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9단 김영호의 핫스팟
미 주방용품 전문점 윌리엄스 소노마

국내 브랜드 중 주방용품 하면 뭐가 떠오르는가. 솔직히 필자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주방용품에 특화된 기업이 거의 없어서다. 최근 ‘요리’가 인기를 끌면서 주방용품에도 관심이 높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필자가 핫스팟 11번째 기업으로 미 주방용품 업체 ‘윌리엄스 소노마(Williams Sonoma)’를 소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윌리엄스 소노마는 자신들의 브랜드를 알리는 데 각종 행사를 활용한다. 사진은 2018년 진행한 록 페스티벌 현장.[사진=뉴시스]
윌리엄스 소노마는 자신들의 브랜드를 알리는 데 각종 행사를 활용한다. 사진은 2018년 진행한 록 페스티벌 현장.[사진=뉴시스]

1986년께 백화점에서 근무했던 필자의 담당은 주방용품이었다. 한창 업무에 매진할 때 ‘주방’을 맡았기 때문인지 필자는 지금도 주방용품에 관심이 많다. 주방용품 유명 브랜드가 내놓는 신제품을 ‘나만의 유통트렌드 조사 목록’에서 빼놓지 않는 이유다. 이번에 핫스팟(Hot Spot)으로 선택한 ‘윌리엄스 소노마(Williams Sonoma)’는 현대백화점그룹이 2016년에 론칭한 브랜드로, 많은 소비자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회사의 연혁은 흥미롭다. 1950년대 초, 창업자 척 윌리엄스(Chuck Williams)는 요리를 배우기 위해 프랑스 유학을 떠났다. 요리 공부를 위해 파리의 백화점과 상점을 수시로 오가던 그는 미국에선 보지 못했던 요리기구에 매료됐고, 이를 직접 수입해 판매하기로 마음먹었다. 이게 바로 ‘윌리엄스 소노마’의 출발점이 됐다. 


그의 선택은 적중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경제가 활황기에 접어들면서 여성의 주방용품 구매가 가파르게 증가했다. 이를 발판으로 윌리엄스 소노마는 급성장했고, 주방용품 분야에서 최고란 평판을 얻었다. 

이 회사는 현재 세계 60개국 이상에서 620개가 넘는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2019년엔 포춘(Fortune) 500대 기업에도 선정됐다. 주요 주방용품 브랜드로는 윌리엄스 소노마(고급 주방·생활용품), 포트리반(가구·인테리어), 포트리반키즈(아동전문가구와 소품), 웨스트엘름(중저가 가구) 등이다. 

이처럼 ‘윌리엄스 소노마’ 매장에선 조리용품, 칼 제품, 베이킹 용품, 아웃도어용 부엌용품, 유리제품류, 접시류, 향신료, 나아가 요리책까지 접할 수 있다. 매력적인 디자인을 뽐내는 전세계 유명 브랜드 제품들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특히 요리를 좋아하는 주부가 탐을 낼 만한 브랜드가 많아서 호평을 받고 있다. 그렇다고 필자가 ‘윌리엄스 소노마’를 추천하는 이유가 ‘제품’에만 있는 건 아니다. 매장에서 요리를 배우고, 요리 프로그램을 직접 촬영하는 등 ‘살아있는 매장 운영’ 방식은 우리가 벤치마킹할 만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쿠크북 키친 라이브러리(Cookbook Kitchen Library)’란 요리 관련 책만을 모아놓은 서점 형태의 코너도 눈길을 끈다. 특히 이곳은 진열과 조명 등이 완벽해 흠잡을 곳이 거의 없다. 주방용품을 ‘요리’와 엮어낸 윌리엄스 소노마의 전략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양보다는 질에 초점을 맞춘 요리가 중요해지고 있어서다. 더 좋은 요리를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요리 프로그램을 활용해 자사 브랜드를 알리는 방식을 선보인 윌리엄스 소노마의 전략은 한발 앞선 선택이었다. 소비자뿐만 아니라 관광객도 요리에 관심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윌리엄스 소노마’ 매장을 방문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도 주방용품 브랜드가 많다. 그런데, 대표 브랜드를 뽑으라면 선뜻 기억나지 않는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주방용품을 취급하던 기업들이 리빙용품, 욕실용품에도 손을 줄줄이 대서다. 그러다 보니 특색 있는 주방용품이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부터 ‘요리’가 일상으로 파고들고 있다. 당연히 주방용품이 주목을 끌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도 글로벌 주방용품 업체가 등장할 수 있는 타이밍이란 거다. 우리가 윌리엄스 소노마의 행보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선택과 집중은 이럴 때 써야 하는 경영전략이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 | 더스쿠프 전문기자 
tigerh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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