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취업 위해 예산 쏟아부었지만
‘일ㆍ학습 병행제’는 폐해만 가득
현실서 고졸자의 취업 쉽지 않아

역대 정부는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면서 다양한 고졸취업자 지원정책을 내놨다. 하지만 그 지원정책이 알찬 성과를 냈는지는 의문이다. 고졸자 실업률은 여전히 대졸자보다 높고, 근무여건은 열악해서다. 문제는 기업을 활용해 고졸취업자를 간접지원하는 정책이 더 큰 부작용을 내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이 인재 양성보다 지원금을 받는 데 치중해서다. 염불보단 잿밥에 관심이 많다는 거다. 

‘일ㆍ학습병행제’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은 기업에서 주로 잡일을 했다고 말했다.[사진=뉴시스]
‘일ㆍ학습병행제’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은 기업에서 주로 잡일을 했다고 말했다.[사진=뉴시스]

우리나라에선 대학을 가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1990년대 초만 해도 30%대에 불과하던 대학진학률이 현재 70%대로 2배 이상(2020년 기준 대학진학률은 72.5%) 높아진 건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런데 막상 대학진학률이 높아지면서 심각한 부작용이 생겼다. 대졸자들이 많아지자 청년 대졸자 실업률이 상승했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청년(20~29세) 대졸자 실업률은 6.8%에서 8.7%로 1.9%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고졸자 실업률이 8.4%에서 9.3%로 0.9%포인트 오른 것과 비교하면 대졸자 실업률이 두배 이상 상승한 셈이다. 

부작용은 이뿐만이 아니다. 대기업이나 공기업(혹은 공무원)에 취직하고 싶은 고학력자가 늘면서 경쟁은 치열해졌고, 중소ㆍ중견기업은 인재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고용시장의 미스매치 현상도 생겨났다. 

이런 추세는 단기간에 일어난 일이 아니다. 역대 정부가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고졸자들의 취업을 지원하는 정책들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마이스터고 육성정책, 박근혜 정부의 고졸자 유학 국비지원정책도 그렇게 추진됐다.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다. 2019년 1월 정부는 “대학진학이 곧 성공지름길이란 인식 아래 ‘고교졸업 후 대학진학’으로 획일화된 청년들의 성장경로를 다양화하겠다”며 새로운 ‘고졸취업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취업 전) 중등직업교육을 강화하고, (취업 시) 양질의 고졸 일자리를 확대하며, (취업 후) 고졸 취업으로도 충분히 자립ㆍ성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이에 따라 현 정부가 진행 중인 고졸자 취업 지원사업은 크게 6가지다. ▲고교 취업연계 장려금 지원 ▲고졸자 후속관리 지원모델 개발 ▲중앙취업지원센터 운영 지원 ▲현장실습 기업현장교육 지원 ▲일ㆍ학습 병행제 ▲미래유망분야 고졸인력 양성 등이다.[※참고: 일ㆍ학습 병행제와 미래유망분야 고졸인력 양성 사업은 각각 2014년, 2018년부터 해오던 사업을 연장한 것이다. 고졸자만을 위한 사업은 아니지만, 참여자 중 고졸자 비중이 50%를 넘어 고졸 대상 취업 지원사업으로 분류할 수 있다.] 

우선 각 사업의 내용부터 살펴보자. 6개 사업 중 교육부 관할 사업이 4개다. 현 정부의 ‘고졸취업활성화 방안’에 따라 신설된 것이다. 2019년 시작된 ‘고교 취업연계 장려금 지원’ 사업의 취지는 고교 졸업예정자가 중소ㆍ중견기업 취업하면 장려금(500만원 일시금ㆍ1년 근속 조건)을 주는 거다. 올해 예산은 1669억원(본예산 기준ㆍ아래 동일)이다. ‘고졸자 후속관리 지원모델 개발’ 사업은 2020년부터 시행됐는데, 각 학교의 졸업생 이력관리나 미취업ㆍ경력단절자 대상 취업연계 등을 지원한다. 올해 예산은 17억5000만원이다.

고졸취업 위해 예산 쏟아부었지만

‘중앙취업지원센터 운영 지원’ 사업은 고졸자 취업을 지원할 국가 차원의 중앙취업지원센터를 설치ㆍ운영하는 게 골자다. 이 센터를 중심으로 중앙부처ㆍ지자체ㆍ교육청 간 협력체계를 마련한다는 거다. 2020년부터 진행됐고, 올해 예산은 22억원이다. 

