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포인트 사태 30일
피해자 보상 제대로 될까
4대 금융사고로 살펴본 배상액의 민낯
13조원 중 확인된 배상액 고작 0.6%

2008년 키코 사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2013년 동양그룹 사기 CP 사건, 2019년 사모펀드 사태, 2021년 머지포인트 사태 등 금융사고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터지고 있다. 이들 사고의 원인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금융사고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소비자이고, 그 소비자 중 상당수는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4대 금융사고와 사라진 보상의 민낯을 취재했다. 

금융사고가 터질 때마다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소비자다. 사진은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 피해자가 통곡하는 모습.[사진=뉴시스] 

■ 머지포인트 사태가 남긴 과제
■ 키코부터 사모펀드 사태까지
■ 대형 금융사고와 피해자의 고통
■ 4대 금융사고와 사라진 보상


금융사고가 또 터졌다. 머지포인트 사태다. 늘 그렇듯 뒷말이 무성하다. 애초부터 오래갈 수 없었던 사업이라는 얘기부터 경영진이 호화생활을 누렸다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뒷말의 진실을 규명하는 것만큼 중요한 문제도 있다. 머지포인트를 믿고 서비스를 이용한 소비자들의 피해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환불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소비자는 돈을 고스란히 날릴 수밖에 없다.

8월 11일 머지포인트가 갑작스럽게 서비스를 축소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수백명의 이용자가 본사로 달려가 환불을 요구한 것도 이런 불안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사고의 피해를 보상받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대형 금융사고가 터진 회사엔 자금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다. 머지포인트의 운영사 머지플러스의 상황도 그렇다. 머지플러스는 2019년 이후 단 한번도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한 적이 없다.

2019년 56억원이었던 영업이익 적자는 2020년 238억원, 올해(7월 기준)는 380억원으로 늘어났다. 자본금이 30억3000만원이라는 걸 감안하면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였던 셈이다. 여기에 대규모 환불 사태까지 겹쳐 유동성 위기에 빠질 가능성도 높다.

익명을 원한 금융업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금융당국의 조사와 분쟁조정위원회를 거친 사건조차 피해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숱하다. 금융사고 피해자의 고통이 줄을 잇는 이유다.”

그렇다면 대형 금융사고의 피해자 보상은 얼마나 이뤄졌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2008년 이후 터진 4대 금융사고의 피해·보상액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피해액 13조원 중 확인된 배상액은 0.6%에 불과했다.


■2008년 키코 사태 = 2008년 발생한 키코(knock-in knock-out) 사태는 국내 수출 중소기업엔 끝나지 않은 악몽이다. 환헤지를 위해 가입한 상품인데 되레 천문학적인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키코는 원·달러 환율이 일정한 범위 안에서 움직일 경우 미리 약정한 환율을 적용받을 수 있게 설계된 파생상품이다. 하지만 상품에 숨은 옵션이 문제를 일으켰다.

그건 환율이 약정 범위를 한번이라도 웃돌면 상승분의 2~3배를 지불해야 하는 콜옵션(Call Option)이었는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치솟자 키코에 가입한 중소기업의 피해가 일파만파로 커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키코 사태로 피해를 입은 수출 중소기업은 675곳, 피해금액은 3조2247억원에 달했다(2010년 6월 기준).

그러나 보상의 길은 멀고도 험했다. 사건이 터진 지 9년 만인 2017년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키코 재조사를 권고하고 2019년 금감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배상의 길이 열렸다. 당시 금감원은 키코 피해기업 4곳이 신청한 분쟁조정을 수용한 다음 6개 은행(신한은행 150억원·우리은행 42억원·산업은행 28억원·하나은행 18억원·대구은행 11억원·한국씨티은행 6억원)에 225억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키코를 판매한 시중은행이 분조위의 권고를 거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금감원의 권고안대로 배상한 은행은 우리은행(중소기업 2곳·42억원)이 유일했다. 2013년 불완전판매 손해배상 판결로 중소기업 23곳이 배상받은 105억원을 더해도 147억원에 불과하다. 따져보면, 시중은행들이 피해금액 3조2247억원의 0.4%만 보상해준 셈이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 올해로 10년이 된 ‘저축은행 사태’ 피해자의 고통도 여전하다. 2011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무리하게 돈을 빌려준 부산저축은행이 부실화하면서 사달이 났다. 부실 논란이 저축으로 옮겨붙으면서 31개 저축은행이 구조조정을 겪어야 했다.

