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벌이 부부의 재무설계 上
허리띠 졸라매는 외벌이 부부
대체 재료로 식비 절약 가능해

여기 코로나19로 외벌이가 된 부부가 있다. 아내는 둘째를 기르느라 복직이 다소 늦어졌는데, 운 나쁘게도 복직 타이밍과 코로나19 사태가 겹쳐 2년째 ‘경력단절녀’가 됐다. 배달앱까지 지워가며 지출을 줄여봤지만 가계부 상황은 나아질 줄 모른다. 이 문제를 어찌해야 좋을까.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이 부부의 하소연을 들어봤다.

코로나19 탓에 외벌이를 선택한 부부가 적지 않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탓에 외벌이를 선택한 부부가 적지 않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주부 이세희(가명·37)씨는 오늘도 반찬가게에서 반찬 가격을 비교하다 한숨을 쉬었다. 고작 몇백원 차이 나는 반찬값 때문에 고민에 빠져있어야 하는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지금은 가정주부지만 한때는 이씨도 중소기업에서 일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 직장인이었다. 이씨는 “8살, 4살 두 아들과 북적이며 살다 보니 어느새 이렇게 됐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씨가 자처해서 회사를 그만둔 건 아니었다. 첫째를 낳고 3개월 만에 복귀했는데, 출산 후유증 때문인지 손발이 저리고 몸이 눈에 띄게 나빠졌다. 둘째를 낳았을 때도 곧바로 복귀를 했는데, 첫째 때의 기억이 떠올라 남편(박세호·가명·41)과 상의 끝에 육아휴직을 냈다.

문제는 복직을 준비하던 이씨의 계획이 코로나19로 인해 완전히 어긋나버렸다는 점이었다. 2년 전 터진 코로나19 사태는 아직까지 수그러들 조짐이 보이질 않았고, 취업 시장은 움츠러들었다.

졸지에 ‘경력단절녀’가 된 이씨의 가계도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씨는 허리띠를 졸라맸다. 종종 하던 외식을 줄였고, 배달앱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한달에 한번씩 전단지 연락처로 전화해 피자·치킨을 챙겨주는 게 전부였다.

요리값도 아끼기 위해 애를 썼다. 마트에서도 불고기 재료로 비싼 삼겹살보다는 저렴한 돼지 뒷다리를 사고, 최저가 딱지가 붙은 품목만 찾아다녔다.

그럼에도 가계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겠다고 애를 썼지만 2명이 벌던 소득이 ‘반토막’이 났으니 생활이 전보다 궁핍해지는 건 당연했다. 그러자 이씨의 입에선 신세 한탄이 절로 나왔다.

최근 치솟는 부동산 가격도 이씨를 조급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부부의 전세 빌라(2억3000만원) 주변의 전셋값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미 첫번째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했기에 이씨의 마음은 급하기만 하다.

다급해진 이씨는 시간제 아르바이트도 찾아봤다. 얼마 전 코로나19가 잠시 수그러들 조짐을 보이면서 여름 직전에는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 있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었다. 그 시간을 활용해 아르바이트로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겠다는 게 이씨의 생각이었다.

문제는 가게 주인들이 이씨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 대학생들이 남는 시간을 활용해 아르바이트 자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고, 그 속에서 나이가 많은 이씨는 언제나 3~4순위였다. 결국 이씨는 자신의 힘만으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에 남편과 함께 필자의 상담실을 찾아왔다.

그럼 이쯤에서 부부의 가계부를 살펴보자. 먼저 부부의 월 소득은 341만원으로, 중소기업을 다니는 남편 박씨가 혼자서 벌어들이는 액수다(각종 수당, 육아수당 등 포함). 1년 상여금으로 130만원이 나오지만 비정기 소득이므로 일단 제외했다.

정기 지출로는 공과금 24만원, 식비 70만원, 통신비 21만원, 보험료 42만원, 교통·유류비 39만원, 남편 용돈 40만원, 아내 용돈 20만원 등 256만원이다. 월평균 금액으로 계산한 비정기 지출로는 의류·미용비(20만원), 경조사비(10만원), 여행비(10만원), 차량 관련 비용(24만원) 등 64만원이다. 금융성 상품은 주택종합청약저축 5만원, 2개의 적금 통장(총 10만원)이 전부다. 이렇게 부부는 한달에 335만원을 쓰고 6만원씩 남기고 있다.

일단 필자는 이씨의 노력에 박수를 치고 싶다. 4인 가구치고 이렇게까지 지출이 적은 경우가 드물어서다. 그러면서도 청약 통장과 적금 등을 손에서 놓지 않고 저축습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높이 살 만하다. 문제는 앞으로도 한동안 남편의 월급 외의 소득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인데, 이씨가 아르바이트 자리를 얻는 것 외엔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이 부분은 “상담 기간 내에 어떻게든 해결해보겠다”며 이씨가 의지를 보였다.

등잔 밑이 어두워서인지 다행히도 몇몇 지출 항목에서 더 줄일 수 있는 것들이 눈에 띄었다. 1차 상담에선 딱 하나만 줄여보기로 했는데, 그건 바로 70만원씩 쓰는 식비다. 이씨는 “아이가 둘이나 있는 집에서 식비를 이 이상 줄일 수 있냐”며 반문했고, 필자도 이 점에 동의했다. 하지만 지금은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할 때다. 무엇보다 식단표까지 짜며 계획을 실천하는 이씨의 노력이면 식비를 지금보다 더 줄일 가능성이 충분하다.

필자는 삼겹살을 뒷다리살로 대체한다는 이씨의 얘기에 힌트를 얻었다. 이를 적용해 다른 식재료 역시 좀 더 저렴하면서도 영양소가 부족하지 않은 것들로 다시 짜면서 식비를 절약했다.

남편도 이를 거들었다. 평소 야근이 잦은 박씨의 회사는 점심은 물론이고 야근 시 저녁식사까지 지원한다고 한다. 평소 박씨는 “맛이 없다”는 이유로 야근 후 집에 와서 밥을 챙겨 먹었는데, 앞으론 회사 식권을 적극 이용하기로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부부는 총 15만원의 식비를 아낄 수 있었다.

이렇게 1차 상담이 끝났다. 박씨 부부는 식비 15만원을 절약해 지출을 335만원에서 320만원으로 줄였고, 여유자금을 6만원에서 21만원까지 늘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걸론 턱없이 부족하다.

박씨 부부가 세운 재무 목표는 ‘내 집 마련하기’ ‘자녀 교육비’ ‘노후 준비’인데, 쉬운 과제가 아니다. 지금으로선 지출을 더 줄이는 수밖에 없는데, 이 고된 여정을 부부가 잘 따라와주길 바란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시간에 소개하도록 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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