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기반 창업 사상 최대치 기록
창업 5년차 생존률 OECD 대비 저조
창업시장 질적 성장 못 한 이유

지난해 기술기반 창업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보통신업(3만6763개)과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5만4411개)의 창업이 크게 늘어난 결과다. 하지만 여전히 창업시장은 생계형 창업이 주를 이룬다. 이런 생계형 창업은 생존율이 낮아 창업시장 환경을 위축시킨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을 위해 창업시장의 틀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더스쿠프(The SCOOP)와 경기중소기업성장지원센터·단국대학교기술지주회사·성균관대학교창업보육센터·오산대학교창업보육센터·한양대에리카창업보육센터(가나다순), 사회적기업 마리에뜨가 손잡고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있는 스타트업 10곳을 소개한다. 위기 속에서도 힘차게 항해하는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자.

국내 창업시장은 양적으론 성장했지만, 실적으로 미흡하단 지적이 많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창업시장은 양적으론 성장했지만, 실적으로 미흡하단 지적이 많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창업기업 1년차 생존율은 80.8%다. 5년이 지나면 이 생존율은 절반인 40.7%로 줄어든다. 냉정한 시장에서 창업기업이 살아남기가 그만큼 녹록지 않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창업기업 1년차 생존율은 65.0%(2019년 기준)다. 5년차 생존율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29.2%에 불과하다. 창업 3~5년차의 기간이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으로 불리는 이유인데, 통계에서도 알 수 있듯 창업기업 셋 중 둘은 죽음의 계곡을 넘지 못한 채 사라진다. 

그럼에도 수많은 이들이 창업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중기부에 따르면 개인 창업과 법인 창업을 포함한 창업기업은 매년 증가세다. 지난해 창업기업은 148만4667개로 2019년과 비교해 15.5% 증가했다. 주택임대소득 과세에 따른 사업자등록 의무화로 부동산업 창업(56.5%)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전체 증가율을 높여 놓은 측면도 있지만, 부동산업을 제외하더라도 창업기업은 전년 대비 4.1% 늘었다. 

그중에서도 전자상거래 소매업이 대폭 증가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온라인 시장이 커진 여파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도·소매업(39만55개·이하 2020년 기준) 증가율은 전년 대비 17.0% 증가했다. 지식기반서비스업이 증가하면서 기술기반 창업(22만8949개)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9년 대비 3.8% 늘었다. 정보통신업(3만6763개)과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5만4411개)의 창업도 각각 21.2%, 17.2%로 크게 늘면서 기술기반 창업의 평균 증가율을 끌어올렸다.

기술기반 창업에선 청년층과 중년층이 눈에 띄게 늘었다. 30세 미만의 기술기반 창업은 2만8852개로 전년 대비 15.5% 증가했다. 60세 이상에선 18.1% 늘었다. 중기부는 “청년층은 고부가가치 지식서비스업 분야로 활발하게 진출한 결과이고 장년층은 그들의 경험과 기술을 활용한 창업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창업기업이 이토록 증가하는 덴 창업을 적극 권장하는 정부의 지원제도가 한몫하고 있다. 중기부에 따르면 올해 정부의 창업지원사업 예산은 1조51798억원이다. 2016년 5764억원이었던 예산이 2019년 1조원을 돌파했고(1조1181억원), 올해 1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전체 창업지원 예산 중 스타트업 육성 전담부처인 중기부에 편성된 건 1조2330억원(81.2%)이다. 중기부의 신규사업인 ‘비대면 스타트업 육성(300억원)’ ‘글로벌 기업 협업 프로그램(300억원)’ 등에도 수백억원대의 정부 지원금이 책정됐다. 해마다 증가하는 정부 예산이 창업시장에 불을 지피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창업시장은 양적 성장과 더불어 질적으로도 성장했을까. 일단 정부는 “세계 속에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위상이 점점 단단해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 4월 중기부가 발표한 ‘한국 창업 생태계의 변화 분석’을 살펴보면, 기업가치 10억 달러(약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인 유니콘기업은 2016년 2개에서 2020년 13개로 크게 늘었다. 

