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대비 저축여력 한없이 부족
비정기지출과 카드 대출금부터 해결
청약 1순위 보장 후엔 최소금액으로 조정

월 20만원씩 주택청약을 넣으면 10년 후 2400만원이다. 물가상승률 3%를 가정해 10년 후 2400만원의 화폐가치를 계산하면 3225만원이다. 차이가 상당하다. 1순위 조건을 달성했다면 굳이 월 20만원씩 납입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20대 직장인 박홍진(가명·29)씨도 이런 점을 고려해 재무설계를 진행했다.

저축 여력이 부족하다면 재무목표나 소비금액을 조정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저축 여력이 부족하다면 재무목표나 소비금액을 조정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내집 마련, 자동차 구입, 은퇴자금 모으기…. 누구나 꿈꾸는 목표지만 모두가 이룰 수 있는 건 아니다. 열심히 일해서 월급을 받고, 꼭 필요한 소비만 하면서 일상을 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물가가 무섭게 치솟고, 집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상황에선 그 기세를 따라잡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박홍진씨라고 다를 리 없다. ‘5년 안에 결혼’이라는 중대 계획이 있는 박씨는 그 안에 결혼자금을 모아야 하고, 전세자금도 마련해야 한다. 여자친구와 편하게 다니기 위해 중고차도 한 대 장만하고 싶다. 은퇴자금도 마련하고 싶지만 아직 막연하다. 하지만 박씨가 가진 거라곤 오피스텔 전세보증금 3000만원이 전부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3가지 목표 중 가장 절실한 전세자금 마련 계획을 들어봤다. “여자친구와 처음부터 무리하게 집을 장만하지 말고 전세로 시작하자고 얘기했어요. 근무지가 경기도라 일단 결혼 전까지 1억원을 모아놓을 계획입니다. 2년 안에 현재의 전세보증금 3000만원에 2000만원을 더해 5000만원을 만들고, 거기에 추가로 5000만원을 더 보태면 1억원을 만들 수 있을 거 같아요.”


박씨 말대로 2년 후 2000만원을 더하고, 5년 안에 다시 5000만원을 보태려면 지금부터 월 208만원을 저축해야 한다. 중고차 구입, 은퇴자금 마련 등의 목표를 제외하고 오롯이 전세자금 마련을 위해서 말이다. 그렇다면 박씨의 현재 상황으로 가능한 일일까. 그의 가계부를 살펴보자.

Q1 지출구조

박씨는 한달 평균 345만원을 번다. 1년치 상여금을 더하면 350만원가량 된다. 이중 박씨는 한달 소비성지출로 통신비 8만원, 관리비·공과금 32만원, 부모님 용돈 20만원, 식비 50만원, 교통·유류비 7만원, 건강·문화비 19만원을 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경조사비·휴가비·문화생활비·의류 구입비 등 연간 비정기적으로 쓰는 돈이 332만원인데, 월평균으로 나누면 28만원꼴이다. 카드 할부금도 있다. 1년에 한두차례 100만원 이상 소비를 할 때 신용카드를 사용하는데, 그걸 갚는 데 월평균 40만원씩 빠져나간다. 이렇게 쓰는 돈이 한달에 204만원이다. 


다음은 비소비성지출이다. 박씨의 비소비성지출은 총 108만원이다. 면면을 살펴보면 보장성보험으로 22만원씩 납입하고, 청약저축은 20만원, 적금은 6만원씩 넣고 있다.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덕에 교직원공제에 가입했고, 여기엔 월 60만원씩 저축하고 있다. 이렇게 소비성지출로 204만원, 비소비성지출로 108만원을 쓰고 나면 345만원 중 33만원이 남는다. 

Q2 문제점

박씨의 가계부를 보면 저축액이 소득 대비 협소하다. 청약저축과 적금, 교직원공제가 전부인데, 모두 합해도 월 86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목표를 위해 실제로 월 208만원을 저축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목표가 어디 그뿐이던가. 차도 사야 하고, 은퇴자금도 모아야 한다. 이대로라면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룰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럴 땐 재무목표나 소비금액을 조정해야 한다. 자신의 저축 성향을 테스트해 일부는 투자상품으로 돌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박씨의 저축액 중 금리가 가장 높은 건 4%대인 교직원공제 적금이다. 그 외 투자상품이 전혀 없다. 펀드·주식·비트코인 등 투자 경험도 없다. 하지만 저축 성향 테스트를 해보니 의외로 중위험으로 나왔다. 중위험은 물가 이상의 금리나 안전한 투자가 맞는 성향이다. 그래서 교직원공제 적금에만 의존하지 말고 적정 비율로 투자를 해보기로 했다.  


Q3 해결점

저축액을 확보하는 것이 박씨에겐 최우선 과제다. 그러려면 카드 할부금(40만원)부터 없애야 한다. 다행히 갚아야 할 할부금이 80만원밖에 남지 않아 월 6만원씩 넣던 적금 잔액으로 해결하며 털어버렸다. 비정기지출도 가계부에서 지워버리기로 했다. 연 332만원에 이르던 비정기지출은 상여금(350만원)으로 대체하기로 하면서 손쉽게 처리했다.

부모님께 매달 드리던 용돈(20만원)도 미래를 위해 중단하기로 했다. 이미 비정기지출에도 60만원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양해를 구하고 결혼 전까진 그걸로 대체하기로 했다.


자, 이제 기존 저축상품들을 손봐야 한다. 박씨는 자가 구입을 10년 이후로 계획하고 있다. 그렇다면 굳이 월 20만원씩 주택청약에 납입할 필요가 없다. 주택청약은 1.8%대 저금리로 운용되는 만큼, 물가상승분을 따라가기 어렵다. 주택청약은 최소금액인 2만원으로 조정했다. 60만원씩 넣던 교직원공제는 절반으로 줄여 투자상품에 가입해보기로 했다. 

다시 정리하면 이렇다. 소비성지출에선 부모님 용돈(20만원), 카드할부금(40만원), 비정기지출(28만원)만 줄여 88만원의 여유를 만들었다. 여기에 주택청약 조정으로 생긴 18만원, 교직원공제 조정분 30만원까지 더하면 136만원의 저축 여력이 새롭게 생긴 셈이다. 잉여자금 33만원까지 더하면 여유자금은 총 169만원이다.

169만원 중 30만원을 적립식펀드에 넣기로 했다. 노후를 위해 개인연금에도 20만원씩 납입하기로 했다. 그럼 이제 119만원이 남는다. 이걸로는 적금액을 늘렸다. 6만원이던 적금을 120만원까지 확대해 저축금액을 늘리기로 한 거다. 남은 5만원은 추후 쌓일 때마다 필요한 곳에 쓰기로 했다. 그랬더니 박씨의 가계부에 서서히 미래가 보이기 시작했다. 

천눈이 한국경제교육원㈜ PB 팀장 | 더스쿠프 
nunn224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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