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투자로 경제 효과 낳았지만
망 사용료·세금 미지급 문제 심각해

넷플릭스는 수년째 한국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사진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는 수년째 한국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사진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가 한국드라마 제작사와 손잡고 만든 작품들이 꾸준히 ‘글로벌 빅히트’를 치고 있다. 최근 세계 각국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킨 오징어 게임은 대표 사례다. 이는 한국 콘텐츠를 널리 알리는 건 물론 한국 산업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를 마냥 추켜세우기는 어렵다. 조세 회피 의혹, 망 사용료 논란 등 넷플릭스를 둘러싼 문제가 숱해서다.

넷플릭스가 9월 17일 공개한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세계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등장인물들이 상금 456억원을 얻기 위해 ‘구슬치기’ ‘달고나 뽑기’ 등 게임에 목숨을 거는 스토리가 세계 시청자의 흥미를 자극하는 데 성공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모닝컨설트(10월 6~8일 기준)에 따르면, 미국인의 4명 중 1명이 오징어 게임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TV판 기생충이 탄생했다”면서 찬사를 보내는 시청자도 숱하다. 하지만 한국산 넷플릭스 드라마 중 대성공을 거둔 건 오징어 게임뿐만이 아니다.

‘스위트홈(2020년 12월 18일)’ ‘킹덤: 아신전(2021년 7월 23일)’ ‘D.P.(8월 27일)’ 등도 흥행 열풍을 일으켰다. 하반기에도 ‘고요의 바다’ ‘그날밤’ ‘헬바운드’ 등 주목할 만한 한국산 기대작이 수두룩하다.

‘질質’뿐만이 아니라 양도 상당하다. 올해 넷플릭스가 투자를 맡은 한국 콘텐츠는 총 15편으로, 미국 다음으로 제작편수가 많다. 투자 규모도 지난해(3331억원)보다 1.6배 많은 5540억원으로 늘렸다. 오징어 게임의 흥행 이전부터 넷플릭스는 일찌감치 한국 드라마의 저력을 눈여겨보고 있었다는 얘기다.

넷플릭스가 한국산 드라마를 제작하는 데 힘을 쏟는 이유는 K-콘텐츠가 훌륭해서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한국 드라마는 제작비가 저렴하다. 가령, 9부작인 오징어 게임의 총 제작비는 200억원이었다.]

편당 제작비가 22억원쯤 되는데, 이는 지난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기묘한 이야기(미국)’의 편당 제작비(142억원)의 5분의 1도 되지 않는 액수다. 그만큼 작품이 흥행에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도 적은 셈인데, 지금까지 한국산 드라마는 기대를 웃도는 성과를 내 왔다. 올해 넷플릭스가 한국에 ‘통 큰 투자’를 감행한 건 이런 이유에서다.

콘텐츠 때문이든 제작비 때문이든 넷플릭스가 한국에 가져다준 경제효과는 주목할 만하다. 지난 9월 29일 ‘넷플릭스 파트너 데이’에서 강동한 한국 콘텐츠 총괄 VP(Vice President)는 “넷플릭스는 5년간의 투자로 인해 5조6000억원의 경제효과와 1만6000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만들어냈다”면서 넷플릭스의 한국 사회 기여도를 강조했다.

 

그렇다고 넷플릭스의 행보를 마냥 곱게만 보긴 어렵다.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와 세금 문제로 한국 기업·정부와 크고 작은 마찰을 빚고 있다. 망 사용료의 경우, 넷플릭스는 유튜브에 이어 국내 인터넷망을 두번째로 많이 사용하는 해외 사업자다. 지난해 4분기에만 국내 인터넷망 트래픽(통신망·기기를 점유하는 시간)의 4.8%를 차지했다(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그 양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유발한 트래픽이 2018년 5월 50Gbps에서 올 9월 1200Gbps로 24배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넷플릭스는 지금까지 국내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단 한푼도 내지 않았다.

이 문제를 두고 SK브로드밴드와 벌인 소송에서 패소(6월·1심)했음에도 넷플릭스는 여전히 “망 사용료를 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유럽·일본 등 해외 국가에서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면모다.


세금 문제도 심각하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양정숙(무소속) 의원이 밝힌 넷플릭스의 지난해 국내 매출은 4154억원에 달한다. 넷플릭스는 그중 77.1%인 3204억원을 본사에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했다. 넷플릭스서비스코리아의 영업이익률이 2.1%에 불과한 이유다. 넷플릭스 미 본사의 영업이익률이 18.1%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다.

넷플릭스가 투자한 한국산 드라마가 연이어 흥행에 성공했다. 사진은 넷플릭스 드라마 D.P.[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가 투자한 한국산 드라마가 연이어 흥행에 성공했다. 사진은 넷플릭스 드라마 D.P.[사진=넷플릭스 제공]

문제는 넷플릭스가 이런 방식으로 법인세를 21억7000만원만 냈다는 점이다. 넷플릭스가 법인세를 덜 내기 위해 ‘꼼수’를 부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자사 플랫폼을 통해 한국 콘텐츠를 세계에 알리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막대한 규모의 투자로 한국 콘텐츠 산업에 긍정적인 효과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망 사용료·세금 등 넷플릭스가 껴안고 있는 문제도 심각하다. 과연 넷플릭스에 한국은 ‘깐부’일까 ‘호구’일까. 이 문제부터 풀어야 할 때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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