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9단 김영호의 핫스팟
도시재생 일상화한 도시
아픈 과거를 찬란한 미래로

갈아엎는다고 새로워지는 게 아니다. 옛것을 충분히 살려도 ‘새로움’을 창출할 수 있다. 벼르고 벼르다 가본 도시 타이베이台北. 필자는 그곳에서 선진국의 도시에서 느꼈던 ‘온고지신溫故知新’ 전략을 다시 한번 목도했다. ‘도시재생은 이렇게 하는구나’를 배운 곳, 과거를 미래로 끌어온 ‘송산문창원구松山文創園區(Songshan Cultural and Creative Park)’를 핫스팟 10번째 장소로 선택했다. 

창의력의 허브인 송산문창원구는 원래 담배공장이었다.[사진=송산문창원구 자료]
창의력의 허브인 송산문창원구는 원래 담배공장이었다.[사진=송산문창원구 자료]

‘같은 중국인들이 사는 곳인데, 다르면 얼마나 다르겠어’. 맨 처음 대만 타이베이台北로 향하면서 가졌던 선입견이다. 하지만 필자가 보고 느낀 타이베이는 질서의식과 정결함으로 무장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곳이었다. 특히 타이베이의 시내 곳곳에 둥지를 틀고 있는 크고 작은 근린공원들이 꽤 인상적이었다. 과거의 흔적을 간직하고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타이베이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는 듯했다. 

그중에서 ‘송산문창원구松山文創園區’는 눈길을 끌기 충분했다. 송산문창원구는 도시재생 사업의 대표적인 장소이자 타이베이 시민의 쉼터 혹은 중고등학생의 ‘창의력創意力 수업’이 진행되는 곳이다. 타이베이 5번 메트로 ‘국부기념관’역에서 내려 도보로 5분 정도 걸으면 ‘송산문창원구’의 입구에 있는 커다란 인공호수가 관광객을 반긴다. 인공호수와 숲으로 난 길을 따라 들어가면 비로소 건물의 일부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곳의 넓이가 무려 6만6000㎡(약 2만평)에 이른다고 하니 천천히 즐길 준비를 하고 건물 하나씩 살펴보기로 했다. 전체 공간에 ‘ㅁ’자 모양으로 세워진 건물들은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밀폐형 양식이다. 외부의 적으로부터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탄생한 ‘ㅁ’자형 건축물 형태를 이곳에서도 채택한 듯 보인다. 

이곳은 현재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예전에는 담배공장이었다. 말 그대로 상전벽해桑田碧海다. 그렇다고 최신의 디자인을 적용해 새롭게 만든 건축물이라는 건 아니다. 이곳 건물들은 낡고 버려진 듯하지만 그 안엔 숨은 보석들이 참 많다. 

자! 지금부터 건축물의 역사를 알아보자. 청일전쟁(1894년 6월∼1895년 4월) 승리 후 중국에서 세력을 확장하던 일본은 1937년 타이베이에 담배전매공장을 준공했다. 이 과정에서 탄생한 게 ‘송산담배공장’이다. 일본은 당시 담배공장뿐만 아니라 기숙사·의료시설·탁아소도 함께 건립했다. 

1945년 일본 패망 후 이곳을 담배공장으로 그대로 사용하던 타이베이는 2001년 유적지로 지정했다. 그다음 이곳을 디자인과 아이디어 산업의 기지로 바꾸는 작업을 10여년간 진행했고, 2011년 11월 일반인에게 개방했다. 지금은 타이완디자인박물관, 디자인센터 등이 들어서 있다. 6만6000㎡에 이르는 커다란 담배공장이 창작의 허브로 변신한 셈이다. 인간에게 해로운 담배를 생산하던 공간을 창의력의 공간으로 바꾼 건 벤치마킹할 만하다. 


원형을 그대로 보존했기 때문인지 이곳은 언뜻 딱딱해 보인다. 건물 복도는 옛 모습 그대로인 ‘ㅁ’형이다. 건물 1층이 우리네 중고등학교 교실의 복도와 흡사하다. 하지만 긴 통로에 줄지어 배치된 방의 내부는 다르다. 디자인과 예술 아이템이 즐비하다. 내부 전시공간에선 유명한 전시회가 열리고, 시시때때로 젊은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최근엔 VR을 이용한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을 하는 공간도 새롭게 만들어 청소년들에게 인기다. 이중에서 기념품을 구입하기 위해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 있는데, 바로 ‘송얀갤러리(Song Yan Gallery)’다. 이곳에는 젊은 디자이너들이 최근에 만든 창작물이 숱하다. 가격도 합리적이다. 에코백·다이어리·카드·봉투·목재데커레이션·장식품 등 MZ세대가 좋아할 만한 아이템들이 깔려있다. 아울러 복고풍의 카페가 함께 있어 휴식다운 휴식을 하는 데도 안성맞춤이다. 

송산문창원구엔 특색 있는 다른 건물도 많다. 그중 가장 현대적인 건물인 타이베이 뉴호라이즌 1층에는 대만에서 가장 큰 서점인 ‘성품서점誠品書店’이 둥지를 틀고 있다. 이곳은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쓰타야’ 서점과 마찬가지로 여러 종류의 책은 물론 잡지류와 디자인 소품류·의류·간식류까지 다양한 상품을 전시·판매한다. 더불어 공방과 가죽공예·서예·주얼리 제작 체험 등이 가능한 공간까지 보유하고 있어 젊은 소비자들이 참 많다. 우리가 알던 책만 파는 서점에서 벗어나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이처럼 ‘송산문창원구’를 주목해야 할 이유는 숱하다. 단순한 복합문화공간을 넘어 ‘창의력의 요람’이란 의미를 갖고 있어서다. 이곳을 살펴보다 보면, “창의력을 스스로 키워내 장차 국가의 동량으로 커달라”는 타이완 정부의 절절한 부탁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곳을 단순히 우리나라 서울의 DDP와 비교하는 건 그래서 적당하지 않다. 우리는 오로지 ‘디자인’에 초점을 맞춘 초현대식 건축공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타이베이는 ‘도시재생’ ‘복합문화공간’ ‘업사이클링’이 일상화한 도시인 듯 싶다. 시내 중심부엔 ‘송산문창원구’뿐만 아니라 화산1914문화창의산업원구華山1914文化創意産業園區(Huashan 1914 creative park)와 시먼홍루西門紅樓가 포진해 있다.

[※참고: 화산1914문화창의산업원구는 타이완에서 가장 큰 양조장이었던 곳으로 현재 문화복합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시먼홍루는 타이완 정부 주관으로 1908년 건립한 타이베이 최초의 공영시장이다.] 이런 맥락에서 타이베이는 중국 대륙과는 달라도 한참 다른 도시임에 틀림없다. 모든 걸 새롭게 만들기만 하는 우리나라와도 다르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 | 더스쿠프 전문기자 
tigerhi@naver.com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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