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벌이 부부 재무설계 中
여유자금 부족한 외벌이
지출 철저히 관리해야

요즘 외벌이 부부들의 가계부는 보기가 안쓰럽다. 소득이 남들보다 절반인 탓인지 목돈을 만드는 건 고사하고 저축하는 것도 벅찬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아무리 애를 써도 줄지 않는 지출에 자포자기하는 외벌이 부부도 숱하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한 외벌이 부부의 지출 다이어트를 도왔다.

자신에게 불필요한 지출이 무엇인지를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신에게 불필요한 지출이 무엇인지를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둘째 출산 후 가졌던 육아휴직에 코로나19가 맞물리면서 복직 타이밍을 놓친 이세희(가명·37)씨. 남편 박세호(가명·41)씨의 월급만으로 생활해야 하는 외벌이가 되면서 부부는 매일 고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박씨는 자신이 가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렸고, 이씨는 어떻게든 지출을 줄이려 아등바등 애를 썼지만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질 않았다.

외식습관을 버리고, 배달앱은 모두 삭제했다. 줄일 수 있는 건 모두 줄여 적자가 나는 건 면했지만 그뿐이었고, 목돈은 좀처럼 모이질 않았다. 8살·4살 두 아들은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데, 교육비를 마련할 생각은 꿈도 꾸지 못했다.

전셋값이 몇 년 사이 급격히 오른 것도 고민이다. 더구나 지난해 첫번째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부부는 가슴이 답답하기만 하다. 결국 부부는 재무상담을 통해 돌파구를 찾아보기로 결정했다.

지난 상담에선 부부의 가계부를 파악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중소기업을 다니는 남편의 월급 341만원(각종 수당·육아 수당 등 포함)으로 생활하는 부부는 정기지출 256만원, 비정기지출 64만원, 금융성 상품 15만원 등 총 335만원을 쓰고 6만원을 남긴다. 외벌이 4인 가구의 월평균 지출이 460만5877원(통계청·1분기 기준)이란 점을 생각해 보면 박씨 부부는 지출을 통제하면서 사는 편이다.

그럼에도 박씨 부부에겐 여유자금이 많이 필요하다. 부부는 상담 초반에 ‘전셋값 인상분 마련’ ‘자녀 교육비 마련’ ‘노후 준비’를 재무목표로 세웠는데, 그중 자녀 교육비와 전셋값은 단기간에 모아야 한다. 부부는 여기서 더 줄일 수 있는 구석이 있는지 반신반의했지만 필자가 보기에 불가능해 보이진 않았다.

필자의 경험상 300만~350만원대 수입을 올리는 외벌이 부부는 목돈을 모아놓기는커녕 제대로 된 저축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선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데, 그 첫 번째는 수수료가 발생하고 과소비를 유발하는 신용카드를 모두 없애는 것이다. 체크카드와 현금을 통해 짜인 예산대로 지출하는 게 좋다. ‘선저축 후지출’ 습관을 들이면 지출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박씨 부부는 필자의 조언대로 신용카드를 체크카드로 모두 바꾸기로 결정했다.

1차 상담에서 박씨 부부는 식비를 70만원에서 55만원으로 줄인 바 있다. 4인 가구가 생활하기에 좀 부족한 액수지만 이씨가 현명하게 식단을 관리한 덕택에 지난 1주일간 생활하는 데 큰 문제가 없었다. 따라서 식비는 현재 규모로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지출을 줄여보자. 먼저 통신비(21만원)다. 부부는 둘 다 휴대전화의 할부금을 완납했다. 다만, 부부가 각각 사용하는 8만원대 5G 요금제는 과했다. 육아휴직 상태인 이씨나 회사에서 근무하는 박씨나 와이파이를 사용하면 됐다.

특히 알뜰폰을 사용하면 저렴한 가격대의 요금제를 사용할 수 있다. 유심만 바꾸면 손쉽게 알뜰폰 요금제로 갈아탈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부부는 자신들의 요금제와 두 아들의 스마트폰 요금제를 모두 2만~3만원대 알뜰폰 요금제로 바꾸기로 했다. 그 결과, 21만원이었던 통신비가 12만원으로 9만원 절감됐다.
 
지출 철저히 관리해야

다음은 42만원씩 내는 보험료다. 이 정도면 4인 가구 기준으로 적정한 액수지만 그래도 꼼꼼히 살펴보기로 했다. 보험료를 줄이는 방법은 크게 3가지다. 내 상황과 맞지 않는 보험, 중복보장을 하고 있는 보험을 해지하는 것이다. 아울러 보장과 관계없이 적립금을 쌓는 보험이 있다면 ‘적립보험료’ 부분을 없애야 한다.

일단 부부의 보험은 큰 문제가 없었다. 실손부터 암 보험까지 부부에게 꼭 필요한 보장들이 중복 없이 가입돼 있었다. 다만, 두 아이와 남편의 보험에 있는 적립보험료는 없앨 필요가 있었다. 이 과정을 거쳐 부부의 보험료는 42만원에서 34만원으로 8만원 줄일 수 있었다. 동시에 월 39만원 지출하는 교통·유류비에도 손을 댔다.

요새 코로나19 때문에 대중교통보다 자차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많다. 문제는 이럴 경우 유류비가 크게 늘어난다는 점인데, 박씨는 고심 끝에 사람들이 덜 붐비는 목요일과 금요일에 대중교통을 이용해보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교통비는 39만원에서 20만원으로 19만원이 절약된다.

아울러 남편의 용돈(40만원)도 줄일 예정이다. 코로나19로 직장 내 회식이 거의 사라졌기 때문에 박씨가 용돈을 쓸 일이 별로 없다. 박씨는 평소에도 술을 즐기지 않고, 담배도 피우지 않아 용돈을 많이 줄여도 상관없겠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박씨의 용돈은 4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절반 줄이기로 했다.

마지막은 월평균 20만원씩 쓰는 의류·미용비다. 아무래도 자녀들이 한창 크는 나이대다 보니 아이들 옷을 사느라 지출이 많을 수밖에 없다. 아이들과 관련된 문제이므로 이 부분은 부부의 판단에 맡겨야 하는데, 다행히 부부가 어떻게든 줄여보겠다고 답했다.

일단 월 기준 5만원씩 절감해보기로 약속하고, 15만원 이상 지출할 것 같으면 경조사비를 줄여서라도 비정기 지출의 총예산을 넘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렇게 의류·미용비는 20만원에서 15만원으로 줄었다.
2차 상담이 모두 끝났다. 부부는 1·2차 상담에서 식비 15만원, 통신비 9만원, 보험료 8만원, 교통·유류비 19만원, 남편 용돈 20만원, 의류·미용비 5만원 등 총 76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따라서 여유자금은 6만원에서 82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제 이 돈으로 알뜰살뜰하게 재무 솔루션을 짜는 일만 남았다. 여유자금을 82만원까지 늘리는 덴 성공했지만 박씨 부부의 재무목표를 달성하기엔 여전히 빠듯하다. 어떻게 해야 효과적인 솔루션을 세울 수 있을까. 그 내용은 다음 시간에 자세히 소개하도록 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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