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유플러스+디즈니 플러스 위험요인

글로벌 OTT 디즈니 플러스가 11월 한국 시장에 상륙할 전망이다. 시장 사람들은 디즈니 플러스가 몰고 올 파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 중심엔 LG유플러스가 있다. 이 회사와 디즈니 플러스가 제휴를 맺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문제는 LG유플러스와 디즈니 플러스의 제휴가 긍정적인 효과만 낼 것이냐다. 시장 안팎에선 “LG유플러스에 마냥 플러스는 아닐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국내 소비자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디즈니 플러스가 11월 론칭을 앞두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내 소비자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디즈니 플러스가 11월 론칭을 앞두고 있다.[사진=연합뉴스] 

OTT(Over The Top) 서비스 가입자라면 누구나 기다려온 디즈니 플러스의 한국 진출이 머지않았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가 밝힌 서비스 론칭일은 11월 12일이다. 디즈니 플러스의 론칭으로 국내 OTT 시장은 또다시 들썩일 전망이다. 사실상 넷플릭스 천하였던 국내 OTT 시장에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서다.

실제로 디즈니 플러스는 가파른 성장세로 글로벌 OTT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디즈니 플러스의 전세계 가입자 수는 2019년 4분기 2650만명에서 올 2분기 1억16000만명으로 5배 가까이 증가했다. 2019년 11월 서비스를 시작한 디즈니 플러스가 2년 만에 이룬 성과다.

물론 ‘아직은 넷플릭스 가입자 2억900만명의 절반 수준’이란 지적도 있다. 하지만 전세계 190개 국가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넷플릭스와 달리 디즈니 플러스가 진출한 국가는 61개국에 불과하다. 디즈니 플러스의 확장세에 OTT 업계가 긴장하는 이유다. 11월 국내 론칭을 앞둔 디즈니 플러스가 누구와 손을 잡느냐에 이목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로선 LG유플러스가 유력하다. LG유플러스도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최창국 LG유플러스 미디어콘텐츠사업그룹장은 지난 8월 6일 열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2021년 2분기)에서 “확정된 건 없지만 디즈니와 긍정적으로 협상 중”이라며 “디즈니가 요구하는 고객 편의성 측면에서 LG유플러스가 보유한 안드로이드 기반 셋톱박스(디지털 방송용 수신장비)에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참고: 디즈니 플러스는 구글의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를 통해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한다. LG유플러스 IPTV(LG U플러스 TV) 셋톱박스의 97%는 구글 OS가 탑재돼 있다. 반면, 다른 통신사의 셋톱박스는 리눅스를 OS로 탑재한 경우가 많다. 디즈니 플러스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위해 셋톱박스를 교체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도 지난 6일에 “디즈니 플러스 론칭이 얼마 안 남았기 때문에 막판 협상을 하고 있고, 잘될 것으로 생각한다”는 말로 시장의 기대감을 높였다.

LG유플러스가 디즈니 플러스와의 제휴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이동통신사 3사 중 ‘만년 꼴찌’란 꼬리표를 떼는 데 해외 OTT와의 제휴만큼 좋은 전략이 없어서다. 비슷한 전략으로 성과를 올린 경험도 있다.

2018년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은 것이 대표적이다. LG유플러스는 그해 5월 무제한 요금제 가입 시 넷플릭스 3개월 이용권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11월에는 넷플릭스와 단독 파트너십 계약을 맺고 국내 IPTV 최초로 스트리밍 서비스에 나섰다.

효과는 탁월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유료방송 가입자 수 및 시장점유율’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2월 398만5209명이었던 LG유플러스 IPTV 가입자는 2019년 447만569명으로 늘어났고, 지난해엔 483만6258명으로 증가했다.

넷플릭스 제휴 2년 만에 가입자 수가 21.3%(85만1049명) 늘어난 셈이다. 같은 기간 8853억원이었던 IPTV 부문 매출액은 1조1452억원으로 29.3%(2599억원) 증가했다. 그 덕분에 2018년 11.9%였던 국내 유료방송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13.9%로 높아졌다.


