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너무나 길고 종이는 조그맣기 때문에展

➊김경두, 제트마스터, 종이에 샤프, 45×65㎝, 2012 ➋김재형, 무제, 종이에 스티커, 43×67.5㎝, 2017 ➌조유경, 인물화 시리즈-7, 종이에 색연필, 37.5×26.1㎝, 2020 ➍김치형, 깊은 산속, 종이에 아크릴, 48×65㎝, 2018 [사진=서울시립미술관 제공]
➊김경두, 제트마스터, 종이에 샤프, 45×65㎝, 2012 ➋김재형, 무제, 종이에 스티커, 43×67.5㎝, 2017 ➌조유경, 인물화 시리즈-7, 종이에 색연필, 37.5×26.1㎝, 2020 ➍김치형, 깊은 산속, 종이에 아크릴, 48×65㎝, 2018 [사진=서울시립미술관 제공]

“길은 왜 다 구불거려요?” 구불거리는 길이 가득한 커다란 지도그림을 그리는 작가 김동현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길은 너무나 길고 종이는 조그맣기 때문이에요.” 

서울시립미술관이 자신의 내면에 몰입해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펼치고 있는 발달장애·정신장애 예술가를 소개한다. 자신 안에 갇혀 외부와 단절된 것이 아니라 자신을 향해 끊임없이 열려 있는 22인의 작품 737점을 만날 수 있다.

산책, 그림자, 지하철 노선도 등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일상적 소재와 재료도 그들의 시선이 닿으면 놀라운 풍경으로 다시 태어난다. 길에서 나눠주는 공짜 노트, 값싼 연습장, 이면지, 달력 뒷장은 그들의 독창적인 세계가 무한하게 변화하는 주요 창작 공간이다.

2017년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 소개되기도 했던 김경두는 벽걸이 달력 뒷면에 0.3㎜ 샤프로 작품을 그린다. 도안이나 스케치 없이 바로 드로잉을 하는데, 주로 중심부터 시작해 정확히 좌우대칭을 이루는 구도로 완성된다. 작가는 화면 안에 등장하는 수백개의 로봇 하나하나에 캐릭터의 이름과 계급을 모조리 기록한다.


조유경은 밝고 다채로운 색채감으로 여인의 초상을 주로 그린다. 화려한 속눈썹 사이, 반짝이는 커다란 눈동자는 모두 정면을 뚫어지게 응시한다. 작품 여백에 종종 ‘Park Hong Do’ ‘Hong Do Momy’라는 문구를 적기도 하는데, 이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이름이다. 

2018년 급성 뇌전증으로 세상을 떠난 김재형은 스티커로 자신의 세계를 펼쳤다. 동그란 숫자 스티커를 반복적으로 무수히 겹쳐 붙였다. 오로지 왼손가락만으로 스티커를 길게 이어 붙여 사람을 만들고, 단풍이 가득한 산의 절경을 표현했다.

서울시립미술관의 초청으로 전시를 기획한 김효나는 “이들의 예술을 ‘아웃사이더 아트’ ‘에이블 아트’ ‘장애예술’로 규정하기에 앞서 작가들이 긴 시간 홀로 무엇을 표현하고 있으며,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보고 들어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는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전시실에서 8월 22일까지 열린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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