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기식, 골프용품도 팔아
결국 가야 할 길은 가전

가전제품만 전문적으로 팔던 가전양판점들이 변신을 꾀하고 있다. 전자랜드는 서울청과와 손잡고 과일을 판매하고, 롯데하이마트는 중고거래 서비스 오픈을 준비 중이다.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 시장에서도 소비자를 끌어들이겠다는 건데, 가전양판점은 깐깐한 소비자들을 홀릴 수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과일브랜드 론칭 100일을 맞은 과일 파는 전자랜드의 현주소를 취재했다.

전자랜드가 지난 6월 가락시장 과일 경매장에서 실시한 쇼핑 라이브 방송.[사진=전자랜드 제공]
전자랜드가 지난 6월 가락시장 과일 경매장에서 실시한 쇼핑 라이브 방송.[사진=전자랜드 제공]

# 제 기능을 영 하지 못하는 전기밥솥을 바 꿔볼 생각에 기자는 최근 온라인쇼핑몰 이곳 저곳을 기웃거렸다. 그러다 문득 지난 6월 “서울청과와 손잡고 과일브랜드 ‘선한과일’을 론칭했다”는 전자랜드의 보도자료를 받은 게 떠올랐다. 당시 기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서울청과의 베테랑 과일 경매사들이 직접 선별한 과일’이라는 것도 직접 확인해볼 겸 전자랜드에서 과일을 주문해보기로 했다.

스마트폰으로 접속해 들어간 전자랜드 온라인몰에서 선한과일 카테고리는 메뉴 가장 하단에 위치하고 있었다. 클릭해보니 카테고리엔 총 28개 상품이 있었다. 그중 추석선물 세트상품이 4개, 사과·수박·토마토 등 단품상품이 11개였다. 나머지 체리·복숭아·자두·참외 등 13개 상품은 일시 품절돼 주문을 할 수가 없었다. 

다행히 기자가 사려고 했던 하우스감귤(3㎏·3만1400원)은 구매가 가능했다. 기자는 산지배송 상품(배송료 무료)과 배송료 1000원만 추가하면 내일 받아볼 수 있는 ‘내일안심배송’ 상품 중 후자를 구매하기로 하고 상품 옵션창을 열었다. 하지만 웬걸? 재고가 제로다. 하우스감귤뿐만 아니라 다른 상품들도 마찬가지였다.

기자는 전자랜드 쇼핑몰 고객센터에 문의했다. “내일안심배송으로 하우스감귤을 구매하고 싶은데, 재고가 제로여서 살 수가 없어요. 다른 과일들도 그렇던데, 혹시 시스템에 문제가 있나요?” 기자의 문의에 상담원은 “추석을 앞두고 주문 물량이 많아서 내일배송상품은 전부 구매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아쉬웠지만 기자는 다시 주문페이지를 열어 산지배송 상품을 주문했다. 기자가 기다리던 하우스감귤은 3일 후 배송완료됐다.

이날 기자가 구매한 건 가전유통사 전자랜드가 서울청과와 손잡고 지난 6월 출시한 ‘선한과일’ 상품이다. 선한과일은 가락시장 법정도매법인인 서울청과의 베테랑 과일 경매사들이 직접 고른 과일을 판매하는 브랜드다.

전자랜드의 30년 유통 노하우와 서울청과의 80년 과일 경매 전문성을 더해 고품질의 과일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한다는 게 선한과일이 추구하는 방향이다. 이를 위해 새벽에 경매한 과일을 과일 전용 배송차량으로 신선하게 배송하고 있다.


전자랜드가 과일을 판매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 9월이다. 당시 전자랜드는 추석 명절 기간 서울청과와 ‘으뜸과일 프로모션’을 선보인 데 이어 설 명절에는 ‘선한과일 기획전’을 열어 라이브방송으로 실시간 과일을 판매하기도 했다. 그것이 선한과일 브랜드 론칭까지 이어진 셈이다.

사실 전자랜드가 가전 이외의 것을 파는 건 과일이 처음은 아니다. 그 전엔 건강기능식품과 골프용품도 팔았다. 그렇다면 가전양판점인 전자랜드는 왜 가전이 아닌 다른 것들을 팔고 있는 걸까. 전자랜드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회사 매출 구조를 보면 오프라인과 온라인 비중이 각각 85%, 15% 정도다. 하지만 비대면 쇼핑이 확산하면서 온라인 커머스가 성장세를 타고 있다. 우리도 자사몰을 운영하고는 있지만 가전만으론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데 한계가 있다. 결국 종합쇼핑몰로 가는 게 최선이다. 그런 이유에서 건기식도 팔고, 골프용품도 팔아보는 거다. 그러던 중 서울청과에서 제안이 왔고, ‘어려운 농가를 돕자’는 데 뜻이 맞아 과일브랜드를 론칭하게 됐다.”

전자랜드가 시도하는 변화는 롯데하이마트가 오는 10월 중고거래 플랫폼을 자사몰에 론칭하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가전양판 시장 1위 업체인 롯데하이마트는 2019년부터 패션·뷰티·식품 등으로 카테고리를 늘리고 있다. 

오는 10월엔 중고거래 서비스도 오픈한다. 방식은 중고나라·당근마켓과 비슷하다. 물건을 팔려는 고객이 롯데하이마트 온라인몰에 중고물품을 등록해 구매자와 거래하는 식이다. 물건을 주고받는 건 롯데하이마트 오프라인을 활용할 계획이다. 오프라인 집객률과 온라인 접속률을 동시에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가전제품을 팔던 업체들의 이런 시도는 어떤 결과로 나타나고 있을까. 냉정하게 말하면,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브랜드를 론칭했을 땐 내부적으로 어느 정도 기대를 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렇다 할 효과가 나타나진 않고 있다”며 “선물이 필요한 명절 기간엔 매출이 늘긴 하지만 그 역시도 절대적이진 않다”고 말했다.

매출 측면에선 기대를 충족하고 있지 못하지만 이미지 개선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게 전자랜드 측 설명이다. “가전양판점은 아무래도 딱딱하고 경직된 이미지가 있다. 소비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과일을 판매하면서는 그게 좀 해소되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 과일 판매를 늘릴지는 내부적으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이벤트도 많이 하고, 채널도 확대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가전양판점들이 가전 이외의 카테고리를 늘려가고 있다.[사진=뉴시스]
가전양판점들이 가전 이외의 카테고리를 늘려가고 있다.[사진=뉴시스]

하지만 이미지 개선이 실적으로 이어질 거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서용구 숙명여대(경영학) 교수는 “대형마트에서 살 수 있는 걸 팔아서는 경쟁력이 없다”면서 “결국엔 가전양판점이라는 ‘카테고리 킬러’의 특징을 살리는 동시에 가전과 연결할 수 있는 홈스테이징(Home Staging) 산업을 추가하는 전략을 가져가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참고: 카테고리 킬러(Category Killer)는 특정 분야 상품군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소매점을 뜻한다.] 

또 다른 숙제도 있다. 종합쇼핑몰로 변신에 성공하더라도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게 만만치 않을 거란 점이다. 게다가 온라인 시장에선 10원, 하다못해 1원까지 경쟁하는 일이 빈번하다. 그런 탓에 적자를 면치 못하는 이커머스 업체들이 숱하다. 이런 시장에서 전자랜드의 변신은 소비자의 마음을 흔들 수 있을까.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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