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9단 김영호의 핫스팟 | 요코하마 모토마치
길에서 어슬렁거리기 딱 좋은 공간
벤치마킹할 만한 스트리트형 매장

3월이 코로나19의 정점이란 말이 나온다.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3월을 기점으로 우리는 ‘일상’을 찾아갈 가능성이 높다. 만약 그런 날이 오면 당신은 어디를 찾아갈 텐가. 필자는 밀폐되지 않은, 자연과 가까이 있는, ‘스트리트형 매장’을 가보고 싶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그런 곳이 있을까. 김영호의 핫스팟에서 우리가 벤치마킹할 만한 ‘스트리트형 매장’을 찾아봤다.

요코하마 모토마치는 지붕을 곁들인 스트리트형 매장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사진=요코하마 모토마치 홈페이지]
요코하마 모토마치는 지붕을 곁들인 스트리트형 매장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사진=요코하마 모토마치 홈페이지]

도시인들은 주로 어디에서 어떻게 쇼핑을 할까. 복합쇼핑몰, 대형마트, 고급백화점 등 쇼핑할 공간(채널)은 수없이 많다. 하지만 이런 공간이 언제나 소비자로 붐비는 건 아니다. 주말과 휴일에 집중적으로 고객이 몰린다. 더구나 코로나19 국면에선 밀접 접촉을 피하려는 소비자들의 성향이 이들 유통채널을 어려움에 빠뜨리기도 했다. 

어쨌거나 ‘오미크론’을 기점으로 코로나19는 펜데믹에서 엔데믹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예상대로라면 사람들은 조금씩 일상을 찾아가고, 침체했던 쇼핑공간엔 다시 활력이 감돌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전통적인 쇼핑 방식인 ‘길거리에서 어슬렁거리기’가 유행처럼 번질 수 있다. 그게 바로 우리들의 ‘일상’이기 때문이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쇼핑공간의 트렌드가 ‘자연친화’ 쪽으로 옮겨갈 가능성을 시사한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한 건물 안에서 쇼핑ㆍ식사ㆍ영화 관람까지 해결하는 건물형 복합쇼핑몰 대신 바람이 불면 바람을 맞고, 비가 내리면 우산을 받쳐 들고, 날씨가 좋은 날에는 온몸에 햇살을 받으며 유유자적 쇼핑을 즐기는 방식이 유행할 거란 얘기다.

실제로 세계 각국 유명 도시에선 ‘아웃도어형 스트리트 쇼핑’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데, 그중 일본 요코하마의 유명 쇼핑스트리트 ‘모토마치(MotoMachi)’는 대표적 유통채널이다.

모토마치元町란 일본어로 ‘으뜸가는 동네’라는 뜻이다. 유서 깊은 일본 도시를 여행하다가 ‘모토마치’란 이름을 발견하면, 그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로 받아들여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요코하마 모토마치의 특별함은 무엇일까. 일단 100년 이상 된 점포가 많다. 유럽풍 건물도 많아 동양 속에서 ‘서양’을 맛보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이국적인 상품도 숱하다.

다섯 블록으로 나뉜 상점가에는 도쿄에 뒤지지 않는 고급 부티크(boutique)와 명품숍, 잡화점이 즐비하다. 이 점포들엔 명품뿐만 아니라 대중적 상품도 적절하게 섞여 있어 누구든 쇼핑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이같은 점포들을 돋보이게 하는 건 요코하마 모토마치가 채택한 ‘콜로네이드형(co lonnade)’ 쇼핑스트리트다. 건축용어로 아치가 걸치는 기둥의 열을 뜻하는 콜로네이드는 고객들이 비나 햇볕을 피한 채 편안하게 다닐 수 있도록 해준다. 각 점포가 저마다 개성을 한껏 드러내면서도 일체감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이곳의 독특함은 또 있다. 쇼핑 기간에 자동차 통행을 금지한다는 거다. 스트리트 쇼핑몰의 주 도로를 자동차가 아닌 고객에게 내준 셈이기 때문이다. 스트리트 곳곳에 ‘전등 달린 트리’를 설치해 ‘야간 쇼핑’의 흥을 돋우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센스도 벤치마킹할  만하다.

구불구불한 흐름의 쇼핑 스트리트를 따라 걷다 보면 중간 중간 설치돼 있는 가로등의 운치 있는 불빛과 고풍스러운 벤치들이 그림같이 어우러져 최고의 야경을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요코하마 모토마치는 어떻게 이런 공간을 연출할 수 있었을까. 이 질문의 답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많다. 요코하마시, 상인, 주민이 머리를 함께 맞댄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이곳 600m 거리 양쪽엔 250개의 점포가 들어섰다. ‘일본 최고의 패션 정보 발신지’를 모토로 내세운 이들 점포의 상인들과 주민은 자치운영회를 조직해 ‘거리 만들기’ 협정을 체결했다.

▲각 점포 앞 현수막 부착 금지 ▲홍보전단, 광고물 배포 금지 ▲호객 행위 절대 불허 등으로 구성된 ‘거리 만들기 협정’은 지금까지도 반드시 지켜야 할 상인들의 ‘불문율’이다.

요코하마 시당국의 적극적인 협력도 빼놓을 수 없다. 시 관계자들은 아주 작은 행사라도 열리면 상인회에 빠짐없이 알려줘 고객맞이에 빈틈이 없도록 도와준다. 그야말로 상관민商官民 네트워크의 모범 사례라 할 만하다. 

이처럼 요코하마의 테마형 쇼핑 스트리트가 각광받는 건 볼거리ㆍ먹을거리ㆍ즐길거리가 한데 어우러지면서도 기존 쇼핑몰과는 차별된 감각적인 쇼핑공간을 제공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이는 ‘외형’만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언급했듯 상인ㆍ주민ㆍ시가 함께 ‘내실’을 갖추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최근 골목상권을 되살리는 게 마치 창조경제인 양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요코하마 모토마치에서 보듯, 골목상권의 부활은 상인이나 전문가, 또는 시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골목상권 부활의 해법은 ‘협업’에 있다는 거다. 우리가 배워야 할 요코하마 모토마치의 함의含意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 | 더스쿠프 전문기자 
tigerhi@naver.com 

정리 =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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