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탕 싸움으로 치닫는 대선 정국
그사이 뒷전으로 밀리는 공약 검증
여야 대선주자 공약 분석해봤더니
현실성 낮은 포퓰리즘 공약 투성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고발사주 의혹’… 유력 대권주자들을 둘러싼 의혹이 대선 정국을 덮쳤다. 언론은 의혹에 의혹을 더하며 논란을 키우는 데 열을 올리고, 여야 정치권은 경쟁 상대를 헐뜯는 데 몰두하고 있다. 문제는 그러는 사이 대선 후보의 자질과 역량, 진정성을 평가할 공약 검증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점이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고발사주 의혹이 대선 정국을 덮쳤다.[사진=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고발사주 의혹이 대선 정국을 덮쳤다.[사진=연합뉴스]

20대 대선이 5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대권을 향한 여야 후보들의 레이스도 속도가 붙고 있다. 최종 대선후보들도 곧 윤곽을 드러낸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10일 경선을 통해 최종 대권주자를 선출한다. 제1야당 국민의힘은 8일 2차 컷오프를 거쳐 후보를 4명으로 좁힌 뒤, 11월 5일 최종 대선후보를 정한다.

어느 대선이라고 중요하지 않겠느냐만 이번 20대 대선은 조금 남다르다. 대선이 치러지는 내년에 코로나19 시국은 3년차에 접어든다. 차기 정권은 ‘포스트 코로나’든 ‘위드 코로나’든 새 시대를 맞이할 준비 태세를 갖추고 비상시국을 이끌어야 한다.

벼랑 끝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을 위한 구제책을 찾는 것은 물론, 천정부지로 치솟은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할 방법도 강구해야 한다. 갈수록 격화하는 글로벌 패권전쟁과 불안정한 한반도 정세 속에서 어떻게 외교적 돌파구를 찾아야 할지도 중대한 과제다. 다음 대통령이 두 어깨에 짊어져야 할 책임의 무게가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는 얘기다. 이번 20대 대선에 온 국민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늘 기대와 현실은 달랐다. 이번 대선도 마찬가지다. 대선 정국은 또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후보들의 정책 평가와 인물 검증이 한창이어야 할 대선 정국이 비방, 여론몰이, 네거티브 공방으로 뜨겁다. 특히 최근엔 여야 유력 후보들을 둘러싼 ‘대장동 개발 특혜’ ‘고발 사주’ 의혹이 모든 이슈를 집어삼켰다.

양 정당과 대선 주자들은 경쟁 후보를 깎아내리기 위한 의혹을 끄집어내는 데 열을 올리고, 정책 대결을 위한 TV토론회는 의혹과 과거사를 앞세운 비방전과 난타전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여기에 미디어들도 나서 논란거리를 만들어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물론 후보들의 부정과 비리를 파헤쳐 도덕적 결함을 가려내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문제는 그 때문에 정작 중요한 후보들의 공약과 자질 검증을 위한 논의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점이다.

어느 후보가 대통령으로서 적합한지 가려낼 수 있는 건 진흙탕 싸움에서가 아니라 공약과 비전, 자질을 검증하는 논의의 장에서다. 국정을 운영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건 네거티브전戰이 아닌 미래 비전이 담긴 공약을 통해서다. 부정ㆍ비리 의혹을 파헤치는 건 수사당국에 맡기고, 이제는 건강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네거티브 공방에 몰두할수록 공약의 깊이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공약 검증에 소홀한 만큼 민심을 현혹할 포퓰리즘 공약과 구체적 대안 없는 보여주기식 공약, 재탕 공약이 판을 치게 마련이라서다. 부족한 자질을 감추기 위해 되레 네거티브전에 더욱 목을 맨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다.

어쩌면 우리나라 정부의 공약 이행률이 하나같이 저조한 것도 매번 대선 정국이 공약 검증보다는 진흙탕 싸움으로 끌려가기 때문일지 모른다. 구체적 예산과 재원 마련 방법, 실현 가능성 등을 철저하게 검증하지 않고 쏟아낸 공약이 그대로 국정과제로 이어지면 공약 이행이 어려울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로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공약 이행률이 50%를 넘어선 적이 없다. ‘문재인미터(문재인 정부 공약체크 사이트)’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도 4년간의 공약 이행률이 17.5%에 불과하다. 

이번 대선후보들이 내놓은 공약들 역시 마찬가지다. 진흙탕 싸움 뒤에 숨은 포퓰리즘ㆍ거짓 공약들이 숱하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유력 대선주자 8명의 허황된 공약을 살펴본 이유다. 이들은 정말 실현 가능한 얘기를 하고 있는 걸까. 지금부터라도 공약公約과 공약空約을 혼동하게 만드는 거짓말을 가려내야 한다.