그렇다면 LG유플러스는 디즈니 플러스와의 제휴에서도 달콤한 과실을 맺을 수 있을까. 시장의 전망은 나쁘지 않다. 디즈니 플러스가 픽사·마블·스타워즈 등 팬덤을 가지고 있는 콘텐츠를 많이 보유하고 있어서다. 디즈니 플러스가 제공하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LG유플러스를 선택하는 이용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최관순 SK증권 애널리스트는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 제휴를 통해 IPTV 가입자 모집 효과를 봤다”며 “디즈니 플러스와의 제휴에 성공하면 비슷한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LG유플러스의 해외 OTT 제휴 전략을 두고 시장의 설왕설래가 한창이다.[사진=뉴시스] 
LG유플러스의 해외 OTT 제휴 전략을 두고 시장의 설왕설래가 한창이다.[사진=뉴시스] 

그렇다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디즈니 플러스의 전략에 따라 상황이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다. 무엇보다 디즈니 플러스가 복수의 사업자와 제휴를 맺으면 효과는 반감할 수 있다.

시장에서 우려하고 있는 불리한 계약 조건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업계 안팎엔 LG유플러스가 디즈니 플러스와 1대 9 수준의 수익분배 계약을 체결했을 것이란 뒷말이 나돌고 있다. LG유플러스가 디즈니 플러스와 독점 제휴를 맺기 위해 불리한 조건을 제시했다는 거다.


업계에서 나도는 소문이 사실이라면 LG유플러스가 가져가는 몫은 크지 않을 것이다. 물론 LG유플러스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1대 9수익분배설은 근거 없는 억측”이라면서 “계약이 성사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계약조건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우려는 또 있다. LG유플러스의 해외 OTT 유치 전략이 결국 제 살을 깎아먹을 수 있다는 거다. 실제로 월정액만 내면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는 물론 주문형비디오(VOD)까지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해외 OTT 구독서비스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국내 IPTV의 수익성은 악화할 수밖에 없다. 주요 수익원 중 하나인 유료채널과 VOD 매출이 줄어들어서다.

[※참고: IPTV의 수익은 기본채널 수신료, 유료채널 수신료, 유료 VOD 수신료, 기타 수신료 매출, 홈쇼핑 송출 수수료, 광고료 등이다. 이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각종 수신료 수익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IPTV의 수신료 매출은 2조6016억원(기타 수신료 11억원 제외)을 기록했다. 이중 기본채널 수신료 매출액은 1조9075억원, 유료콘텐츠 매출액은 6941억원(유료채널 683억원+VOD 6258억원)이었다. 해외 OTT에 의존하면 IPTV의 수익성이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과도한 것만은 아니란 얘기다.

IPTV 업계 관계자는 “유료 방송업계의 흐름은 OTT 구독으로 바뀌고 있다”며 “IPTV 업체들이 자체 OTT를 키우는 전략을 사용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해외 OTT의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자체 IPTV의 수익성은 나빠질 것”이라며 “이런 기조가 굳어지면 국내 IPTV는 해외 유명 OTT의 콘텐츠 공급자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높아지는 해외 OTT 의존도 괜찮나


시장이 자체 OTT를 만들지 않고 해외 OTT와의 제휴에 매달리는 LG유플러스의 전략을 우려하는 이유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별도의 브랜드를 론칭한 것이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는 아니지 않느냐”면서 말을 이었다.

“‘더라이프’ 채널 등을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나서고 있고, AR(가상현실)·VR(증강현실) 콘텐츠는 다른 업체보다 더 많이 제작했다. 디즈니 플러스와의 제휴를 두고 시장에서 제기하는 문제는 과한 주장일 뿐이다.”


과연 LG유플러스는 디즈니 플러스와의 제휴를 통해 이득을 챙길 수 있을까. 아직은 긍정적인 시각보단 우려가 크다. 시장에선 ‘1+1=2’가 아닌 경우도 많아서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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