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로봇 시장 뛰어드는 완성차 기업들
미래 모빌리티 시장 선점 위한 행보
테슬라 vs 현대차 ‘1호 로봇’ 주인은

자동차 업계가 로봇에 푹 빠졌다. 2020년 12월 현대차가 세계적인 로봇 개발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 8월에는 테슬라가 ‘테슬라봇’의 개발을 선언했다. 언뜻 자동차 업계가 한눈을 판 것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로봇은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자동차 업계의 ‘최종 병기’나 다름없다. 완성차 기업들의 로봇 사랑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거다. 

테슬라는 지난 8월 19일 열린 ‘AI데이’에서 로봇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사진=뉴시스]
테슬라는 지난 8월 19일 열린 ‘AI데이’에서 로봇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사진=뉴시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테슬라가 또다시 파격 행보에 나섰다. 지난 8월 19일 열린 ‘AI 데이’에서 로봇 시장 진출을 선언한 거다. 이날 테슬라는 휴머노이드 로봇인 ‘테슬라봇’의 시안과 스펙을 공개하며 오는 2022년 테슬라봇을 정식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테슬라의 소개에 따르면 테슬라봇은 키 172㎝에 57㎏의 몸무게를 가진 ‘성인’ 크기의 로봇이다. 두 팔과 두 다리를 가진 인간 형태의 테슬라봇은 총 20㎏ 상당의 물건을 운반할 수 있고 초속 2.2m의 속도로 걸을 수도 있다.[※참고: 사람의 걷는 속도는 평균 초속 1.2m다.] 

이를 위해 테슬라는 자동차에 탑재했던 완전자율주행(Full Self-Driving
FSD) 컴퓨터를 로봇에도 장착했다. 아울러 로봇의 머리에는 총 8개의 카메라를 설치한 다음 통신기술을 활용해 테슬라의 슈퍼컴퓨터(일명 도조)와 연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슈퍼컴퓨터를 통해 로봇의 인지 기능은 물론 판단 기능까지 극대화한다는 전략에서다.   

하지만 테슬라봇을 향한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주요 외신은 테슬라가 과연 20 22년까지 테슬라봇을 양산할 수 있을지 기술적 ‘실체’를 의심하고 있다. 지금까지 테슬라가 신제품 출시 전 그럴듯한 비전을 내세운 뒤 실제로는 시제품 수준의 모델을 출시하는 행태를 반복해왔기 때문이다.

한편에선 테슬라가 자신들의 기술력을 강조하기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로봇을 이용했다는 혹평까지 쏟아졌다. 로봇 개발 노하우가 없는 테슬라가 다른 기업들이 수십년 동안 개발한 기술을 1년 만에 따라잡을 수 없다는 ‘현실적인’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휴머노이드 로봇은 로봇 기술의 결정체로 불린다. 테슬라가 자신하는 인공지능(AI) 기술뿐만 아니라 초정밀 메카트로닉스(지능형 기계와 전기전자시스템을 통합 설계하는 것)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만큼 휴머노이드 로봇의 기술 요건이 까다롭다는 얘기다. 테슬라 이전 로봇 개발에 뛰어든 완성차 기업들조차 아직까지 휴머노이드 로봇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테슬라봇 엇갈리는 반응

그럼에도 일부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로봇 사업 진출이 새로운 시장을 여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테슬라를 견제하려는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의 움직임이 가속화하면서 로봇 기술도 빠르게 진화할 것이란 예상에서다. 

로봇 시장에서 테슬라와 경쟁할 대표적인 기업으로 우리나라의 현대차를 꼽을 수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미국의 로봇 개발 업체인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자율주행(보행), 로봇팔, 비전(인지
판단) 등의 로봇 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2013년 처음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는 지지대 없이 자율적인 직립보행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아틀라스가 단순히 걷고 뛰는 것을 넘어 각종 장애물과 경사로를 통과하는 영상이 공개되며 많은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주기도 했다. 

현시점에서 테슬라와 현대차의 로봇 기술을 비교하면 완성도 측면에서 아틀라스가 테슬라봇에 훨씬 앞선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아틀라스 역시 본격적인 상품화까지 갈 길이 멀다. 아틀라스는 지면이 울퉁불퉁한 산길, 사람이 들어가기 힘든 좁은 길 등 특수한 환경에서는 아직 걸음마도 못 뗀 수준이다.

아틀라스가 향후 고령자를 대신하는 가사형 로봇, 무거운 짐을 대신 운반하는 물류형 로봇 등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더욱 다양한 상황에서 신체균형을 유지하고 동작을 전환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쯤에서 혹자는 이런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테슬라와 현대차 등 자동차 업계가 당장의 성과를 낼 수 없는 로봇 산업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은 자동차의 진화에서 찾을 수 있다. 자율주행 기술의 도입으로 자동차는 이동을 위한 단순한 기계 장치에서 벗어나 거대한 ‘서비스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 산업 역시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통합 모빌리티 산업으로 재편되고 있다. 무인택시, 스마트 물류 등이 모빌리티 분야의 대표적인 신산업으로 꼽힌다. 

지난해 12월 현대차는 세계적인 로봇 개발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사진=현대차 제공]
지난해 12월 현대차는 세계적인 로봇 개발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사진=현대차 제공]

자동차 업계가 이같은 첨단 서비스 분야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들이는 노력을 최소화하는 ‘고도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스스로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해서 행동하는 로봇의 개발은 필수불가결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아직은 현대차가 한발 앞서 있지만…

2017년 245억 달러(약 28조원) 수준이던 글로벌 로봇 시장은 올해부터 연평균 32%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2025년께 1772억달러(약 206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이는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서 로봇의 중요성이 크다는 방증이다. 

과연 가장 먼저 상품화된 ‘1호 로봇’을 출시하는 주인공은 누가 될까. 테슬라와 현대차의 잰걸음에 시장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글=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정리=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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