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그림자의 판타지展

➊코스모스, 노래하다 ➋석양 속 사랑의 기적 ➌서유기_손오공의 얼굴 ➍성서[예수] 예수 탄생 [사진=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제공]
➊코스모스, 노래하다 ➋석양 속 사랑의 기적 ➌서유기_손오공의 얼굴 ➍성서[예수] 예수 탄생 [사진=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제공]

밑그림을 그린 뒤 잘라 셀로판지를 붙이고, 거기에 조명을 비춰 그림자로 표현하는 ‘가게에’. 그림자 회화라고도 불리는 가게에는 밝은 빛과 어두운 빛의 균형, 오려 붙인 재료, 질감의 투과율까지 치밀하게 계산해서 작품을 완성한다. 가게에는 라이팅 간판광고의 효시이기도 한데, 이 독특한 장르를 이끌어온 주인공이 일본의 디즈니라고 찬사받는 ‘후지시로 세이지’다. 그가 98세를 맞아 국내 최초로 대규모 전시를 연다. 지난해 개최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연기됐다.

후지시로의 가게에 역사는 2차 세계대전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청년이던 후지시로는 도쿄東京에 살았는데, 그곳은 전쟁으로 초토화돼 있었다. 잿더미가 된 들판에서 그가 구할 수 있는 건 골판지와 전구뿐이었다. 그는 그것들로 가게에를 만들기 시작했다. 일본은 까맣게 타버렸지만, 후지시로는 가게에를 통해 한줄기 빛을 찾았고, 평화를 느꼈다. 


이번 ‘빛과 그림자의 판타지’ 전시에서는 후지시로의 초기 작품인 서유기 시리즈는 물론 미야자와 겐지의 ‘은하철도의 밤’을 소재로 한 작품까지…, 160여점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잠자는 숲’도 만날 수 있다. 고령의 후지시로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내 생애 마지막 작품이라 여기며 혼신을 바쳐 작업한다”며 하루 7시간 이상을 작업에 몰두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거장의 전시를 위해 국내 예술인들도 뜻을 모았다. 철심을 이용해 스티브 잡스, 마하트마 간디 등의 초상을 제작한 김용진은 후지시로의 초상을 작업해 전시장 로비에 전시했다. 음악가 전영준은 전시장 내부에서 들을 수 있는 오디오 가이드 배경음악 감독을 맡아 직접 곡을 만들었다. 배우 최무성은 담백하고 진솔한 목소리로 오디오 가이드 내레이션을 책임졌다. 

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측은 “동심 가득한 작품세계를 추구해온 그의 섬세하고 희망찬 작품이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양국 국민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길 바란다”며 “특히 수년째 냉각상태에 있는 한일 관계 개선에 일조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전시는 오는 10월 12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에서 열린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