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컨슈머 법적 처벌 가능성
비대면 사이버 공간의 특성
죄책감 · 미안함 등에 둔해져

지난 5월 배달앱 ‘쿠팡이츠’에 입점해 있던 50대 점주가 세상을 떠났다. 무리한 환불을 요구하는 소비자에게 대응하다 뇌출혈로 쓰러진 게 원인이 됐다. 배달앱에선 이런 ‘블랙 컨슈머’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 점주를 보호하는 시스템이 허약한 데다 ‘비대면’이란 특성도 나쁜 행동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점주와 대면하지 않으니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블랙 컨슈머들이 들끓는다는 거다. 하지만 ‘선을 넘은 리뷰’는 명백한 범죄 행위다. 

‘블랙 컨슈머’로부터 점주를 보호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사진=뉴시스]
‘블랙 컨슈머’로부터 점주를 보호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사진=뉴시스]

“개념을 상실한 주인.” 한 소비자가 배달앱에 남긴 리뷰다. 얼마나 불쾌한 일이 있었던 걸까. 주인은 정말 이런 막말을 들을 만한 행동을 했던 걸까. 사건의 발단은 지난 5월 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밥가게 점주 A씨는 배달앱에서 음식을 주문한 B씨로부터 환불을 요구받았다. 

“전날 주문한 새우튀김 세개 중 한개의 색깔이 이상하니 환불해 달라.” A씨는 새우튀김 한개 값을 환불해주겠다고 했지만, B씨는 전액 환불을 요구하며 폭언을 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B씨는 배달앱에 “개념을 상실한 주인”이라는 리뷰와 함께 별점 ‘1점’을 남겼다. A씨는 B씨의 항의에 시달리다 뇌출혈로 쓰러졌고 3주 만에 숨을 거뒀다. 

배달앱 상에서 ‘블랙 컨슈머(Black Consumer)’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들의 악의적인 리뷰, 별점 테러, 갑질이 문제가 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리뷰나 별점이 매출로 직결되는 점주로선 블랙 컨슈머를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 점주를 보호할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배달앱 업체들은 도리어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다. 일례로 점주에게 “참으라”는 식의 대응책만 내놓다 보니 점주는 블랙 컨슈머의 요구사항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한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식당에서 갑질을 했다는 소비자는 찾아보기 힘든데, 유독 배달앱에선 블랙 컨슈머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뭘까. 필자는 이 문제가 ‘사이버 폭력’의 발생 원인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비대면’이란 사이버 공간의 특성에서 문제가 기인한다는 얘기다. 

예컨대 식당에선 서비스가 좋지 않거나 음식 맛이 없어도 ‘다음에 오지 말아야지’하고 넘기는 경우가 많다. 식당 주인을 불러 지적하는 소비자가 많지 않은 이유다. 점주의 얼굴에 대고 싫은 소리를 늘어놓는 게 아무래도 껄끄러워서다. 하지만 사이버상에선 다르다. 배달앱에선 자신의 존재를 숨길 수 있고, 점주의 얼굴을 보지 않아도 된다. 그러다 보니 미안함이나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 이 때문에 점주의 사소한 실수에도 비난과 막말을 서슴지않는 셈이다. 

그렇다면 블랙 컨슈머를 제재할 방법은 없을까. 사실 블랙 컨슈머의 악의적인 행위들은 명백한 범죄다. 심하면 형사처벌도 받을 수 있다. 예컨대 식당이나 사장(점주)의 인격을 공격하는 표현을 남겼거나 모멸감을 주는 리뷰를 썼다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모욕죄ㆍ형법 제311조)에 처해질 수 있다. 

아울러 자신이 직접 주문한 음식의 질을 리뷰했다손 치더라도 다른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공익적 목적을 벗어나 비방의 목적이 있다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블랙 컨슈머’의 악의적인 댓글은 법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블랙 컨슈머’의 악의적인 댓글은 법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허위 내용으로 리뷰를 남기면 처벌 수위는 더 높아진다. 허위 리뷰로 점주(식당)의 명예를 훼손했다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가중처벌(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된다. 또 허위 내용으로 리뷰를 남겨 다른 소비자가 주문하지 않게 하는 등 업무 방해를 초래했다면 업무방해죄(형법 제314조ㆍ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가 성립된다. 

소비자의 권리인 양 무심코 던지는 ‘악성 리뷰’ ‘별점 테러’ 등이 모두 범죄에 해당하는 셈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이번 점주 뇌출혈 사망 사건을 계기로 블랙 컨슈머로부터 점주를 보호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졌다는 거다. 아울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악성 리뷰 삭제 및 블라인드 처리 지원 ▲객관적 매장 평가 기준 마련 ▲배달음식의 환불규정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필자는 제도 마련과 함께 소비자 스스로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점주의 얼굴을 마주 보고도 똑같이 말할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보고 리뷰 쓰는 것을 권유한다. 코로나19로 많은 자영업자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들 모두가 누군가에게 소중한 가족이라는 걸 떠올린다면 막말ㆍ폭언ㆍ갑질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상대방을 조금만 이해하면, 상생은 결코 어렵지 않다. 

노윤호 법률사무소 사월 변호사
yhnoh@aprillaw.co.kr

정리 =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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