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피아노 원장의 재무설계
퇴직금 놔두고 고금리 이자 감당
빚 청산 후 분산투자가 합리적 선택

아무리 큰 목돈을 갖고 있다고 해도 3년이 지나면 물가 대비 자산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 7000만원을 갖고 있다고 그 돈이 5년, 10년 후에도 7000만원의 가치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란 얘기다. 여기 퇴직금 7000만원을 갖고 있는데도, 대출금을 갚지 않아 허덕이는 피아노학원 원장이 있다. 그는 왜 7000만원을 그대로 놔둔 채 고금리 이자를 감당해온 걸까. 

지금 갖고 있는 돈의 가치가 5년, 10년 후에도 같을 거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금 갖고 있는 돈의 가치가 5년, 10년 후에도 같을 거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결혼을 하지 않거나 미루는 이유가 뭘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9~49세 미혼 94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미혼여성은 ‘독신의 여유로움과 편안함(31.0%)’을, 미혼남성은 ‘주거 불안정(35.0%)’을 첫번째 이유로 꼽았다. 피아노학원을 운영하는 이수진(가명·38)씨도 비혼주의다. 임신과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될 거란 불안함에서 벗어나 독신의 편안함을 즐기겠다는 게 그의 오랜 생각이다. 

하지만 혼자 산다고 해도 이런 스트레스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건 아니다. 그가 꿈꾸는 편안하고 자유로운 싱글라이프를 실현하려면 기혼남녀보다 더 탄탄하게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중학교 음악교사를 그만두고 피아노학원을 차린 지 이제 2년. 사업이 서서히 안정궤도에 올랐다고 판단한 그가 재무상담을 신청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40대를 앞두고 있는 이씨에겐 세가지 재무목표가 있다. 첫번째 재무목표는 대출금 상환이다. 그는 피아노학원을 차리느라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50만원씩 꼬박꼬박 갚고 있지만 아직 1300만원이 남았다. 그는 1년 안에 이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말했다. 

두번째 목표는 은퇴자금 마련이다. 이씨는 65세 이후에 월 100만원씩 여유롭게 쓸 수 있길 바란다. 재무목표 3순위는 주택자금이다. 이씨는 현재 빌라에 전세(8500만원)로 살고 있는데, 거주하고 있는 곳이 재개발 대상이라 머잖아 집을 비워줘야 한다. 그래서 이참에 그는 전세금에 돈을 더 보태 내집 마련을 하고 싶어 한다. 혼자 생활할 싱글하우스면 되지만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탓에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자, 그럼 이제 편안하고 자유로운 이씨의 싱글라이프를 위해 본격적인 재무설계를 해보자.

Q1 지출구조

먼저 지출구조를 살펴보자. 사업을 하는 탓에 소득이 일정하지 않지만 이씨는 월평균 260만원씩 번다. 그중 통신비로 8만원, 관리비·공과금으로 16만원, 식비로 45만원을 쓴다. 교통·유류비는 18만원씩 빠져나가고, 교회 헌금도 한달에 13만원씩 낸다. 자동차보험, 세금, 부모님 용돈, 휴가비 등 연간 비정기적으로 지출하는 돈은 총 236만원으로 월평균 20만원이다. 이렇게 이씨의 한달 소비성지출은 120만원이다. 

다음은 비소비성지출이다. 이씨는 보장성보험에 20만원, 퇴직연금에 11만원, 저축보험에 5만원씩 납입하고 있다. 5% 금리로 월 50만원씩 대출금을 상환하는 것까지 포함하면 86만원을 쓰고 있는 셈이다. 소비성지출 120만원과 비소비성지출 86만원을 더하면 이씨가 한달에 지출하는 금액은 206만원이다. 총 소득인 260만원에서 206만원을 쓰고 남는 54만원은 별도의 관리 없이 통장에 쌓아두고 있었다. 

Q2 문제점

앞서 언급했듯 이씨는 혼자 생활할 싱글하우스를 원한다. 하지만 수도권에 집을 장만하려면 현재 시세로 최소 5억원은 있어야 한다. 이씨는 현재 전세금 8500만원과 전 직장에서 납입해온 교직원공제 퇴직금 7000만원을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합하면 총 1억5500만원으로 5억원에 크게 못 미친다. 그말인즉 다시 은행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얘기다. 

3억원을 추가로 대출받는다고 가정을 하면 3.4% 금리로 32년 동안 월 128만원씩 갚아나가야 한다. 하지만 이씨에겐 그럴 여력이 없다. 비소비성지출(86만원)을 모두 줄이고, 여기에 잉여자금(54만원)을 합하면 가능하긴 하겠지만 내집 마련을 위해 모든 걸 포기할 순 없다. 당장 대출금을 갚아야 하고, 은퇴자금도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필자는 이씨와 함께 자산과 금융상품을 적절히 조절해 세가지 목표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봤다. 

Q3 해결점

일단 대출금부터 해결했다. 다행히 이씨에겐 퇴직금 7000만원이라는 자산이 있기 때문에 이 돈으로 남아 있던 대출금 1300만원부터 갚았다. 대출금리가 4% 이상이면 고금리에 속하기 때문에 목돈이 있다면 대출금부터 해결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남은 5700만원은 이씨의 보수적인 투자 성향을 고려해 절반은 주거래은행 예금으로, 나머지 50%는 채권형 펀드와 CMA통장에 1대1 비율로 분산했다.

지출항목에선 불필요한 소비를 하지 않기 때문에 크게 손볼 게 없었다. 비정기지출도 20만원 정도여서 그대로 뒀다. 월 13만원씩 내고 있는 헌금만 5만원으로 8만원을 줄였다. 비소비성지출에선 보장성보험(20만원)은 유지했지만 퇴직연금(11만원)과 저축보험(5만원)은 해지했다. 집을 장만하고 은퇴 후를 준비하기엔 지나치게 협소해서다. 여기에 잉여자금 54만원을 더해 78만원의 여유자금을 만들었다. 대출금 상환으로 빠져나가던 50만원까지 더하면 여유자금은 128만원으로 불어난다. 

이 돈으로 가장 먼저 청약저축(2만원)에 가입하고, 주택마련을 위해 월 90만원씩 적금을 붓기로 했다. 1년 후 만기가 되면 원금보장형 ELB(주가연계 파생결합사채) 또는 우량기업의 RP(환매조건부채권), 채권형 펀드 등에 재투자를 하기로 했다. 은퇴설계도 해야 하기 때문에 개인연금에도 25만원씩 적립하기로 했다. 65세 이후에 월 100만원씩 받기엔 준비자금이 적어 향후 사업소득이 발생하면 최대 75만원까지 추가 적립해 보충하기로 했다. 이밖에 비상금 개념으로 활용하기 위해 CMA통장(10만원)도 만들었다. 그랬더니 128만원 중 1만원만 남기는 알뜰한 가계부를 갖게 됐다. 

천눈이 한국경제교육원㈜ PB 팀장
nunn224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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