[※참고: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최종 경선에 오른 이재명ㆍ이낙연ㆍ추미애ㆍ박용진 후보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4인은 지지율(9월 24~25일 진행된 코리아정보리서치 설문조사 결과) 순서대로 윤석열ㆍ홍준표ㆍ유승민ㆍ최재형 후보를 꼽았다.]

■더불어민주당 4인의 공약 = 먼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경선 후보 4명을 살펴보자. 여당 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후보의 공약에는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거치면서 스스로 설계하고 검증한 사업 경험과 노하우가 녹아있다.

하지만 ‘토지주택관리매입공사(가칭)’를 설치하겠다는 그의 공약은 결이 다르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데다, 정교하게 설계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 내에서도 경선 후보간 네거티브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사진=뉴시스]
민주당 내에서도 경선 후보간 네거티브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사진=뉴시스]

토지주택관리매입공사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부터 살펴보자. 이 공사는 집값이 일정 기준 이하로 떨어지면 주택을 사들여 공공임대로 활용하고, 반대로 집값이 과도하게 오르면 매입한 주택을 다시 시장에 공급해 집값 상승률을 낮춘다.

쉽게 말해, 시장에 직접 개입해 집값의 과도한 상승과 하락을 막겠다는 거다. 하지만 이 논리대로 공사가 집을 사고팔기 위해서는 집값의 상한선과 하한선을 설정해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정부가 시장가격을 통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전문가들도 토지주택관리매입공사의 기능에 우려를 표했다. 김원중 건국대(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공사가 직접 매매 거래에 뛰어들어 부동산 가격을 조절한다는 건 시장논리를 무시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론적으로는 공사를 통한 집값 조정이 가능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토지주택관리매입공사가 집값에 영향을 미치려면 전국 주택의 최소 10%를 보유해야 한다. 지난해 기준 전국 주택의 시가총액이 5722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10%의 물량을 매입하기 위해선 572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관건은 어떻게 재원을 마련하느냐는 건데, 이 후보의 공약에는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이 없다.

문제는 그만한 예산을 투입해도 정책적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은 경제상황에 따라 변동이 크기 때문에 공사가 원하는 시기에 맞춰 주택을 매입ㆍ매도하기 쉽지 않다. 공사가 거래할 수 있는 물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공사가 미리 주택을 매입해 비축할 수도 없다. 어떤 지역에서, 얼마나 가격이 오를지 예측하기 어려울뿐더러 공사의 사재기가 되레 ‘아파트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시그널로 읽혀 시장가격을 왜곡할 수 있어서다.

김 교수는 “지역ㆍ형태별로 수요와 가격이 천차만별인 부동산 시장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이상주의적”이라면서 “이는 표심만 노리고 실현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은 공약”이라고 꼬집었다. 

 

이재명 후보만이 아니다. 그의 뒤를 바짝 뒤쫓고 있는 이낙연 후보도 허황된 공약으로 민심을 현혹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20~30대 남성의 표심을 노린 ‘군필자 사회출발자금 3000만원’ 공약이 대표적이다.

얼핏 슬로건만 보면 전역하는 군장병에게 3000만원의 자금을 지급한다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정확하게 말하면 “군장병 스스로 3000만원을 모을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캠프 측에 따르면 이낙연 후보가 제시한 방법은 이렇다. 현재 월 40만원(1개 은행당 최대 가입금액 2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는 장병내일준비적금의 납입한도를 60만원까지 높인다. 그다음엔 문재인 정부가 미처 이행하지 못한 사병 월급 인상 공약을 완수한다. 사병 월급을 최저임금의 50% 수준까지 인상하겠다는 건데, 이 공약이 이행되면 현재 61만8500원인 월급(병장 기준)은 90만원까지 올라간다. 

이낙연 캠프 관계자는 “여기에 정부지원금(수백만원 예상)을 지급하면 3000만원가량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낙연 후보가 내건 공약에는 이런 구체적인 내용이 나와 있지 않다. 오인할 여지가 크다는 거다. 

그뿐만이 아니라 병장 기준 월급 90만원을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18개월이면 1620만원이다. 적금 금리를 감안하더라도 제대할 때까지 3000만원을 모을 수 있다는 건 현실성이 높지 않다.

나머지 금액을 정부가 보전해준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지난해 기준 연간 입대 장병 수는 약 24만명이다. 장병 1인당 500만원씩 보수적으로 잡아도 연간 1조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예산을 마련할 방법은 모호하다.

추미애 후보의 대표 공약 중 하나인 ‘국민 안식년 제도’와 ‘사람이 높은 세상(사높세) 수당’도 전형적인 포퓰리즘 공약에 가깝다. 공약의 골자는 이렇다. “국민 1인당 언제든 쓸 수 있는 안식년을 3회 제공한다. 안식년 중엔 매월 100만원씩 총 1200만원을 지급한다.” 

