 정도가 걸린다. LG전자는 전자 쪽에서 이미 강점이 있으니 자동차 쪽 경험만 쌓으면 충분한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휴대전화 사업에서 손을 뗀 LG전자가 전장으로 손을 뻗었다. 그동안의 설움을 딛고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을까. 기회는 열려 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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