‘기업현장교육 지원’ 사업은 현장실습 참여기업 내에 기업현장교사(근로자)를 두고, 이들에게 수당(50만원)을 지원하는 거다. 목표는 고등학생의 현장실습 참여를 활성화하고, 학생의 권익을 더욱 보호하는 거다. 지난해 시작했고, 205억원의 예산이 잡혔다. 

6개 사업 중 2개는 고용노동부 관할 사업이다. ‘일ㆍ학습 병행제’ 사업은 도제식 교육훈련이 가능하도록 참여기업에 각종 인프라나 비용을 지원하는 거다. 비용은 현장훈련비, 기업현장 교사와 행정전담자 수당 등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에 시작한 사업인데, 올해 예산은 3179억2100만원이다.[※참고: 이 사업 예산은 2017년 4691억원이었는데, 이후 매년 감소했다.]

‘미래유망분야 고졸인력 양성’ 사업은 4차산업혁명 분야 고졸인력 양성을 위해 특성화고 8개 학과 대상으로 교육과정 컨설팅, 교원연수, 훈련프로그램 등을 지원한다. 2018년에 시작했고, 올해 예산은 8억4000만원이다. 

중요한 건 이 사업들이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잘 살 수 있다’는 목표를 달성하고 있느냐다. 수치를 보면 그렇지 않은 듯하다. 우선 청년(20~29세) 고졸자 실업률은 2019년 8.9%였지만, 코로나19가 덮친 지난해엔 9.3%로 0.4%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대졸자 실업률은 8.9%에서 8.7%로 되레 줄었다. 코로나19의 타격을 받은 업종에 고졸자들이 몰려 있었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특히 고졸취업자(18~34세)의 평균 근속연수(2020년 기준)는 33개월로 대졸취업자(36.3개월)에 비해 훨씬 적었다. 직업계고 졸업자 취업통계에 따르면 2020년 고졸취업자의 취업 6개월 이후 취업유지율은 77.3%였다. 10명 중 2~3명은 취업 후 6개월도 채 안 돼 퇴직한다는 거다.

취업 6개월을 넘긴 고졸취업자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61.2%에 이르는 고졸취업자가 3년 내 퇴직했다. 정부가 ‘고교 취업연계 장려금 지원’ 사업을 통해 일시금 형식으로 장려금을 지원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는 얘기다.[※참고: 장려금은 2019년 개인당 300만원에서, 2020년 400만원, 2021년 500만원으로 계속 올랐다.]

정부가 고졸취업활성화를 외치고 있지만 실효성 있는 대안을 내놨는지 의문이다. 사진은 유은혜 교육부총리.[사진=뉴시스]
정부가 고졸취업활성화를 외치고 있지만 실효성 있는 대안을 내놨는지 의문이다. 사진은 유은혜 교육부총리.[사진=뉴시스]

전체적인 수치만이 아니다. 개별 사례도 꼬집을 만하다. 고졸자들의 도제식 교육훈련을 위해 꽤 많은 비용을 투입하고 있는 ‘일ㆍ학습 병행제’의 사례를 살펴보자. 2014년부터 진행했기 때문에 의미를 따져볼 만한 사업이다. 2019년 4월 전남교육청은 전남도 내 16개 학교에서 도제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 644명 중 428명(66.5%)을 대상으로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운영에 관한 실태를 조사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일ㆍ학습 병행제’의 폐해

이에 따르면 학생들이 도제기업에서 주로 했던 일은 청소(20.4%), 허드렛일(12.1%) 등이었다. 기타(페인트칠ㆍ크레인 조정ㆍ본드칠 등) 잡일은 43.9%에 달했다. 참여학생(학습근로자) 중 38.3%는 “학교 수업과 기업 업무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했고, 53.2%는 “도제반을 다시 선택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일ㆍ학습 병행제’에 참여한 학습근로자의 중도포기율도 30%를 넘어섰다. 중도포기율은 2015년 35.5%, 2016년 31.6%, 2017년 31.8%였다. 학습근로자의 1년 고용유지율도 64%에 그쳤다. 

이 통계는 ‘일ㆍ학습 병행제’에 참여한 기업 상당수가 학습근로자에게 현장교육을 해주기보다 정부지원금(인건비)을 받는데 더 치중했음을 잘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잘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목표가 달성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책 개선이 절실하다. 

김태욱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
dreamcast01@hanmail.net


정리 =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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