이 공약이 현실화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인력 공백이 발생하는 기업의 반발이 거셀 공산이 크다. 심지어 자영업자에겐 사실상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추미애 캠프 관계자는 “정책이 추진되기 위해선 사회적 합의와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면서 “공기업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해나갈 것이고, 인센티브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구체적 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거나 다름없다. 


문제는 또 있다. 원할 때면 언제든 안식년을 쓸 수 있다면 연간 지출되는 ‘사높세’가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캠프 측은 국내 인구를 연령대별로 취업 대기층, 중장년층, 노년층으로 구분해 계층별 연간 20만명씩 안식년을 사용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계산대로라면 연간 60만명에게 지급해야 할 ‘사높세’는 7조2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의 1년 예산과 맞먹는 규모다.

‘국민자산 5억원 성공시대’를 만들겠다는 박용진 후보의 공약도 말의 성찬盛饌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박 후보가 내건 공약의 핵심은 한국투자공사(KIC)와 국민연금공단을 통합해 연간 7%의 수익률을 내는 국부펀드를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 매월 50만원씩 넣으면 30년 뒤엔 5억원가량(원금 1억8000만원ㆍ이자 4억3354만원)의 자산이 모인다.

하지만 이 공약엔 두가지 중대한 결함이 있다. 먼저 연간 7%의 수익률을 꾸준히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이다. KIC 국부펀드와 국민연금의 누적 연간 수익률은 각각 5.2%, 6.3%다. 그마저도 2019~2020년 주식시장 호조에 힘입어 역대급 수익률을 기록한 덕분에 수치가 개선된 결과다.

둘째 결함은 월 50만원이다. 연간 수익률 7%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고 해도 30년 뒤에 5억원을 만들려면 매월 50만원의 돈을 넣어야 한다. 하지만 매월 50만원을 납입할 여유가 없는 사람도 많다.

올해 2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득 3분위 이상은 돼야 매월 50만원 이상의 여윳돈이 남는다. 소득 1분위ㆍ2분위 가구는 한달 소득에서 지출을 빼고 나면 남는 돈은 각각 -34만원, 32만원이다. 소득이 높아야만 누릴 수 있는 공약인 셈이다. 

■국민의힘 4인의 공약 =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이 내놓은 공약 중에는 유독 부동산 공약이 눈에 띈다. 특히 윤석열 후보의 ‘청년원가주택’과 홍준표 후보의 ‘쿼터 아파트’ 공약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는 평을 받자, 민심을 잡고자 부동산 정책부터 꺼내든 셈이다.

하지만 두 후보의 비슷한 듯 다른 부동산 공약을 들여다보면 포퓰리즘이 아니냐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현실성이 떨어져서다.

 

먼저 윤 후보의 청년원가주택은 무주택 청년가구에게 건설 원가로 제공하는 맞춤형 분양주택으로, 매년 6만호씩 총 30만호를 공급한다는 게 골자다. 분양가는 일반 공공분양아파트 대비 10~25%, 시장가격 대비 50%까지 낮춘다. 목돈이 없는 이들을 위해선 분양가의 20%만 내면 나머지 80%는 30년 이상 장기 저리로 지원해준다. 

무주택 청년가구를 위한 것이라곤 하나 소득 수준이 낮은 다자녀가구의 40~50대도 분양받을 수 있다. 공급은 3기 신도시 공공택지와 역세권 고밀복합개발을 통해 건설원가로 제공한다. 5년 이상 거주한 분양자는 국가에 매각할 수 있는데, 분양가와 더불어 집값이 올랐다면 상승분의 70%까지 가져갈 수 있다(5년 이내 매각 시 분양가+금리). 매매 수익으로 청년층의 재산형성까지 책임져준다는 거다.

하지만 여기엔 빈틈이 많다. 예산 문제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당내 경쟁자인 유승민 후보는 이미 “30년간 기회비용을 포함해 국가 재정이 1879조원이나 드는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예산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부동산 시장의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며 “표심을 노리고 숫자로 희망만 주는 공약”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저렴하다고 좋은 집이 아니다. 주변 시설과 인프라까지 갖춰야 살 만한 곳이 된다. 아파트는 원가로 공급한다고 해도 인프라 구축을 위한 재원은 얼마나, 어떻게 조달할지 의문이다. 주변 환경이 낙후되거나 가격을 방어하지 못하면 ‘저가주택’이라는 낙인이 생겨 되레 수요자에게 외면 받을 수 있다.”

청년원가주택이 포퓰리즘 공약에 가까운 이유는 또 있다. 수요자의 입장에 서지 않은 정책이라서다. 권대중 명지대(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매매 차익의 70%까지 보전하는 게 공급자 입장에선 합리적인 것 같지만, 시장 논리에는 맞지 않다”며 “매매 시 이익의 30%나 포기해야 하는 주택이 수요자에게 매력적이겠나”라고 반문했다.

