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부~문재인 정부 공약 이행률
이행률 50% 넘는 정부 단 한 곳도 없어
대선후보 공약 검증 철저해야 하는 이유

17.5%. 문재인 정부가 4년간 달성한 공약 이행률이다. 임기가 5개월여밖에 남지 않았다는 걸 감안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하지만 공약 이행률이 저조했던 건 이번 정부만이 아니다. 역대 정권 중 공약 이행률이 50%를 넘은 정부는 단 한 곳도 없다. 그래서인지 ‘대권 주자들이 내놓는 말을 믿는 사람이 더 이상한 대선판’이란 뼈때리는 비판도 나온다. 

우리나라 정부의 공약 이행률이 떨어지는 이유는 공약을 철저하게 검증하는 절차가 없기 때문일지 모른다.[사진=뉴시스]
우리나라 정부의 공약 이행률이 떨어지는 이유는 공약을 철저하게 검증하는 절차가 없기 때문일지 모른다.[사진=뉴시스]

“가치만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는 덴 한계가 있다. 지금부터는 실적과 성과를 통해 평가받을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경제, 성장, 소득 등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2017년 8월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이후 여당 의원들과 가진 오찬 자리에서 전한 메시지다. 국민들이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실질적 성과로 평가받겠다는 포부였다. 

그로부터 4년여가 흐른 2021년 10월, 문재인 정부의 임기는 8부 능선을 훌쩍 넘었다. 이제는 그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시기다. 그럼 문재인 정부는 국민이 기대한 만큼의 가시적 성과를 보여줬을까.

문재인 정부의 실질적 성과를 가늠하기 위해 가장 먼저 따져봐야 할 것은 공약을 얼마만큼 충실히 이행했느냐는 점이다. 공약은 대통령 후보가 제시하는 국정운영의 청사진이고, 국민은 이를 척도 삼아 대통령을 선출한다. 임기 동안 대통령이 약속하고, 국민이 기대했던 그림이 얼마나 완성됐는지 가늠하려면 공약 이행률을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문재인미터(문재인 정부 공약체크 사이트)’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4년간 완수한 공약은 전체의 17.5%에 불과했다. 검증 가능한 공약 837개(검증 어려운 공약 50개) 중 155개만 약속을 지켰다. 문 대통령이 앞서 강조했던 경제 분야의 공약 이행률은 그나마 28.2%를 기록했지만, 국민의 피부에 직접 와닿는 일자리ㆍ소득ㆍ주거ㆍ생활수준 등과 연관된 노동ㆍ민생복지 분야의 공약 이행률은 각각 16.4%, 8.3%에 그쳤다. 

 

집권 초기부터 “공정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적폐청산을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운 문 정부였지만, 그마저도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 적폐청산ㆍ권력기관 개혁ㆍ민주 인권 회복 등을 약속했던 정치개혁 분야의 공약 이행률은 14.7%로 전체 평균 이행률에도 미치지 못했다. 

문 정부의 공약 이행률을 분석한 ‘문재인미터’는 “임기 5년차에 완료되는 공약이 많은 점을 감안해도 전체 임기의 80% 이상이 지났기에 20% 미만의 공약 이행률은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면서 “특히 집권여당이 21대 국회 과반수를 차지한 것에 비하면 정부 여당의 공약 이행 의지를 의심케 하는 수치”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의 공약 이행률이 저조한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공약 이행률이 낮은 건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역대 어느 정부를 살펴봐도 공약 이행률은 매번 초라했다. 김대중 정부(5년 기준)의 공약 이행률은 18.2%에 불과했다. ▲내각제 개헌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국민소득 3만 달러 달성 ▲교육재정 국민총생산(GNP) 6%로 확충 ▲만5세 이하 아동 무상교육 실시 등은 김대중 정부가 지키지 못한 대표적인 공약들이다.

노무현 정부(4년ㆍ이하 같은 기준) 때도 공약 이행률은 41.8%에 그쳤다. 당초 노 대통령이 약속했던 경제성장률 7%, 일자리 250만개는 목표치를 한참 밑돌았고, ▲식품안전처 설치 ▲상설특별검사제 도입 등 공약도 무산됐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공약 이행률도 각각 39.5%, 41.0%에 그쳤다. 북핵 폐기를 외쳤던 이명박 정부는 되레 남북관계를 악화시켰고, 박근혜 정부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국민대통합’은 이행률이 제로였다. 종합컨대, 50%가 넘는 공약 이행률을 달성한 정권이 단 한곳도 없었다는 얘기다.[※참고: 각 정권의 공약 이행률을 분석한 주체와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정권간 직접 비교는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정부의 공약 이행률이 낮은 이유는 왜일까. 답은 간단하다. 공약의 실현 가능성과 이행 여부에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선 후보들의 역량과 공약을 검증해야 할 선거철에는 비방과 이슈몰이, 진흙탕 싸움으로 점철된 네거티브전戰이 난무한다.

선거 이후엔 당선자의 공약이 국정과제로 이어져 충실히 이행되고 있는지 따져 묻고 감시해야 하지만 그럴 만한 체계적 시스템과 문화가 조성돼 있지 않다. 그러다보니 진정성과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 담긴 공약보단 민심을 현혹하는 포퓰리즘 공약과 구체적 대안 없는 보여주기 공약, 판에 박힌 공약만 쏟아지게 마련이다. 

어느샌가 또다시 대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내년 3월 20대 대선일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부터라도 진흙탕 싸움을 걷어내고 냉정하게 후보들의 역량과 자질, 공약 검증에 나서야 한다. 공약公約을 공약空約으로 만들지 않는 출발점은 냉철한 검증이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