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독서展

글, 사진 ⓒ박노해.[사진=라 카페 갤러리 제공]
글, 사진 ⓒ박노해.[사진=라 카페 갤러리 제공]

“단 한 줄로도 충분하다.” 더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미로에 갇히고, 자기 자신과는 멀어지는 시대. 시인이자 사진작가이자 혁명가인 박노해는 한줄의 문장과 사진으로 수많은 이들과 매일 아침을 시작한다. 그가 보내는 한통의 편지엔 응축된 문장 사이마다 영감이 깃들어 있고, 가슴을 울리는 서정이 가득해 새로운 나와 마주하게 만든다. 그렇게 연재해온 것이 2400여편에 이른다. 이를 엄선해 책 「걷는 독서」를 출간했고, 동명의 특별전시도 열고 있다.

박노해는 자신을 키우고 지키고 밀어 올리는 건 생각하고 읽고 쓰는 ‘걷는 독서’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는 1991년 군사 독재 정권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무기수로 독방에 갇혔을 때도, 지난 20년간 국경 너머 가난과 분쟁의 현장에서 평화 활동을 펼치면서도 사유와 독서와 집필을 멈추지 않았다. 그건 그의 일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의례이자 창조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지난 30여년 동안 날마다 ‘걷는 독서’를 계속해왔다. 길에서 번쩍 불꽃이 일면 발걸음을 멈추고 수첩에 새겨온 생각들을 모았다. 이것은 눈물로 쓴 일기장이며 내 삶의 고백록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대에게 보내는 두꺼운 편지다.” 

이번 전시에선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그의 컬러사진도 만날 수 있다. 박노해는 2010년부터 흑백 아날로그 작품만 선보였는데 이번엔 수십만장의 사진 중 컬러사진 57점을 모아 소개한다. 사진은 문장과 만나 생기와 빛이 더 진해진다. 

작품마다 영문도 나란히 표기했는데, 번역은 한국문학 번역의 대가인 안선재 서강대 명예교수가 맡았다. 우리말의 깊은 뜻과 운율까지 살려 박노해의 작품세계를 품격 있는 영어로 번역해 외국인들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

온몸으로 살고 사랑하고 저항해온 박노해의 사상과 문장, 세계의 빛을 담은 사진이 어우러진 ‘걷는 독서’ 전시는 9월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 라 카페 갤러리에서 열린다. 이곳은 비영리단체 ‘나눔문화’가 운영하는 곳으로, 지난 2000년 박노해가 설립했다. 정부의 지원과 재벌의 후원을 받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며 ‘적은 소유로 기품 있게’ 살아가는 대안 문화의 꽃을 피우고 있다. 전시 관람료는 무료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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