국민의힘이 오는 8일 2차 컷오프를 거쳐 4명의 최종 경선후보를 선출한다.[사진=뉴시스]
국민의힘이 오는 8일 2차 컷오프를 거쳐 4명의 최종 경선후보를 선출한다.[사진=뉴시스]

홍준표 후보의 부동산 정책도 비현실적이긴 마찬가지다. 홍 후보의 핵심 부동산 정책은 시세의 반값도 아닌, 무려 4분의 1까지 낮춘다는 ‘쿼터 아파트’다. 서울 강북지역에 대규모 재개발을 통해 쿼터 아파트를 만든다는 거다.

홍 후보는 토지 국유화로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주택’ 제도를 가진 싱가포르의 사례를 참고했다고 밝혔다.[※참고: 토지임대부 주택이란 토지 소유권은 정부가 갖고, 건물만 팔아 분양가를 낮추는 제도다. 분양자는 건물가격과 별도로 토지 임대료를 내야 한다.] 

다만 국내에선 싱가포르와 같은 방식은 어려우니, 재개발 지역의 일부를 기부채납 받아 활용하고 용적률 규제를 풀어 초고층ㆍ고밀도 개발로 청년을 위한 주거 공간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홍 후보는 공약을 발표하며 “이를 통해 3.3㎡(약 1평)당 1000만원대 이하 아파트도 공급할 수 있다”며 “서민의 꿈인 내집 마련이 쉬워진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서민의 꿈’을 이뤄준다는 홍 후보의 말은 그야말로 공약空約에 가깝다. 전문가들은 “실현가능성이 낮다”며 “토지를 마련할 방법부터 의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권대중 교수는 “서울 강북에 정부가 개발할 만한 국공유지가 얼마나 되겠냐”며 “재원 마련도 쉽지 않겠지만 일단 쿼터 아파트를 올릴 만한 곳이 없다”고 역설했다. 국내 부동산 시장의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내놓은 정책이란 거다. 

토지임대부나 용적률 규제 완화를 통한 주택 공급이 현실에 부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부동산학) 교수는 “토지임대부 주택은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적용하기 어렵다”며 “토지임대부 주택은 인기가 없는 데다 ‘로또 아파트’ 양산 등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한 상태”라고 짚었다. 더불어 “용적률을 높이는 건 이론적으론 되겠지만 현실적으론 어렵다”며 “국내에선 일조권 침해 등으로 분쟁이 잦아 건물을 쉽게 높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승민 후보는 20~30대 남성의 표를 겨냥한 맞춤 공약을 꺼내들었다. 이른바 ‘한국형 G.I.Bill(미국 제대군인원호법)’이다. 의무 복무를 마친 청년들에게 주택 청약ㆍ분양 가점을 주고, 대학 장학금 우대, 복무기간 경력 인정을 의무화하는 등 갖가지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군가산점 제도는 이미 20년 전에 위헌판결이 난 제도다. 1999년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위헌 판정을 내렸고, 그 결과 2001년 사라졌다.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사람들을 차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같은 맥락에서 군복무를 마친 청년들에게만 가점과 혜택을 주겠다는 유 후보의 공약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낮다. 설사 법적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도 문제가 남는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젠더 갈등을 더욱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캠프 해체라는 강수를 띄운 최재형 후보는 ‘상속세 폐지’ 카드를 꺼냈다. 최 후보는 “표가 떨어질까 봐 선뜻 말하기 어렵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되레 하락하는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포퓰리즘 공약으로 해석될 여지가 더 크다. “사실상 상속세 폐지는 양극화를 유발하는 부자감세에 가깝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최 후보는 상속세를 폐지하는 대신 누진세율을 높이겠다고 반박했지만 이는 어불성설에 가깝다. 이미 정착해 있는 상속세를 없애고 누진세율을 높인다면 더 큰 조세저항을 유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 후보가 상속세 폐지 공약을 내건 이후 최 후보를 지지한다던 의원들이 하나둘씩 지지 철회 의사를 밝히고 있다. 검증대에 오르기도 전에 벌써부터 논란의 중심에 놓인 셈이다. 

거짓ㆍ포퓰리즘 공약으로 민심을 현혹하고 진흙탕 싸움에 목을 매는 건 여권이나 야권이나 매한가지다. 하지만 거짓ㆍ포퓰리즘 공약은 언젠가 드러날 얄팍한 노림수에 지나지 않는다. 앞으로 5개월, 누가 차기 대권을 잡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향방을 가르는 건 진흙탕 싸움의 승패가 아닌 진실성 있는 공약이어야 한다. 이번만은 그래야 한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