2008년 키코사태는 수출 중소기업을 벼랑으로  내몰았다.[사진=뉴시스]
2008년 키코 사태는 수출 중소기업을 벼랑으로  내몰았다.[사진=뉴시스]

청산·파산, 제3자 계약이전, 가교저축은행 계약이전 등의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예금보험공사가 투입한 돈만 27조2000억원에 이른다. 그 중 2020년까지 회수한 금액은 13조2000억원이다. 전체의 절반도 회수하지 못한 셈이다.

정부기관이 이런 상황이니 저축은행 사태로 피해를 본 소비자의 상황은 말할 것도 없다.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5000만원을 초과하는 예금액은 보상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금액 5000만원 초과자와 후순위채권 피해자는 총 10만8999명, 피해액은 1조3703억원에 이른다(2012년 기준). 하지만 이중 얼마나 배상이 이뤄졌는지는 알 수 없다. 각종 소송이 여전히 진행 중이어서다.

■2013년 동양그룹 사기 CP 사건 = 동양그룹 사기 기업어음(CP) 사건은 불완전판매의 전형이다. 2013년 9월, 당시 재계 순위 38위였던 동양그룹 계열사 세곳(동양·동양레저·동양인터내셔널)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9월 말까지 상환해야 할 회사채(905억원)와 CP(165억원) 등 1070억원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애먼 곳에서 터졌다.

4만2000명의 투자자가 동양그룹 회사채와 CP에 투자한 탓이었다. 동양그룹은 부실한 재무구조와 자금 사정을 숨긴 채 높은 이자만 앞세워 투자자를 유혹했다. 불완전판매였다. 그렇게 1조700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동양그룹 사기 CP 피해자 역시 돈을 모두 돌려받지 못했다.

금감원이 2014년 발표한 동양그룹 투자 관련 분쟁조정 결정 자료를 보면, 분쟁조정을 신청한 1만6015명 중 불완전판매로 인정받은 건 1만2411명(2만4028건)이었다. 전체의 77.4%만 배상을 받은 셈인데, 배상비율은 그보다 더 적었다. 불완전판매로 인정받은 피해액 2727억원 중 배상금액은 625억원(22.9%)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2019년 사모펀드 사태 = 2019년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시작한 사모펀드 사태는 기업의 도덕적 해이와 금융당국의 부실한 관리 시스템이 얼마나 큰 피해를 불러일으키는지 잘 보여준 사례다. 라임펀드에서 시작한 환매 중단 사태는 옵티머스 펀드·디스커버리 펀드·이탈리아헬스케어 펀드 등으로 들불처럼 번졌다. 환매 중단 금액만 6조8000억원에 달했다.

피해 입어도 돈 돌려받기 힘들어

자산운용사는 부실 투자를 멈추지 않았고, 판매사는 불완전판매를 일삼았다. 사모펀드를 판매한 증권사와 은행을 향한 질타가 쏟아진 이유다. 하지만 피해자에게 100% 보상에 나선 곳은 2곳(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밖에 없었다. 금융사들은 고개를 숙였지만 보상 문제에선 얼굴을 바꿨다는 거다.

전문가들은 머지포인트와 비슷한 금융사고가 더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규제의 빈틈을 메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홍기훈 홍익대(경영학) 교수는 “이종異種 간 결합 등으로 새로운 금융서비스와 신형 비즈니스 모델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지만 이를 규정하고 규제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며 “금융소비자의 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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