미 포브스지가 선정하는 청년 글로벌 리더에도 2016년 이후 국내 스타트업 창업자가 꾸준히 선정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제품박람회인 CES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국내 스타트업도 2019년엔 5개였는데 올해 22개로 가파르게 늘었다. 정부가 “국내 창업 생태계가 질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내세우는 근거들이다. 


하지만 “양적 성장세에 비해 질적 성장은 미흡하다”는 반론도 많다. 지난 3월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가 발표한 ‘역동적 창업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책제언 보고서’를 보자. “지난 5년(2016~2020년) 동안 벤처투자 금액은 2조1503억원에서 4조3045억원으로 100.2% 증가했고 투자 건수는 2361건에서 4231건으로 79.2% 증가하는 등 양적으로 성장세지만 질적인 성장은 미흡하다.” 

대한상의는 새로운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하는 ‘기회형 창업’보다 문화·스포츠·여가업, 숙박·요식업 등의 ‘생계형 창업’이 여전히 많다는 현실을 지적했다. OECD 국가에선 기회형 창업이 평균 52.0%, 생계형 창업이 26.0%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기회형 창업 평균이 21.0%, 생계형 창업이 63.0%다. 혁신을 무기로 내세운 창업보단 ‘먹고살기 위한 창업’이 훨씬 많다는 거다. 

더구나 생계형 창업은 생존율이 낮아 창업시장 환경을 위축시킨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참고: 생계형 창업이라고 할 수 있는 문화·스포츠·여가업과 숙박·음식업의 5년 생존율은 각각 18.4%, 19.1%다. 우리나라 창업기업 5년차 평균 생존율인 29.2%를 훨씬 밑돈다.]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걸까. 대한상의는 각종 서류 작성에 인허가까지 사업 시작부터 활로가 막히는 경우가 많고, 매번 변하는 정책 탓에 사업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어려운 환경을 문제로 꼽았다. 해마다 벤처투자가 늘고 있긴 하지만 미국이나 중국과 달리 투자금의 절반 이상이 창업 중·후기 단계에 몰려 있는 것도 문제다. 대한상의는 회수가 용이한 우선주 비중이 높은 벤처투자 패턴, 경직된 회수시장 등도 질적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로 꼽았다. 

정부의 창업지원 예산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대부분 초기 스타트업에 집중돼 있다.[사진=뉴시스]
정부의 창업지원 예산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대부분 초기 스타트업에 집중돼 있다.[사진=뉴시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 질적 성장을 꾀하기 위해선 창업 진입장벽을 낮추고 세액공제, 법인세 감면 등으로 민간자본을 유인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게 대한상의의 주장이다. 또한 창업에 실패해도 다시 재창업을 꿈꿀 수 있는 안전망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진 대한상의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 원장은 “아이디어 하나로 창업에 도전하고 모험정신을 보상받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이를 성장동력으로 삼아 제2, 제3의 벤처붐을 다시 일으켜야 한다”고 말했다.

2년째 코로나19라는 큰 파도가 한국경제를 흔들고 있다. 뻔한 얘기 같지만, 이 위기가 누군가에겐 기회다. 경기연구원이 지난해 경기스타트업플랫폼 등록기업 대표와 임원 등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41.0%가 “(코로나19 국면은) 매력적인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코로나19로 정부의 창업지원 정책은 증가하고 사회적 규제는 약해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무엇보다 비대면 시대에 새로운 기술을 필요로 하는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점도 기대 요인이다. 물론 위험 요소도 그만큼 많아졌지만 착실하게 파도타기를 준비해온 창업기업에 이 위기는 분명 기회가 될 것이다. 지금이 바로 그 기회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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